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수 GE 그리드솔루션 부사장
양문수 GE 그리드솔루션 부사장

나는 누구 말대로 “어쩌다 … “ 송변전 분야에서 보낸 시간이 만 33년을 지나 34년째를 시작 하고 있다.

원래 문과적 기질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느꼈는데 의대 가기를 원하셨던 아버지 강권으로 이과를 택했고, 공대 계열에서 그나마 문과적 성향하고 결합된 산업공학을 하겠다고 했더니 전기공학이나 기계공학, 둘 중 하나를 택하라 하셨다. 기계에 잼병이었던지라 전기공학을 선택했는데 내 인생이 전공으로 점철 되리라고 생각도 못 했다.

인연이란 게 있는지 소명이 부른 것인지 ROTC 제대 무렵에 쓴 원서는 그룹사 가운데 ‘전기공학’ 만을 뽑는 회사에 마음이 쏠렸다.

중전기 회사에 입사를 했고 석 달에 걸친 수습기간 동안 주위 권유와 다르게 신생 초고압 부서를 지원했다.

3년 만에 그것도 자발적 지원한 신입사원이라 부서에서 한동안 사랑을 듬뿍 받았다.

부서에서 1년반을 사수 밑에서 배우며 턴키팀에서 입찰서 작성 일을 시작 했는데, 당시엔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 외국 자료를 가지고 역 해석해서 이해하고 풀어 가는 형식으로 지식을 쌓았다. 허구헌 날 밤 새워 일 했고 해외입찰 한번 할 때 마다 엄청난 고생을 했지만 그덕에 경험과 네트워킹을 만들어 갈수 있었다.

한해 평균 국내외 입찰서 작성은 50건 정도 됐다. 입사 후 5년의 경험이 직장 생활의 앞날을 좌우 한다더만 돌아보면 이 말에 공감한다. ‘칼 퇴근을 꿈 꾸는가? 그대 앞날은 험난 하리라.’

‘처음 5년의 고생은 앞날의 양탄자 길을 만들어 주리라.’

결과는 좋은 때도 있지만 허망되게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입찰서를 받으면 가슴이 뛰었고 준비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힘들었어도 즐거웠다.

열정이 시들해질 무렵 일 욕심에 회사를 옮기게 됐다. 정년까지 그곳에 있으리라 생각 했는데 뜻밖의 제안에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외국 회사 생활은 국내회사와 상당히 판이 하다.

입사 직후 본사가 영불 합작회사 인지라 맡은 업무가 에너지 전체여서 2주간에 걸쳐 주요 공장을 들러 인사하고 많은 것을 보았다.

아침에 파리에서 출발하여 버밍햄 갔다가 파리로 퇴근하는, 당시로는 신기 하기만 했다.

지금은 회사에서 그렇게 무모하게 한사람에게 모든 것을 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직장 생활중에 단 한번도 짤릴 걱정을 안하고 평안하게 근무하고 있다.

항상 좋은 상사 만났고 내 나이 또래의 동기들이 각 회사에서 자리 잡아 최고 경영진 반열에 오른 것도 큰 힘이 되었다.

나의 미래는 동료가 결정한다는 제프 이멜트 GE 회장님 말씀에 100% 공감한다.

나도 끊임없이 노력한다. 트렌드를 파악하기 애를 쓰고 신기술을 우리나라에 접목하려고 각고의 노력을 한다.

본사를 설득해야 하고 고객을 설득해야 하며 국내 파트너를 또한 선정하고 설득해야 한다. 내가 확신이 없거나 열정이 없으면 현실화 시키기 불가능하다.

찰흙과 물이 섞이면 반죽을 통하여 물리적 결합으로 가소성을 갖게 되는데 여기에 불을 가하면 화학적 결합으로 자기나 그릇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각기의 재료에 물리적, 화학적 결합이 발생하면 엄청 부가가치 있는 재화가 탄생 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잘 수용하여 새로운 문화를 받아 들여 소화 시키면 전 보다 훨씬 강하고 탁월한 기업으로 변모 될 수 있다.

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배움터가 된다.

세상은 급속하게 알지도 못 했던 방향으로 변화 하고 있다.

수많은 세상 사람들은 사실 변화를 별로 못 느낀 채 살아 가지만, 적어도 우리는 중심점에 가까이 있다.

우리는 100명의 모범생이 아닌 소수의 천재가 판을 좌우하는 기술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기와 기기와의 연결은 어떤 결과물을 더 가져올 지 모른다.

석기 시대에 불을 사용하여 토기를 만들었듯이… 이제 사물 인터넷은 우리를 어디로 인도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인류의 4대 문명, 전기, 수도, 통신, 가스… 이는 현대화된 도시 문명의 상징이다.

이중 하나만 없어도 도시의 기능은 마비 될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전기이다.

전기 없으면 나머지 3가지도 아무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적 발전이 저렇게 원시적인 가장 큰 근본은 전기 부족 때문이다.

전기 없는 문명은 바로 원시시대로 퇴보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어쩌다 전기 전공자가 됐고 어쩌다 보니 중전기 업계에서 대부분의 세월을 보냈는데 인생을 다시 돌려 산다 해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 길을 다시 걸으련다.

그러고 보니 꼭 엄한 결심으로 진로를 정하지 않았더라도 얼마든지 행복한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