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中 전력산업 전력질주…한국도 안주할 틈 없다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전력장비 및 기술전시회(2025 EP 상하이) 전시장을 걷다 보면 중국 전력산업의 기술 진화 속도가 더 이상 추격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규모는 물론이고, 제품·솔루션의 폭, 기술 방향성, 문제 해결 속도까지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전기신문이 주관한 ‘2025 상하이 국제전력장비 및 기술전시회(EP 상하이)’ 산업시찰단 참석자들도 같은 느낌을 공유했다.
올해로 39회를 맞은 EP 상하이는 ‘디지털·지능화로 여는 새로운 전력 생태계’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전력 디지털화·자동화·저탄소 기술이 결합된 신형 전력시스템을 총망라해 보여줬다.
특히 재생에너지 급증과 데이터센터 확대 등 중국 전력시장이 직면한 현안을 반영한 솔루션이 대거 등장했다. 친트(Chint)의 직류 변환 밸브와 고압 ESS 시스템을 비롯해 ▲줄란 일렉트릭(JULAN Electric)의 중·저압 스위치기어와 에너지·탄소 관리 플랫폼 ▲국둔양자(国盾量子)의 양자암호통신(QKD) 기반 보안 기술과 실온 초전도 양자컴퓨팅 제어 시스템 ▲선전에너지의 태양광·풍력·수소·그린암모니아 통합 솔루션 ▲유니트리(Unitree Robotics)의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 등 기술 범위도 광범위했다.
전시장을 찾은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중국 기술이 아직은 따라오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분야까지 손을 뻗고 있다”, “가격만 싸다는 인식은 오래전 얘기다. 기술 방향성 자체가 매우 공격적이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중국 기업들이 하드웨어에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통합 생태계를 구축하는 흐름은 한국 업계도 분명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한국은 전력·전기 분야에서 여전히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력도 탄탄하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 개발 속도 역시 가속력을 붙이고 있고, 그 변화가 국내외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전력·에너지 산업은 지금 전환기의 한가운데 있다. 더 스마트한 전력망, 더 효율적인 기술, 더 안전한 친환경 설비를 둘러싼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 산업이 이 흐름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이번 EP 상하이 전시회가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도 안주할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