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정책 쏟아지지만…ESCO업계 “이끌 거버넌스는 글쎄”

에너지이용합리화 기본계획·2035 NDC 등서 효율 비중 확대 통합플랫폼·민간 유인·지역 맞춤형 모델 등 실질적 실행 중요

2025-11-11     차기영 기자

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은 무탄소 에너지원 확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기존 설비의 효율을 높여 감축 효과를 내는 방식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모습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전환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과도기에는 기존 에너지원과 설비의 효율 개선이 현실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감축 방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는 에너지 절감분을 기반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성과 기반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효율 혁신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최근 들어 효율 중심의 감축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후부는 제7차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에서 ESCO 관련 내용을 상당한 비중으로 다루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등록기준 세분화·융자사업 규제 완화·금융 부담 완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또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안)에서도 산업·건물·수송 등 전 부문에서 전기화와 효율 향상이 핵심 감축수단으로 제시됐다. 산업공정 전기화와 건물 열효율 개선 등 세부 로드맵을 통해 효율을 통한 감축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정책 방향은 환영하지만, 실행 체계는 여전히 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ESCO 제도개선도 대부분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어 현장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에너지효율 업무가 기후부로 이관된 이후, 전담조직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조직 개편으로 기존 ‘에너지효율과’가 ‘에너지안전효율과’로 변경되면서 안전 등 타 기능과 병행돼 정책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효율정책만을 전담할 콘트롤타워가 없다면 정책의 무게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부처별로 흩어진 효율·감축사업을 통합 관리할 거버넌스와 통합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업계는 형식적 개선이 아닌, 실질적인 제도와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융자 완화와 금융 지원 확대도 필요하지만, 민간 참여를 유도할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민간 건물의 ESCO 도입은 절감 수익의 불확실성과 복잡한 계약 구조로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세제 혜택·보증 지원 강화·성과검증 표준화 등 민간 참여를 끌어낼 실질적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녹색금융과의 연계 강화도 요구된다. 정부가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의 하나로 추진 중인 ‘녹색금융 확대전략’을 ESCO사업과 연계해 에너지절약 프로젝트가 민간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지역 기반의 맞춤형 효율화 전략과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ESCO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지역형 에너지 절감사업’을 추진해야 하며 학교·병원·지방청사 등 노후 공공시설의 대규모 ESCO사업이 확대될 경우 시장 신뢰도와 안정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ESCO 등록기준 강화는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 조치로 평가된다. 정부는 전기·열 분야를 각각 1·2종으로 분리해 등록기준을 세분화하고, 1종 ESCO에는 기술인력과 장비 요건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 역시 에너지효율을 실질적으로 실행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며 민·관·금융이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SCO 시장 활성화를 위해 리스크 완화형 금융 인프라 구축, 제도·계약 표준화, 기술·시장 구조 다변화, 지역에너지 및 산업형 ESCO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보조금 중심의 단기 지원을 넘어 성과인증체계·세제 인센티브·R&D 연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