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스포츠카도 전기차로? BYD 양왕 U9이 답하다…혁신 기술과 고성능차 딜레마

정저우 서킷에서 양왕 U9 트랙 주행 가속과 코너링에서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안정성 정형화된 성능과 브레이킹 탓에 주행 재미는 떨어져

2025-11-21     중국 정저우=김재웅 기자

양왕 U9은 BYD 역량을 한껏 끌어모은 슈퍼카다. 가격이 3억원 수준이지만, 상용화 경계에 있는 첨단 기술을 모아 '괄목상대'한 중국 자동차 산업 현 주소는 물론 전기차가 왜 내연기관을 넘은 대안인지를 보여준다.

BYD는 정저우 서킷에서 U9을 직접 타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적지 않은 비용임에도 전세계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 1km를 조금 넘는 짧은 거리였지만, 충격은 기대 이상이었다.

디자인부터 중국산 자동차라는 선입견을 깔끔하게 부순다. 누가 봐도 세련된 하이퍼카 스타일로, 낮은 차체에 커다란 휠과 스포일러가 익숙하면서도 독특하다. '드래곤 페이스'라는 디자인 철학으로, 기존 서구 스포츠카에 용에서 모티브를 따 중국적이고 동양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버터플라이 도어를 위로 들어 올리고 자리에 앉기까지 과정마저 설렌다. 여느 고성능 스포츠카처럼 낮은 시트 포지션에 몸에 딱 달라붙는 시트로  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양왕 U9은 완벽한 코너링 성능이 인상적이었다. [사진=BYD]

가속 능력은 직선 거리에서도 페달을 마음껏 밟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최고출력 1306마력에 최대토크가 1680Nm에 달한다. 힘을 주는 만큼 속도계도 함께 바뀌는 느낌이다.

U9이 세계 최고 속도로 유명해졌지만, 오히려 가장 특별한 성능은 코너링이었다. 얼마나 잘 버틸지 불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스티어링을 돌리며 안정성을 시험했는데, 아무리 속도를 올려도 오버 스티어 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궁극의 전기차 기술로 불리는, 인휠모터에 가까운 e4 시스템 덕분이다. e4 시스템은 모터 4개로 바퀴를 각자 굴리는 방식으로, 바퀴마다 초당 100번 이상 토크를 바꾸며 차체를 안정화한다.

고속으로 코너에 진입하면 4방에서 독특한 소리와 힘이 가해지며 색다른 조향감을 만들어낸다. 어떤 존재가 미끌어지는 바퀴를 밀고 땡겨주는 느낌. 돌리는대로 비틀고 보는 곳으로 달린다. 마치 UFO에 탄 듯 했다.

유압식 서스펜션, 디서스 X는 쏠리는 느낌도 최소화한다. 마찬가지로 4개 바퀴에서 각각 수직 충격을 빨아들이는데, e4와 동기화돼 차체 수평을 맞춘다.

버킷 시트가 운전 자세도 잡아준다. 능동형 사이드 볼스터를 탑재해 몸이 쏠리는 방향을 단단하게 지지한다. 안전하다고 속삭이는 듯 했다.

양왕 U9 주행 모습 [사진=BYD]

그러나 U9이 마냥 긍정적이기만 하지는 않았다. 달리기 위한 머신으로 보면 완벽에 가까웠지만, 정작 달리는 이유인 재미를 충족할 수 있을까에 의문이 컸다.

직관적인, 혹은 기계적인 조작감이 가장 이질적이었다. 가슴을 설레게하는 배기음과 함께 엔진과 한몸이 되는 듯한 내연기관 스포츠카와는 달리, 밟는 만큼 가고 서는 방식 때문에 그저 레이싱 게임을 하는 듯한 감성으로 남았다. 버추얼 사운드도 감흥을 주지 못했다.

특히나 브레이킹은 스포츠 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다소 이질적이고 정형화된 세팅 때문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여느 스포츠카와 같이 단단한 페달 답력을 구현했지만, 정작 밟는 깊이에 따라서만 정직하게 감속력을 높였다. 회생 제동이 먼저 걸리는 탓인지 답력도 갑자기 무거워지는 구간이 존재했다. 마음껏 달리고 서기가 무서웠다는 얘기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고성능차를 만들기 어려워하는데, 내연기관 고성능차를 만든 적 없는 BYD가 구현하기는 쉽지 않은 노하우다. 어쩌면 전기차 시대를 살아야 할 우리가 적응해야만 하는 미래이기도 하다.

다만 전기차로 모든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의문에, U9은 여전히 작은 물음표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