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컨퍼런스)‘원전 5기 규모’ 지붕태양광...‘RE100 산단’ 핵심이지만 장애물 여전
산업계 RE100 압박 심화↑...산단 기반 재생에너지 공급 중요도 확대 ‘사업화 걸림돌’ 임차권·금융·기술 리스크 “장벽 10년 이상 그대로” 기업 RE100 조달난 심화 속 특별법·유연성 자원 확보 필요성 대두
“산단 지붕 태양광은 RE100 전환의 최우선 수단이지만 현장 장벽을 해소할 정책 개입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다. 임차권 보호와 금융·기술 리스크 대응이 제도화돼야 RE100 산단이 제대로 출발할 수 있다.”
명진우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운영전략본부 대표는 13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25년 한국RE100 컨퍼런스’에서 정부가 RE100 산단을 본격 추진하는 현 시점에서 산단 지붕형 태양광의 잠재력과 리스크를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RE100협의체와 고려대학교 기후변화대응기술센터가 주최하고 세미나허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RE100 활성화 및 RE100 산단 실현’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날 명진우 대표는 ‘RE100 산업단지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한 태양광 발전사업 전략’ 발표를 통해 내년 상반기 1호 RE100 산단 지정과 관련 특별법 3건 발의 등 정책 변화 속에서 산단 지붕형 태양광이 확고한 대안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추산 5~14GW, 업계 추산 최대 53GW가 잠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산단 태양광은 육상형 대비 인허가 부담과 민원 가능성이 낮고 계통 여유도 충분해 정책적 당위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자가소비형과 지붕임대형 등 다양한 사업모델이 가능해 기업은 산업용 대비 10% 이상 낮은 전력단가로 재생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명 대표는 그러나 실제 사업 추진 단계에서 산단 지붕 태양광의 현실적 난이도는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명 대표는 가장 결정적인 장애요인으로 ‘지붕 임차권 리스크’를 지목했다. 사업자는 20년 임대계약을 기반으로 총사업비의 70~90%를 금융조달로 충당하지만 다수 산단 건물은 이미 선순위 담보가 설정돼 있어 후순위 담보만 가능한 구조다.
임대인이 파산하거나 담보가 실행될 경우 후순위 권리가 소멸해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지는데 현행 금융권이 인정하는 헷지 수단도 극히 제한적이다. 일본과 독일의 ‘입체 지상권’과 같은 제도가 한국에 부재한 점도 지적했다.
명 대표는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보증보험을 활용하는 방식도 임대인 신용도 제한과 1억 원 수준의 비용 부담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금융기관으로서도 EPC나 O&M 기업에 책임 특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기업이 이 같은 리스크를 감내하는 사례는 드물고, 100MW 이상 대형 프로젝트가 아닌 이상 참여가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 난관도 적지 않다. 노후 건물 구조보강 비용 증가를 비롯해 ▲타공형 지붕 누수 문제 ▲고온으로 인한 발열 및 화재 위험 ▲작업 동선 부족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 ▲세척이 불가능한 설계로 인한 발전량 저하 등 다양한 리스크가 누적된다.
이 때문에 실제 2022년 대구에서 3조원의 투자를 모을 것으로 전망됐던 1.5GW 규모 산단 지붕형 사업은 올해 4월 기준 1MW 설치에 그쳤고, 인천 남동산단 역시 초기 계획 대비 현저히 적은 설치 실적을 기록 중이다.
명 대표는 “임차권 제도 개선과 보증보험 국가 지원을 병행하고 자가소비형 보조금을 확대해야 한다”며 “산단 중심의 전략에 매몰되기보단 이격거리 개선과 영농형 확대로 기존 육상형 태양광의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영 한국RE100협의체 박사는 RE100 산단을 ‘입주기업 RE100 달성을 위한 전용 공급지’로 규정하며 지역경제 침체 대응과 산업 유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만금 SK그룹 2.1조원 투자 유치 사례가 대표적이며 산단 내 1GW 재생에너지 공급계획을 기반으로 주변 기업 대상 확장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발의된 RE100 산단 특별법 3개 중 ‘재생에너지자립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재생에너지 생산과 소비, 산업, 정주 기능을 집적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재생에너지집적화지구와 분산형전력망지구는 주민 반대에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토지 수용 권한을 포함하고 각종 부담금 감면과 예타 면제, 인허가 신속처리 등 강력한 행정지원이 포함됐다.
다만 성공적 구현을 위해선 내부 정주지구 효율화를 포함한 태양광 의무화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비중이 20% 이상으로 높아지는 지역에서는 출력제어가 불가피해 ESS와 섹터커플링 등 유연성 자원 확보와 지능형 전력망 구축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재생에너지 자립도시가 완성되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린다”며 “이미 존재하는 국토부의 스마트그린산단과 기업혁신파크, 산업부 분산에너지특구, 환경부 탄소중립 선도도시 등 기존 제도를 활용하면 단기간에 정책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