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 풍력학회 산업발전전략위원장 “침체된 해상풍력 산업, 답은 언제나 ‘정부 역할’에 있다”
해상풍력, 정부 입찰 물량 줄고 美 시장 축소 등 어려움 산적 PF 위해선 산업 지속성 보장 필요, 10~20년 입찰 로드맵 나와야 무리한 LCR 확대, 산업 발전에 제동,…공급망 유연성 필요 “공공 입찰서 공급망 육성하고 민간 시장서 경제성 검증해야”
해상풍력 산업은 지난 2022년 정부 입찰이 시행된 이후, 산업통상자원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입찰 로드맵 발표와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 특별법)' 제정 등 잇따른 호재로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정부 일찰 선정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관련 인허가의 어려움 등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뜨거웠던 분위기도 차갑게 식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과 공급망 인플레이션 등이 겹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또한 위축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김종화 풍력학회 산업발전 전략위원장은 정부만이 산업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위원장을 만나 최근 업계가 마주한 어려움과 해결방안에 대해 들었다.
▶최근 국내 해상풍력 시장이 침체된 분위기인데 원인을 무엇으로 분석하는지.
“해상풍력은 한 사업당 최소 3조원이 투자되며 개발사들이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PF)을 조달해야 한다. 해상풍력의 PF는 흔한 부동산 PF와는 달리 자산이 담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현금흐름이 담보가 된다. 때문에 20년 동안 문제없이 현금흐름이 일어난다는 확신이 있어야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사업자들에게 확신을 주는 구조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 특히 해상풍력 사업은 정부가 이끄는 사업으로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를 어떻게 관리할 지가 중요하다. 정부가 정책의 지속성을 가지고 이끌어 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이 역할에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급히 10~20년 간의 장기 보급 로드맵을 제시하고 제도적 움직임으로서 이를 지원하는 것이 산업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해법이다.”
▶가장 최근 있었던 상반기 입찰 평가에서 공공형 입찰은 모두 선정된 반면 일반 입찰은 낙찰자가 없었다. 또 하반기에는 해상풍력 입찰이 제외가 됐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나.
“하반기 입찰이 바로 정책의 안정성이 부족한 사례다. 입찰을 하지 않기로 했으면 사전에 공지해 납득이 가능하도록 설득하고 내년 계획을 밝혀야 투자자들이 믿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정부가 상반기는 공공형 입찰만 선정해 놓고 하반기는 예정된 입찰을 시행하지 않으면 업계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데 정책 안정성이 이처럼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어선 안된다. 아시아의 해상풍력 강국인 대만도 LCR을 무리하게 확대하면서 사업이 지연된 바 있다. 정책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우리도 이같은 지연 사태를 똑같이 겪을 수 있다. 또한 상반기 입찰결과도 마찬가지로 일반 입찰 시장에 참여한 사업자들이 왜 떨어졌는지 설명이 안된다. 외부에 한국 시장은 누가 더 정부와 가깝냐에 따라서 당락이 결정되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해를 줄 수 있다. 때문에 입찰 결과가 나오면 결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업계의 요구는 정책을 예측 가능하게 해달라는 것이지 바꾸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 정부 인허가와 주민수용성의 어려움이 최근 더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과정은 어떤 것들이 있나.
“내년 시행 예정인 해상풍력 특별법이 좋은 시그널을 주고는 있지만 군 작전성을 비롯한 인허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해상풍력을 국가의 먹거리 산업으로 계속 키워나가려는 정부의 의지가 아직 하부 정책 담당자까지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부처의 실무자들이 합의된 의견(Consensus)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하지만 현재는 정부 부처가 각자 도생하고 있다. 또 최근 주민들의 산업의 이해수준이 높아지면서 예전에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업에 동의해 주던 것이 이제는 굳이 인허가를 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이익집단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에서도 주민수용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제도의 부재는 개발사와 주민ㆍ어민 간의 갈등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적으로 어민 보상 기준 등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리도 우리나라에 맞는 기준을 만들어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내년 상반기 해상풍력 특별법이 시행될 예정인데, 법안이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보나.
“특별법 시행으로 계획입지가 시행되면 사업지의 사업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돼야 한다. 풍황뿐 아니라 수심과 지질, 지층 등 전반적인 정보가 있어야 한다. 해상풍력은 바람만 있으면 되는 것이라 발전기를 꽂아야 하는 지역의 지질 정보가 굉장히 중요하다. 특별법 하에서는 정부가 이런 조사를 하는 만큼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만약 이 정보가 신뢰성 있게 제공되지 않는다면 결국 사업자가 다시 정보를 취득해야하고 발전단가가 대폭 상향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지고 사업지 조사를 실시하고 어느 정도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것인지 특별법 하위법령에 담겨야 할 것이다.”
▶ 최근 반딧불이 해상풍력이 REC 계약에 실패하면서 부유식 해상풍력의 어려움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 산업에 대해 평가한다면.
“현재 글로벌 공급망에서 부유식 해상터빈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지멘스가메사 한곳밖에 없어 제품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부유체에 엄청난 철강이 들어가는 데 우리나라가 조선과 철강에 강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국내 조선사들이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많이 하고 있어 도크를 비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요소들이 부유식 해상풍력의 경제성을 낮추고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 산업에는 싸이클이 있다. 싸이클이 하향세에 접어들면 조선소들도 부유식 해상풍력의 부유체를 수주하기 위해 도크를 비울 것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공급망 병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에퀴노르가 추진하는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이 지난해 입찰에서 선정됐는데 이는 에퀴노르라는 사업자를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 산업을 선점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 입찰에 선정된 곳은 어느 정도 혜택을 주면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최근 입찰에서 국산 제품을 강조하고 있는데 업계에선 공급망 유연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국산 공급망을 쓰라고 압박하며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고 있다. 해상풍력은 정부가 이끄는 사업(Goverment-Driven-Industry)이다. 개발사와 금융사, 공급망 기업에 사업을 위한 판을 깔아주고 지원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 과도하게 국산 공급망 사용을 강요하면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없다. 언제까지나 정상적으로 들어오는 외국 기자재를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제는 외산 제품을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국산 해상풍력 터빈을 쓰려면 외산 제품 대비 PF 절차가 복잡해 진다. 이를 강조하려면 PF 금액을 정부가 보증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 다만 이는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국산 공급망은 현재 시행 중인 공공 입찰 트랙에서 키우고 다른 입찰 시장에선 민간이 PF를 받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 업계에 제언 한마디.
“현재 러·우 전쟁과 미국의 회의적인 분위기, 원화 약세 등 외부 조건들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다만 이는 단기적인 요소로 짧으면 1년 길어도 5년 안에 해소될 요소들이라고 본다. 시장 성장은 부족하지만 우리 정부가 지난 2011년부터 산업을 육성해 온 만큼 업계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정부만 제 역할을 해준다면 수백개의 우리 제조·건설 기업들에 더해 엔지니어링, 금융, 법률, 상업등 서비스 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답은 언제나 정부의 역할에 있다. 우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외산 공급망에 대한 걱정을 조금 내려놓아야 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은 잃어버린 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