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0주년, 역동적이고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
중저압・통신분야 1위 지키며 신사업 발굴 총력”

LS그룹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주력계열사 대부분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인적쇄신을 위한 임원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2015년 말 김연수 LS I&D 부사장은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고 조직분위기를 쇄신해 그룹의 성장을 주도할 인재로 평가받으며, 가온전선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실제로 김 대표는 1985년 LS전선 입사 이후 30여년간 광통신, 데이터케이블, 통신공장장 등을 두루 경험한 통신분야 베테랑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제외한 LS전선의 주요 요직을 거친 전선업계 최고의 전문가로 꼽혔다. 특히 미국 수페리어에식스(SPSX)의 구조조정 PMO(Project Management Officer)로서 강한 업무 추진력과 글로벌 비즈니스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이제 가온전선 대표로서 새롭게 진출한 초고압 사업 등 신성장동력을 키우고, 건설·조선 등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전선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내수 1위의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삼성동 집무실에서 김연수 가온전선 대표를 만났다.

▶취임 후 반년여가 지났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본다면.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가장 먼저 느낀 부분은 ‘저력의 DNA’와 통신·중저압 시장의 ‘톱(Top)’ 이미지에 매몰된 일종의 ‘굴레’였다. 가온전선에는 창립 후 70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남다른 저력이 존재했다. 같은 그룹 LS전선에 있을 때는 상대적으로 작아보였지만,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았을 뿐 통신·중저압 1위라는 존재감은 강력했다. 하지만 반대로 보다 창조적이고 도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 중저압·통신 1위 이미지에 매몰돼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부분에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TF를 구성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가온전선은 국내시장 부동의 1위였다.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이나 문제의식이 적었던 것 아닌가.

“그런 면도 있었다. 위기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했지만, 상대적으로 더딘 감이 있었다. LS전선은 국내 최대 전선업체로 가용자원이 풍부했다. 가온전선도 이에 뒤지지 않는 가능성이 있지만, 충분히 발휘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했다. 따라서 2개의 TF 중 하나는 젊은 직원을 다수 투입, 내년 70주년을 맞아 보다 역동적이고 젊은 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또 하나는 중저압·통신 등 기본사업을 지키면서 신사업을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다. 고민의 범위는 전선과 연관되는 분야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영역과 시장, 경영인프라까지도 포함돼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크로스펑셔널팀(Cross Functional Team)으로, 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표 임명 당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큰 줄기는 중저압·통신 1위를 지켜나가면서도 지속적인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와 관련 나름 생각해둔 바를, 구자엽 회장님과 솔직담백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물었다. 외부 컨설턴트를 통해 가온전선을 제대로 진단하고 변화의 축을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변화를 크게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너무 큰 변화를 주면 따라가기 어렵고 저항이 있을 수 있으며, 성공하든 실패하든 새로운 CEO의 리더십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 먼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변화를 이끄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라는 얘기다. 회장님이 전선사업에 대해 잘 알고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회사에서 CEO로 일하게 돼 개인적으로 행복하고, 자극이 되고 있다.”

▶가온전선의 중심사업인 중저압·통신 시장은 점점 위축되고 경쟁은 치열해지는 상황이라, 미션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히든카드가 있나.

“단기적으로 원자재값이나 환율 변동 등 외부적 요인이 아무리 변화해도 최소 1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생존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러면서 조직이 목표에 억눌리지 않고,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람 하나하나와 조직, 회사 전체의 역량을 한줄기로 통하게 하고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경영 인프라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가온전선이 속한 LS그룹의 소재, SCR부터 전선, 중저압·통신 등 하나로 이어지는 시스템과 여기에 대응하는 가온전선만의 속도감도 강점이다. 또 촘촘한 영업망을 통한 2~3중 커버리지는 국내 어떤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중저압·통신 제품에 대한 생산 체계가 유연한 것도 장점이다. 이 같은 부분을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야 한다. 현재까지는 당초 세운 계획대로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전선 시장이 위축되면서, 구조조정이나 대중소기업 상생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구조조정은 결국 시장 논리에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다. 또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에게 달려있다. 경영자가 확실한 비전과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지, 변화하는 세상에서 스스로 살길을 찾을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구조조정을 요청하거나 다른 회사와 합병해 시너지를 만들도록 가야한다. 이건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전선업계는 늘 위기에 있었지만, 완벽한 공황은 없는 시장이다. 위기에 단련된 생존력은 어느 업계보다 뛰어나다고 본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단순히 OEM 물량을 많이 주는 방식 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뭔지 파악하고 국내로 가져와 역량이 있는 중소기업과 함께할 계획이 있다. 중소기업들은 지닌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어 공급하고 가온전선이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영업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새롭게 진출한 초고압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초고압 사업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초고압은 기존의 중저압·통신과는 시장과 조직, 기술,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다른 분야다. 올 연말까지 100억원에 이르는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조직과 인력, 비용 등 많은 부분이 준비됐고, 올해 연말을 목표로 한국전기연구원 인증을 추진해 한국전력공사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그룹 내 LS전선이 하고 있는 초고압 사업 진출을 결정한 데는 내부 교통정리가 있었을 것 같은데.

“초고압도 220kV 이하와 그 위, DC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220kV 이하는 초고압 내에서는 중저압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이중 가온전선은 중저압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하나로 묶여있는 한전 시장이나 LS전선의 해외 법인 등을 따져보면,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때문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로 가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초고압 분야 사업 목표는 없나.

“2018년까지 매출 250억원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초고압은 물건을 만든다고 팔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납품된 제품을 운용해서 문제는 없는지 상당기간 살펴보고 검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모든 구매자들이 그렇다. 따라서 매출보다 2018년까지 실적을 쌓고 고객과의 신뢰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뒤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성장은 그 다음 문제다. 너무 보수적으로 목표를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초고압의 특성을 생각하면 꽤 쉽지않은 목표다.”

▶업계에서는 LS전선이 해외에서 초고압 턴키 사업을 수주하면, 일부 가온전선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타 회사에 비해 시장에 연착륙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LS전선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해 가온전선과 협력하는 방식을 말하는 데 여건상 어렵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대부분 중동에서 발주되고, 현재 중동 시장은 결코 좋지 않다. 더구나 220kV이하 시장은 경쟁도 훨씬 치열하다. 또 LS전선은 해외에도 법인이나 자회사가 많아 파이를 나누기는 어렵다. 가온전선은 나름의 방법으로 생존과 성장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전선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30년 이상 업계에 종사한 전문가로서, 전선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전선은 인프라다. 모든 건물과 통신, 전기전자기기가 작동하려면 전선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사업방식이 필요하다. 전기전자기기가 보다 똑똑해지고 콤팩트해지며, 유행에 따라 변화하는 것처럼 전선사업도 쉽게 설치하고 보다 스마트해질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선 산업의 품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나의 파이를 두고 서로의 눈을 찌르기보다, 자신의 위치에서 남보다 강한 분야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은 전선가격을 당당하게 오픈하는 것처럼 우리도 편협된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넓게 보고 업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제나 고객과 주주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있다. 1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 시장, 고객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때문에 회의할 때 모든 자료가 잘 보이는 자리를 항상 비워둔다. 이 자리는 주주, 고객의 자리다. 주주와 고객이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가온전선 전 임직원이 명심할 수 있도록 하는 상징이다. 주식회사의 본질이 무엇인지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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