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상하이에서 만난 사람]톈쉬 줄란 일렉트릭 매니저 “전력산업 미래는 하드웨어+AI 관리 플랫폼”
AI 기반 시스템 최적화 목표…하드웨어 넘어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 '제로카본 파크 에너지·탄소 관리 시스템' 개발 역점 추진
“전력 산업의 미래는 하드웨어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능형 관리 플랫폼과 결합한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18일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EP 상하이에서 만난 톈쉬(田旭) 줄란 일렉트릭(俊朗电气·JULAN Electric) 기술엔지니어링부 매니저는 이같이 강조했다.
2009년 설립된 줄란 일렉트릭은 중국 전기산업의 집적지인 저장성 러칭(浙江 乐清)에 본사를 둔 전력설비 기업이다. 전기 수배전반의 연구·설계·제조·판매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며, 최근에는 그린에너지 종합 관리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톈쉬 매니저는 회사가 최우선으로 추진 중인 혁신 프로젝트로 ‘제로카본 파크 에너지·탄소 관리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요즘 산업단지에는 태양광과 ESS 같은 청정에너지 설비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과거처럼 잉여 전력을 자유롭게 계통으로 역송전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올해부터 중국에서도 분산형 전원의 무제한 계통연계가 제한되면서 내부에서 전력을 어떻게 우선 사용하고 저장·조절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시스템을 통해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먼저 소비하고 남는 전력은 ESS에 자동 충전하며 전력요금 피크 시간대에는 ESS에서 전력을 공급해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정전 시에는 조명·냉방 등 비핵심 부하는 자동 차단하고, 중요 설비부터 전력을 공급하도록 설계돼 내부에서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정에너지 사용을 체계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 시스템은 줄란 일렉트릭 자체 산업단지에서 실증 중이며, 시안교통대(西安交通大学)와 공동으로 플랫폼 고도화도 진행하고 있다. 기능이 충분히 검증되는 대로 외부 시장에 본격 공급할 예정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줄란 일렉트릭이 추구하는 기업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줄란 일렉트릭은 신형 전력시스템 구축을 핵심 과제로 삼으며, 그린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녹색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과학원 칭다오 에너지연구소와 함께 ‘탄소산정·관리 공동연구실’을 설립해 ‘쌍탄(双碳·탄소피크·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 지원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번 EP 상하이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신제품인 친환경 가스절연(GIS·RMU) 솔루션은 기존 온실가스인 SF₆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건조공기 또는 질소 절연 기술을 적용한 장비다. 현장 배선 작업량을 줄이고 유지보수 부담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
10kV급 건조공기 절연 장비는 외형을 키우지 않고 절연 성능을 향상시켰으며, 내부 압력이 높아져도 기계적 변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 강성을 강화했다.
중동 시장을 겨냥한 모델은 사우디아라비아 기후 환경을 고려한 이중 구조 방진·방사 설계를 적용해 사막지대의 모래·먼지가 절연부·조작기구·케이블 접속부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도록 제작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배전 자동화 기능도 폭넓게 통합해 원격 모니터링·상태 진단·고장 예지 등 스마트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절연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까지 줄여 스마트그리드 및 디지털 배전 환경에 적합한 장비라는 설명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톈 매니저는 AI 기반 에너지 시스템 최적화를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AI는 기상예보와 과거 발전·부하 데이터, 설비 특성 등을 분석해 태양광·풍력 발전량을 예측하고, 그 결과로 ESS의 최적 충·방전 계획을 도출할 수 있다”며 “시간대별 전기요금(피크·오프피크)을 반영해 전력 구매·사용을 정교하게 최적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자율운전까지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줄란 일렉트릭은 단순히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제조사를 넘어 하드웨어와 지능형 관리 플랫폼을 결합한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플랫폼 역량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줄란 일렉트릭은 이번 EP 상하이 전시회에서 중·저압 스위치기어, BlokSeT 스마트 저압 수배전반, 33kV 옥외용 고압 진공차단기, 단상 원통형 변압기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가성비와 품질을 모두 갖춘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유럽·동남아·아프리카 시장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 사업 확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적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톈 매니저는 “2020년 매출이 약 3억위안(약 600억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0억위안대(약 2000억원)까지 증가했다”며 “제품 포트폴리오도 초기 단품 중심에서 변압기·수배전반 등 완제품으로 확장했고, 최근에는 지능형 배전시스템과 탄소 관리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