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의 승리”…COP30 ‘화석연료’ 빠진 합의문 도출 후 폐막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및 에너지 전환 실행 계획 명문화 실패 산유국 반발에 EU 한발 물러서자 “기후 리더십 상실” 비판도

2025-11-23     오유진 기자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30)를 알리는 표지판이 브라질 벨렝에 설치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30)가 화석연료 감축 논의에서 뚜렷한 진전 없이 폐막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은 폐회 시한을 하루 넘긴 22일(현지시간)에 최종 합의문을 채택하며 막을 내렸다.

COP30은 당초 지난 21일 최종 합의문을 도출하고 폐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합의문에 담길 문구를 둘러싸고 산유국과 유럽연합(EU)과 아시아·태평양 도서국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이번 총회의 핵심 쟁점은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합의문에 명문화할 수 있을지 여부였다.

앞서 2년 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개최된 COP28에서 도출된 최종 합의문에는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지구온도 상승 1.5도 제한 목표의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안됐던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out)이 아닌 보다 완화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 시작을 명기하는 데 그쳤던 만큼 보다 명확한 로드맵이 이번 총회서 마련될지 주목됐다.

이에 브라질은 의장국으로서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 마련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강한 반대가 이어지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결국 브라질은 폐회를 앞두고 화석연료 관련 문구를 삭제한 합의문 초안을 제안했지만 EU와 아시아·태평양 도서국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사국 간 첨예한 대립이 폐회일을 넘어서까지 이어지자 EU 측이 밤샘 협상 끝에 절충안을 수용했고, 그 결과 화석연료 관련 문구가 제외된 최종 합의문이 도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산유국들의 승리이자, COP의 후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해 최승신 C2S 대표는 “그간 기후 의제를 주도하던 EU의 요청과 달리 화석연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모두 사라졌다”며 “이는 유럽의 기후 리더십이 상실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다만 COP30·31 의장국이 주도하는 ‘1.5도를 향한 벨렝 미션’을 출범키로 결정하면서 향후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기후재원 조성도 주요 논의 의제로 다뤄졌다. 최종 합의문은 개발도상국의 기후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2035년까지 연간 최소 1조3000억달러 규모의 재원 확보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이 목표는 COP29에서 합의된 연간 최소 3000억달러의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를 포함한다.

또 기후 변화 적응 지원과 관련해 합의문은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현 수준의 약 3배로 늘리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COP30은 아마존 지역에서 열리는 만큼 생물다양성 보호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특히 브라질은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장기적인 재정 지원을 목표로 하는 열대림 영구 보전 기금(TFFF)을 출범을 공식화했다.

TFFF는 전 세계 아마존을 포함한 열대 및 아열대 숲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재정 지원을 목표로 한다. 이 기금은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혼합 자금(blended finance) 모델을 통해 조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