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풍력 수출하는데, 해상풍력은 언제쯤
한전, 사우디서 1.5GW 육상풍력 수주…국내 공급망 참여는 제한적 낙수 효과 큰 해상풍력 수출 필요한데 민간선 금융‧리스크 관리 어려워 국내서 2.7GW 추진하는 한전, 인프라 만들고 수출 교두보 역할 해야
한국전력공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5GW 규모의 대용량 육상풍력 수주에 성공하며 미래 수출 산업으로서 풍력 업계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더욱 부가가치가 높은 해상풍력 프로젝트 또한 수출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매체인 SPA 통신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국전력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수도 리야드에 설치 예정인 1.5GW 용량의 다와드미(dawadmi)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총 사업비는 8억9200만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로 전해진다.
한전 컨소시엄은 한전이 최대 지분인 40.01%를 보유하고 있으며 에티하드수력전력회사(EtihadWE)가 39.99%, 네스마가 20%를 보유하고 있다. 한전 측에선 아직 비용, 공급망 등 세부사항을 두고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전이 1.5GW라는 역대급 규모의 육상풍력 단지 수주를 마무리하고 상업운전에 나서게 되면 대규모 포트폴리오를 통해 향후 한전의 추가 풍력 프로젝트 수주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전이 육상풍력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더욱 높은 해상풍력 수출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다와드미 프로젝트의 경우 한전 컨소시엄에 국내 공급망 기업이 참여하고 있지 않아 국내 주기기 기업들의 참여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터빈의 경우 국내 제조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이 이번 대규모 수출 프로젝트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전이 육상풍력뿐 아니라 해외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혜택이 국내 산업계로 이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전 관계자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해외에 수출하게 되면 국내 공급망 기업들을 대거 활용해 실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쌓여가는 육상풍력 수출 실적, 해상풍력으로 이어져야
한전은 이번 드와드미 프로젝트 수출에 앞써 지난 2013년 요르단 푸제이즈에 89MW 규모 육상풍력 프로젝트를 단독으로 추진해 성공시킨 바 있다. 당시 포스코건설이 발전소 건설을 담당하면서 대표적인 국내 수혜기업이 됐다.
이외에도 한전은 중국에서 풍력단지를 개발한 바 있으며 한전 자회사인 남부발전과 서부발전 또한 요르단과 유럽에서 다수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아울러 민간에서는 DL에너지가 요르단과 파키스탄 등에 50MW 규모 풍력단지를 여러 차례 개발한 바 있다.
다만 국내 기업 중 해상풍력을 수출한 사례는 아직까지 전무하다. 해상풍력은 개별사업자가 입지발굴, 풍황계측을 비롯해 각종 인허가를 취득해야 해 개발 단계부터 준공까지 약 10년의 기간이 걸린다. 이뿐 아니라 약 2조~3조원의 대규모 투자비가 필요하고 회수에도 최대 20년이 걸리는 만큼 민간 기업이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에너지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기준 MW당 투자비는 태양광 11억원, 육상풍력 20억원, 해상풍력 55억~65억원 수준이다.
이에 국내에서 해상풍력 수출이 가능한 기업은 한전이 유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의 경우에도 덴마크 오스테드와 노르웨이의 에퀴노르, 프랑스 EDF 등 주요 국영 에너지 기업들이 해상풍력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상풍력을 무서운 속도로 보급하고 있는 중국 또한 국영기업들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수출에는 수조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국내 포트폴리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민간 기업이 홀로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기업으로서 기업 신뢰성과 PF(금융)를 포함한 해외 사업 경험, 전문성 등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해상풍력 수출이 가능한 기업은 한전 정도”라고 말했다
▶한전이 해외 사업 개발 나서면 공급망 육성 ‘낙수효과’
한전이 해상풍력 사업 수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 기업들이 내수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포트폴리오를 쌓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해상풍력 시장서 2025년 상반기 발전사업허가 용량 기준 외국계 기업의 비중은 52%에 달한다. 이에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시행된 정부 풍력 입찰에서 선정된 11개 현장 중 국산 터빈 사용이 확정된 곳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지오션이 개발하는 영광야월해상풍력이 유일하다.
그러나 2025년 풍력 설비 입찰서 공공입찰 시장이 신설되면서 입찰에 선정된 모든 사업자가 두산에너빌리티의 터빈을 사용했다. 이는 국내 공급망 육성을 위해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반증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또한 해상풍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망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전이 해외 사업을 개발할 시 국내 기업들에 낙수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터빈뿐 아니라 하부구조물과 변압기, 전선 등 기업들이 한전의 해외 사업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한전을 통해 국내 해상풍력 보급 확대를 지연시키고 있는 인프라 부족 또한 해결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전력망, 설치선박, 전용항만은 해상풍력의 3대 인프라지만 현재 국내에 10MW 급 터빈 설치가 가능한 전용선박은 1척에 불과하며 항만 또한 목포신항이 유일하다.
한전은 국내 지자체들의 요청을 통해 전북 서남권과 전남 신안에서 2.7G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전의 투자를 통해 선박 발주와 항만 조성 등 공동 인프라가 조성될 수 있으며 국내 공급망 기업들 또한 기술 검증 및 대단지 포트폴리오 쌓기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한전과 국내 공급망 기업들의 해외 사업 개발의 발판이 될 것이란 게 업계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예정된 2.7GW 사업만 제대로 추진하게 되면 민간 기업과 해외 사업을 공동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질 것”이라며 “국내 대표 전력 유틸리티인 한전의 해외 진출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수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