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거듭할수록 낮아지는 COP 위상과 관심도…왜

일부 성과 있었지만…주요 과제는 미해결로 남아 환경계 “COP, 여전히 유일한 글로벌 검증 장치”

2025-11-25     오유진 기자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알리는 표지판. [사진=연합뉴스]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30)가 일부 성과를 남기며 폐막했지만, 기후총회로서의 위상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COP30는 당초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늦어진 지난 22일(현지시간)에 폐막했다. 당초 21일 최종 합의문(결정문)을 도출하고 폐회할 예정이었으나 핵심 쟁점들 둘러싼 당사국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막판 철야 협의 끝에 채택된 ‘무치랑(Mutirão) 결정문’에는 다자협력 강조, 각국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이행 가속화, 2035년까지 적응 재원 3배 확대 등 일부 성과가 담겼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서 실질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화석연료 감축 로드맵과 신규 기후재원 로드맵 등 주요 과제가 미해결로 남으면서 기후총회의 역할과 실효성, 위상에 대한 의문이 또다시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탈탄소 전환에 따른 경제적 부담 ▲탄소 다배출국가의 무관심 ▲기후리더십 부재 등을 COP에 따라 붙는 물음표의 배경으로 꼽는다.

최승신 C2S 대표는 이른바 기후선도국으로 불리는 ‘유럽연합’(EU)의 변화를 주목했다.

기후의제가 곧 전기요금 상승과 산업 비용 증가로 연결되며 정치 지형의 변화를 일으킬 정도로 백래쉬(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을 이르는 말)가 커졌고, 이 과정에서 EU는 COP에서 예전만큼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기후총회에 대한 관심도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

관련해 최 대표는 “EU는 풍력·태양광을 기반으로 탈석탄을 추진하면서 ‘청정에너지 존’을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EU 청정에너지 제도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지속가능한 법과 제도를 선도하면서 신산업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며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되살아났고, 인플레이션과 전기요금 상승으로 정치적 불안까지 확대되는 등 부작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현영 서울대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 변호사 역시 EU의 기후리더십 부재를 COP 회의론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EU가 약간 길을 잃은 것 같다”며 “그린뉴딜로 경제성장을 병행하고 청정산업딜까지 마련했지만, 결국 경제 이슈를 더 챙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기후정책이 후퇴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COP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데는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도 큰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스·석유 가격이 급등하자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 같은 장기 전략보다 에너지 안보를 우선순위에 놓았다.

특히 러우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과 유럽의 수요 확대는 미국의 화석연료 채굴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로 이어졌다. 더불어 화석연료 산업의 수익성과 수출 경쟁력을 지키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협정 탈퇴가 단행됐다.

이처럼 탄소 다배출 국가인 미국·중국·인도의 결여된 의지와 EU의 잃어버린 기후리더십이 겹치면서 COP는 해마다 화석연료 감축, 전환 비용 분담, 기후재원 마련·분배 등 핵심 의제에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선언만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심도 하락은 물론, 당사국 간 기후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장으로서의 실효성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환경계는 COP의 관심도 제고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기후총회 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실효성 논란에 선을 그었다.

박윤경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 주요국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 지연, 각종 로드맵을 둘러싼 반복된 이견 등으로 인해 의미 있는 선언이 충분히 이행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이유 등으로 ‘COP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금까지 COP 자체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 면이 있더라도 COP라는 논의의 장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리더십과 약속이 촉진됐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COP은 각국의 목표와 이행 현황을 모으고 비교하면서 서로의 책임을 검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글로벌 장치로, 기후위기 대응은 결국 다자간 협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COP에서 축적되는 논의·합의·신호들은 향후 글로벌 전환 로드맵의 핵심 기반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