소규모 태양광발전에만 정책 집중, 풍력발전 지원 미미
산업 경쟁력 키우려면 정책적 수용성 문제 해결 급선무

산업은 생물과 같다는 말이 있다. 가만히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쉬며 역동적으로 변화해야 그 산업이 활성화되고 발전될 수 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2010년 풍력발전기의 경우 외산이 94.1%, 국산 5.9%였지만 2016년 11월 기준 국산비율은 48%까지 올라올 정도로 국내 풍력산업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올해 11월 기준 국내 누적 설치용량(잠정)은 지난해보다 약 22% 증가한 1020.56MW로 추산된다. 당초 올해 목표했던 국내 설치량 1GW가 불투명했지만 오랫동안 정체됐던 사업의 실마리가 풀리는 곳들이 생겨나며 어렵게 1GW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풍력발전 산업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에서 빗겨나 있는 형국이다. 그간 풍력산업 발전을 이끌어왔던 주요 대기업이 조선 산업의 불황에 따라 풍력발전 사업을 정리하면서 추진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육상·해상풍력 할 것 없이 각종 인허가, 주민 민원 등 수용성 문제에 부딪혀 사업 추진도 난항을 겪고 있다.

풍력업계는 “규제는 하나 둘 늘어가지만 진흥책은 나오지 않는 상태”라며 “목소리가 큰 소규모 태양광발전사업자 지원방향으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집중되다보니 풍력발전 쪽은 딱히 내려오는 정책도 없고 사업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이벤트도 없다”고 토로했다.

풍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활성화돼 있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주요한 발전원으로 사용된다. 낮 시간, 게다가 해가 떠 있는 맑은 날씨에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과는 달리 풍력발전은 24시간, 날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SS 연계 부분 또한 전력사용량이 많은 피크시간대에 전기를 생산, 저장했다가 수요가 줄어드는 시간에 방전하는 태양광 발전과 효율성 측면에서는 비교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커지는 수용성 문제, 경제성 문제가 풍력발전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다.

환경부는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풍력발전기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육상풍력개발사업 환경성 평가 지침’을 통해 현지 식생 등 1등급 권역 지정기준과 현저한 차이가 있거나 풍력사업 추진을 위해 1등급 권역을 불가피하게 일부 포함하는 경우엔 충분한 환경보호대책 마련을 전제로 풍력발전 허용여부를 검토키로 해 숨통이 트이는가 했지만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과 국내 풍력발전 가능지역은 겹치는 부분이 많아 일부 규제를 풀어준다는 기존 취지에도 어긋나는 조치다. 최근에는 환경부가 생태자연도 2등급지를 대거 1등급지로 바꿔 풍황조사까지 마친 풍력프로젝트가 무산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입지가능여부를 검토해 발전기 설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지방 환경청과 협의에 들어가면 환경성 평가 지침 발표 전과 동일한 행태로 무조건적으로 사업진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육상풍력 개발을 통한 온실가스 저감 등 환경적 순기능을 충분히 고려하고 생태자연도 1등급지 훼손지역 등에 대한 환경복구비용 납부, 야생생물 대체 서식지 마련 등의 대책을 통해 풍력발전기 설치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관령이나 제주 김녕풍력처럼 풍력발전단지가 관광자원으로 활용돼 새로운 수익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는데도 평가를 받을 때 관광자원으로 개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며 “주변 풍광이나 자연환경이 무조건 훼손된다는 생각만이라도 재고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환경부는 최근 풍력발전의 소음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풍력발전은 현재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기타(그밖의 지역) 기준(아침, 저녁 60·주간 65·야간 55 이하)을 적용받고 있는데 이를 주거지역, 녹지지역, 관리지역 기준(아침, 저녁 50·주간 55·야간 45 이하)으로 상향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업계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소음 진동기준 변경은 상위법인 국토의 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특정 발전원에만 적용되는 차별적 규제행위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국내 풍력산업을 이끌어왔던 대기업들이 사업을 철회하는 것은 물론 제조설비를 매각하거나 현재 매각을 진행하며 풍력산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려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런식이면 부품제조기업 등 풍력산업과 연관된 밸류체인 전체가 침체되며 신기후체제에서 도약의 발판과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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