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680m 수직구 '아찔한 그 곳'
수도권 전력공급 혈관 넓히는 공사 '한창'

인천지역은 인천화력, 서인천화력, 포스코파워 등 대규모 발전소가 모여 있는 수도권 서부지역 최대의 발전단지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인천은 물론 경기, 서울지역에 공급되며, 이곳을 연결하는 전력계통은 수도권 핵심 전력공급 루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발전 공급력은 계속해서 증가해 왔지만, 송전선로 등 계통설비는 보강이 늦어지면서 항상 불안 불안한 가운데 수도권 전력공급이란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 왔다. 전력당국은 경기 북부지역 발전력을 확대해 전력공급 루트를 분산하고, 인천과 서울 서부지역을 연결하는 전력계통 설비를 보강해 수도권 계통을 안정시킬 계획이다. 그의 일환으로 시작된 공사가 인천 가정개폐소에서 서울 영등포 영서변전소를 잇는 대규모 전력구 공사다.

총길이 23.452km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긴 전력구 공사다. 전체 노선 중 8734m는 이미 준공돼 전력공급을 하고 있으며,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곳은 14km구간이다. 9개의 수직구를 기준으로 가정~신부평#2구간, 신부평#2~영서1구간, 신부평#2~영서2 구간 등 총 3개 공구로 나눠 공사가 진행된다.

공사기간은 지난 2014년 6월 시작해 오는 2018년 12월까지 54개월이며, 2019년 12월부터는 전력공급이 가능해져 인천지역과 수도권의 전력공급의 흐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 경인건설처 관계자는 “현재 부평변전소가 과부하 상태로 신속히 건설되지 않으면 제한송전 등 급박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공업체와 긴밀한 협조속에 계획된 공정대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 공사금액은 전력구와 케이블을 포함해 약 5000억 원에 달하며, 5월 중순 현재 15.4%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신부평#2~영서2 구간 전력구 현장

수직구 입구에 설치된 공사용 엘리베이터를 타자 덜컥 문이 잠기더니 지하 68m 수직구를 미끄러지듯이 내려갔다. 68m 수직구는 아파트 25~26층 높이. 수직구를 내려오자 말끔히 뚫린 터널이 보인다. 터널 한가운데는 작은 레일이 놓여있다. 덜커덩 거리는 객차를 타고 1.7km 정도 달리자, 공사구간이 나왔다. 지하 깊은 공사 현장이라 산소공급 문제, 먼지날림 등을 걱정했는데 여느 육상의 공사현장 보다 깨끗할 정도로 숨 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계룡건설 이긍희 소장은 “작업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하 산소공급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지하수, 비산먼지 등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깥 날씨가 다소 더웠는데 오히려 지하의 시원한 기온 때문에 쾌적함을 느꼈다.

전력구 공사는 터널을 뚫으면서 터널벽을 조립해 완성하는 TBM(Tunnel Boring Machine)으로 진행됐다 .터널을 뚫는 방식은 크게 NATM(폭약 발파) 공법과 ‘비개착공법’으로 불리는 기계식(TBM) 공법이 있는데 TBM 공법이 NATM 공법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이어서 도심 터널공사에는 주로 쓰이는 방식이다.

TBM(Tunnel Boring Machine)은 터널 굴착부터 구조체 시공, 굴착토사(암반) 배출까지 모든 터널 시공과정이 기계화, 자동화된 장비다. TBM은 굴착 전면에서 후방설비를 포함해 길이가 80m가까이 된다. 굴착기 전면의 커터헤드를 회전시키며 터널을 뚫고 후방에서 미리 제작한 Segment(터널 벽조각)를 조립해 벽을 설치하며 전진한다. 굴착과정에서 발생한 토사는 후면에 설치된 컨베이어를 통해 옮긴후 토사 운반용 객차를 이용해 터널 밖으로 배출된다.

이긍희 소장은 “현재는 24시간 쉼 없이 굴착공사를 하고 있으며, TBM 공법을 이용해 한달에 평균 170m~180m 가량을 굴착하고 있다”며 말했다. 다만 “ 장비의 정비 및 직원들의 피로도를 감안해 공정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력구 공사는 어찌보면 극한 환경에서 공사를 하기 때문에 현장 안전관리는 공정관리보다 중요하다. 또 대형 토목공사를 수행하다 보니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세밀히 살펴가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형복 경인건설처 차장은 “지하철 등 다중 이용시설이 인접한 곳에 전력구가 있을 경우 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위해 실시간 진동 및 균열 자동측정계를 설치해 주변을 관찰하고 있으며, 전력구 주변은 지하수위계 및 지중경사계를 설치해 항상 측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칫 터널현장 싱크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터널상부 및 수직구 주변에선 싱크홀 사전탐지를 위한 GPR(Ground Penetration Radar)탐사를 분기별로 시행하고 있다. 배토량 관리도 철저한데 실시간 스캐너로 굴착량을 촬영해 터널크기(굴진량) 대비 퍼낸 흙(배토량)이 155% 이상일 경우 공사를 중지하고 원인을 분석한다. 세그먼트에 대한 품질관리도 철저히 해 제작과정에서부터 제대로 만들어 졌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공장검수는 물론 규격 조립상태 등을 수시로 체크하며, 안전한 전력구건설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민원에 대한 발빠른 대처...순조롭게 공사 이어가

경인건설처의 전력구건설 현장도 집단민원 및 지자체의 허가취소로 처음에는 발목이 잡혔었다. 경인건설처에 따르면 현재 서울, 인천지역 수직구 5개소는 정상적으로 공사 중이며, 부천시구간은 민원 및 허가취소로 공사 중지를 받았으나 법원으로 부터 집행정지 결정 및 행정소송 승소를 통해 공사를 재개한 상태다.

전력설비 건설현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자파 문제도 사업을 어렵게 했다. 경인건설처 관계자는 “신원미상의 시민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지중 송전선로(지하 40~50m)에서 발생되는 전자파가 경과지 반경 400~500m, 크게는 100km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암, 백혈병, 알츠하이머, 각종 질환 발생을 주장해 경찰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인건설처는 전자파에 대한 민원인들의 불신 및 부천시의 요청에 따라 유사지역 터널 상부 지표면의 전자파를 측정해 인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측정결과 0.1~0.8mG (국내기준 833mG, 국제권고치 2,000mG) 수준) 결과를 부천시 및 주민들에게 알렸다. 또 지역주민들을 인근 유사 공사현장에 초청해 보여주며 전자파 피해가 없다는 것을 인지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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