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아침) Technical 시대의 Technology - 인간과 기술의 새로운 공생

2025-11-20     고영준 서일대학교 디지털트윈엘리베이터학과 교수/ 공학박사
고영준 서일대학교 디지털트윈엘리베이터학과 교수/ 공학박사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인간이 살아온 발자취를 돌아보면 중요한 변화의 흐름을 맞을 때, 그 변혁의 내용과 어울리는 시대적 닉네임이 붙곤 한다. 그것들은 단지 한 시대 또는 그 시대의 일부 지역에 국한될 때도 많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뭐래도 지구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Technical 시대가 아닌가 싶다. 그러면 Technical 시대의 Technology는 어떤 의미인가?

기술은 더 이상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기술의 언어 속에서 사고하고, 기술의 질서 안에서 살아가는 시대가 도래했다. 따라서, 사회구조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나누던 시대는 이제 기능적 정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른바 ‘테크니컬(Technical)시대’다. 이 시대의 기술(Technology)은 단순한 기계적 수단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와 인간의 의식을 함께 형성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니다. 20세기 산업화 시기의 기술은 ‘효율’과 ‘생산’을 위한 물리적 장치였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은 인간의 인지와 판단, 감성을 포괄하는 ‘지능적 구조물’로 변화하고 있다. AI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로봇은 인간의 동작을 학습하며, 데이터는 인간의 경험을 재구성한다.

기술은 인간의 외부에 존재하는 물체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적 확장체로 기능하고 있다. 이런 테크니컬(Technical)시대의 핵심 기술은 지능화(Intelligence)와 연결성(Connectivity)을 기반으로 한다. AI,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로봇, 블록체인 등은 모두 ‘정보의 순환과 자율적 판단’을 통해 스스로 작동한다. 이는 기술이 단순히 인간의 명령을 수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함께 ‘의사결정의 일부’를 담당하는 주체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기술은 이제 사회적 행위자(Social Actor)로 봐도 좋을 것이다. 인간과 기술의 공생 어떻게 볼 것인가? ‘Technical Human’의 등장은 어떤 의미로 봐야 하는가? 필자의 생각은 기술이 인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이 함께 성장하는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본다.

AI가 작가의 상상력을 돕고, 로봇이 노인의 돌봄을 수행하며, 자율시스템이 도시의 에너지를 조율하는 세상. 이것이 바로 ‘Technical Human’, 즉 ‘기술과 함께 사유하는 인간’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휴머노이드라는 로봇 기술은 인간을 닮기 위해 거친 경쟁을 하고 있다. 사람처럼 걷고, 사람처럼 표정 짓고, 사람처럼 일을 하는 그런 모습들은 새로운 질서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기술과 공존하기 위해,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인간 중심의 기술 철학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기술의 방향은 ‘지속 가능한 공생’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기술의 진보가 반드시 인류의 진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AI의 윤리, 데이터의 편향,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문제 등은 기술 발전이 가져올 그림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Technical 시대의 Technology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인간 중심성(Human-centered Design)을 기본 원리로 삼아야 한다. 기술은 효율의 도구를 넘어 공생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어쩌면 이데올로기 시대의 완벽한 종말을 Technical 시대가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어쩌면 대립의 그늘을 새로운 시대가 치유해 줄지도 모른다는 낭만적인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기술적 빈부의 차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지도 모른다. Technical 시대의 Technology는 우리에게 묻는다. “기술은 인간을 대신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을 확장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달려 있다.

지금은 기술을 경외하거나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기술과 함께 새로운 인간의 길을 설계해야 할 시기다. 21세기는 새로운 산업혁명을 만들어 냈고, 새로운 질서와 규칙을 강요하고 있다. 부지불식간 현란한 모습으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줄 것처럼 다가선 기술의 정체는 인공지능(AI)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수많은 아날로그의 정체는 디지털로 그 모습을 바꾸고 있다. AI·DX라는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AI 강국 세계 3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디 인간 중심의 기술 철학이 함게 발전하길 바란다. 필자도 공학도로서 나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Technical 시대의 Technology는 “인간을 대신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을 확장할 것인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반드시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