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 상계백병원 박사
김철 상계백병원 박사

오늘은 나이가 들면서 기운이 빠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하고 입맛도 없어지는 그래서 만사가 귀찮아지는 노쇠(老衰) 현상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현상들을 그저 나이가 들면 누구나 생기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노화(老化)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데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어르신들이 이런 현상을 호소하는 것은 아니며 어떤 분들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왕성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노쇠’는 ‘노화’와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노화(老化)는 우리의 성장이 끝나는 30세 전후에 시작되며 우리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지속적으로 근육과 뼈가 약해지고 심혈관 및 호흡 기능이 줄어들며 시력과 청력 및 기억력을 감소시킵니다. 소위 성인병이라 불리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 생겨나고 심장병, 뇌졸중, 관절염 등의 질병이 발생합니다. 결과적으로 입원치료가 잦아지고 언제부턴가는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의존적인 상태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성공적인 노화(successful ageing)를 맞이하는 분들은 90세 아니 100세가 넘었는데도 큰 병 없이 일상적인 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냅니다. 혹자는 장수 유전자를 타고 난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요?

지난 1세기 동안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크게 낮추었고 결과적으로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 병약한 그래서 괴로운 노년을 보내야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저 오래 사는 것 보다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새롭게 대두된 개념이 바로 ‘노쇠’ 현상입니다.

최근 6개월간 체중이 5Kg 이상 감소했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팔다리 근육이 가늘어졌거나 걷기가 힘들어지고 피로감을 심하게 느낀다면 노쇠 현상이 나타난다고 봐야 합니다. 이는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병이 생긴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노화와도 구별되는 현상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7%, 80세 이상 노인의 40% 에서 ‘노쇠’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노쇠 현상을 늦출 수는 있습니다. 노쇠 현상을 늦출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속적인 육체 활동과 규칙적인 운동입니다. 규칙적인 신체운동은 근력 및 지구력을 회복시켜주고 심리적인 자신감을 갖게 해 독립적으로 살아 갈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 힘을 만들어 줍니다. 이때 주의할 것은 과격한 운동 및 과도한 운동은 부작용과 합병증을 일으켜 오히려 해로울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운동은 유산소 운동입니다. 파워워킹(빠른보행), 조깅, 등산, 자전거, 수영,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등이 좋은 예입니다. 다만, 경쟁심을 불러 일으켜 순간 무리할 수 있는 시합은 피해야 합니다. 근력 강화운동도 좋은 방법이나 너무 무겁게 해서는 안되고 한번에 10-15번 정도 반복할 수 있는 무게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든 운동의 강도는 ‘약간 힘들다’, ‘약간 숨이 차다’는 정도가 적당하며 한번에 1시간 이내, 주 3-5회 정도 유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웬만한 거리는 차를 타지 않고 걷는 등 일상 중의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노년의 나이가 되기 전에 미리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노쇠와 노화가 모두 늦춰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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