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소부장 산업, 3분기도 '혹한기'...장비사는 ‘실적선방’에 업황 개선 기대

동박·분리막 적자 심화 속, 원익피앤이·하나기술 등 일부 장비사 흑자 전환 성공 엔켐은 거래정지 해프닝도

2025-11-20     정재원 기자
이차전지 소부장 산업 제품.[사진=챗GPT 생성]

이차전지 소·부·장 산업계도 전기차 시장 침체와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 영향으로 올 3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이어갔다.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지난 14일까지 마감된 이차전지 기업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동박과 분리막 분야 주요 기업들은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매출도 전년 대비 감소했다.

다만 일부 장비 기업들은 유럽 및 북미향 수주 확대와 일부 고부가 사업 진출에 힘입어 흑자 전환과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통상적으로 가장 먼저 실적 개선 조짐을 보이는 장비사들의 회복세에 힘입어 내년부터는 업황 개선도 기대된다.

먼저 동박 국내 대표 3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SKC(SK넥실리스), 솔루스첨단소재가 3분기(단일 분기) 연결 기준 모두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SKC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060억원, 영업손실 52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9% 늘었고 영업손실은 175억원 개선됐다. 2년 만에 매출 5000억원을 회복하는 등 뚜렷한 매출 성장과 손익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이차전지 소재사업에서 매출 1667억원, 영업손실 350억원을 기록했다. 북미향 판매가 크게 확대되며, 전분기 대비 매출이 31% 늘어난 것이 고무적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3분기 매출액 1437억원, 영업손실 343억원을 기록했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회로박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생산 능력을 기존 대비 1.7배, 2028년에는 5.7배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3분기 매출액 1451억원, 영업손실 21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지속됐다. 솔루스첨단소재는 동박 부문을 연내 매각하고 북미를 중심으로 전지박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분리막 부문도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매출액 790억원, 영업손실 47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생산 최적화, 노후화 라인 가동 축소와 운영 경비 절감 등의 노력으로 전분기 대비 영업손실을 66억원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더블유씨피(WCP) 또한 올 3분기 매출 291억원, 영업손실 3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6% 감소했으며, 전분기 대비도 23.8% 줄었다.영업손실 폭은 전년 동기 대비 59.7%, 전분기 대비 19.2% 각각 확대되는 등 적자 기조가 심화됐다.

전해액 대표기업 엔켐은 분기보고서 제출 마감일에 주권 매매거래가 일시 정지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엔켐은 중국 다불다신소재 주식회사와 체결한 공급 계약이 취소되면서 별도 기준 매출은 마이너스 63억원으로, 분기 매출액도 3억원을 밑돌아 잠시 거래가 정지됐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엔켐 외부감사인의 확인서 등을 확인한 결과 분기 매출액이 3억원 이상에 해당해 거래 정지는 해제됐다. 엔켐 관계자는 “상기 내용이 제외된 순 매출액은 123억원”이라고 밝혔다.

장비사들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나았다.전극 공정 장비 시장을 선도하는 피엔티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6.47% 감소한 1075억원, 영업이익은 56.64% 줄어든 134억원을 기록했다. 일부 고객사 프로젝트 지연과 자회사들의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비용 집행이 수익성에 영향을 끼쳤다.

화성 공정(활성화) 장비 전문 기업 원익피앤이는 같은 기간 매출 952억원, 영업이익 3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2%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됐다. 유럽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수주한 활성화 공정 장비 매출이 3분기에 인식되며 호실적을 나타냈다.

이차전지 자동화 설비 전문기업 하나기술은 3분기 연결 영업이익 4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매출액은 525억원을 기록했다.

조립 공정 장비 업체 엠플러스는 3분기 매출 884억원, 영업이익 71억원, 순이익 72억원을 기록했고, 진단 솔루션 전문기업 민테크도 매출 103억원, 영업이익 1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