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반납하려고요. 안전공사의 V체크마크가 아니면 쓸모가 없거든요”

공청회 통보받고 안전공사 시험·인증업무 폐지 인지한 업체도 수두룩
V체크,사용전검사와 밀접한 관계...수요처도 안전공사가 검증해 인증
안전공사 업무 타 기관 이관 시 최소한 동일한 평가인증체계 구축 필수

“전기안전공사에서 V체크마크 인증업무를 더 이상 안하면 바로 인증을 반납할 생각입니다. 전기안전공사에서 인증한 마크가 아니면 쓸모가 없기 때문이죠. 전기안전공사의 V체크마크는 사용전검사를 하는 전기안전전문기관에서 준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KC, KS인증을 내주는 기관에서 받은 V체크마크 인증은 있으나마나 입니다.”(A사 대표)

“이제는 그나마 홍보가 많이 돼서 전기안전공사의 V체크마크 인증을 받았다면 중소기업 제품이라도 현장에서 인정을 해줍니다.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V체크마크 인증을 획득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기재부의 이번 결정은 중소기업이 법정 검사·전문기관에서 제품의 안전성을 공식 인정받아 대기업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빼앗는 꼴이 됐습니다.”(B사 대표)

전기안전공사 V체크마크 인증업체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방안의 일환으로 전기안전공사의 시험·인증기능을 비핵심업무로 규정하고, 내년 6월까지 폐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시험·인증업무는 민간에도 경쟁기관이 다수 존재하고, 공공부문에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 존재하는 만큼 전기안전공사의 조직 및 기능 효율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폐지를 결정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전기안전공사의 V체크마크 인증을 유지하고 있는 전력기자재 업체들은 정부가 이관기관을 확정하는 대로 인증 이전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정부의 이번 결정이 절차도, 명분도, 효과도 없는 잘못된 방향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일방적 결정, 인증에 대한 인식부족에 ‘실망’

V체크마크 인증업체들이 정부의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첫 번째는 일방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다.

기재부는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안을 마련하면서 기관별 기능분류 및 운영실태 점검을 거쳐 전문가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협의까지 거쳤다고 했지만 정작 전기안전공사의 시험·인증업무 폐지를 결정할 때는 이해당사자인 V체크마크 인증기업들의 의견수렴 과정은 생략했다.

상당수의 인증업체들은 “이달 12일 전기안전공사가 시험·인증기능 폐지 결정에 따른 후속계획과 일정을 소개하고, 의견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개최한다는 통보를 받고 나서야 정부의 이번 결정을 알게 됐다”면서 “말이 공청회이지, 그것은 그냥 일방적인 설명회였으며, 전기안전공사 시험·인증업무의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업체들의 의견은 아예 무시한 채 탁상행정으로 방침을 정하고, 나중에 통보하는 식으로 알리는 정부의 무심함에 화가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 이유는 전기안전공사의 V체크마크 인증을 비핵심업무로 치부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V체크마크의 도입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는 게 인증업체들의 중론이다.

인증업체들에 따르면 V체크마크는 강제인증제도나 공인시험 면제제도에 비해 정책적으로 우수한 제도이며, 특히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이나 전기사업법에서 제외된 전기안전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타 인증과 달리 건물의 준공 전에 반드시 받아야 하는 전기안전공사의 사용전검사와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전기안전공사의 V체크마크가 최초 인증은 물론 정기 공장 및 제품 사후심사, 3년 주기의 갱신심사 등이 본사 유관부서 담당자로 구성된 인증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며, 제품에 대한 KS규격은 물론 전기설비기술기준의 판단기준, 내선규정 등에 대한 적법여부까지 확인하는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C, KS인증품이라고 해도 전기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 제품을 설치할 때는 전기설비기술기준 등을 적용하며, 전기안전공사도 사용전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KS나 단체표준처럼 별도의 인증이 없는 신기술·신제품이 현장에 적용돼도 아직 전기설비기술기준 및 판단기준이 없다면 전기안전공사는 사용전검사 이전에 전기적 시설을 포함한 해당 제품의 안전성을 V체크마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전기안전공사는 전기설비의 검사·점검업무를 담당하면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안전요건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런 평가기준을 V체크마크 인증에 반영해 나가고 있다”면서 “또 KC나 KS는 해당제품의 안전, 표준에 관한 사항이지만 V체크마크 인증은 제품과 제품, 제품과 시설, 제품과 공법 등이 현장여건과 기준에 맞게 조화를 이루며 안전성을 담보하는지를 보는 것인데, 전기안전공사는 사용전검사를 하는 법정 안전기관이라 이런 안전성을 보는 노하우가 있지만 다른 시험기관은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기안전공사의 시험·인증업무는 민간과 경쟁하는 비핵심업무가 아니라 ‘전기재해 예방’이라는 설립목적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기능이라는 게 V체크마크 인증기업들의 견해다.

▲V체크마크 신뢰도 추락과 인증비용 인상 ‘걱정’

인증업체들은 당장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V체크마크 인증에 대한 신뢰도 추락과 함께 인증비용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 V체크마크 시험·인증업무가 타 기관으로 이관돼도 동일한 평가기준과 시스템이 갖춰질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한 인증분야 전문가는 “V체크마크는 KAS(한국제품인정기구)에 따른 것으로, ISO/IEC 17065의 틀에만 맞추면 내부적인 시스템은 자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도 전기안전공사와 똑같이 (기준 및 시스템을 마련해서) V체크마크를 인증하는 기관은 없다”면서 “결국 인증을 주는 시스템 차이는 인증비용 및 시간과 직결되는데, 앞으로 이관대상으로 선정된 기관이 어느 정도는 안전공사의 시험·인증시스템에 맞춰가는 작업을 하겠지만, 완전히 똑같은 평가인증 체계를 갖춘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향후에 V체크마크 인증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V체크마크 인증을 보유한 업체 대표는 “전기안전공사의 시험·인증업무를 타 기관으로 이전할 경우 기준변경, 인증 이후 사후심사기준 개정, 시험 및 인증수수료 인상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업계의 이 같은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정부는 전기안전공사 인증센터가 했던 시험평가기준, 공장평가기준, 시험방법 등을 이관기관이 그대로 도입하도록 강제하고, 열악한 중소기업을 위해 인증 및 시험수수료는 최소한 기존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