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한국형 육상풍력, 비용은 낮추고 산업 살리는 세 마리 토끼 사냥법
최근 정부는 뒤처진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기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켰다. 새 부처 앞에는 세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첫 번째 보급 확대, 두 번째 국내산업 육성, 세 번째 발전단가로 불리는 균등화발전비용(LCOE) 하락이다. 문제는 이 세 과제가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보급량을 늘리려다 보면 외산 수입이 늘고, 국산 중심으로 가면 공급 여력이 부족해진다. 무리한 국산화율 고집은 오히려 발전단가를 높여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마치 세 마리 토끼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듯한 형국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목표는 결코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한국형 풍력’만의 현실적 해법을 찾는다면 충분히 함께 잡을 수 있다.
먼저 우리는 종종 LCOE의 개념을 오해한다. 풍력의 LCOE가 글로벌 평균의 세 배, 중국의 다섯 배라며 국내 산업의 경쟁력 부재를 질타하지만, LCOE는 단순히 설비비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발전소의 20년 수명 동안 투입된 총비용을 20년간 생산된 총전력량으로 나눈 값, 즉 분모인 ‘발전량’이 핵심이다.
풍력에너지는 풍속의 세제곱에 비례하므로, 평균 풍속이 15% 증가하면 발전량은 1.15³, 즉 약 1.52배가 된다. 결과적으로 LCOE는 30% 이상 하락한다. 우리나라의 평균 풍속은 초속 6m 수준으로, 유럽·중국의 7m 이상보다 낮다. 그러나 강원도·경북의 산악지형에는 7m를 넘는 지역이 존재한다.
문제는 환경보전 명목의 과도한 입지 규제다. 산 능선부 이용 제한, 과도한 이격거리 기준 등으로 인해 고풍속 지역의 개발이 막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낮은 풍속 지역만 개발되니 발전단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입지 규제 혁파가 LCOE 인하의 첫 단추다. 풍속이 높은 지역을 우선 개발하고, 이후 저풍속 지역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보급전략’이 필요하다.
두 번째 과제는 비용 구조 자체의 개선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주하고 한전이 수주한 풍력단지는 평탄한 사막 위에 세워져 건설비가 세계 최저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으로 인해 진입도로, 운송, 설치, 유지보수비용이 필연적으로 높다. 그렇다고 체념할 일은 아니다. 국가 인프라 차원에서 건설비 절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임도의 다목적 활용이 필요하다. 현행 법규상 임도는 임업용으로만 제한돼 있어 풍력 건설에 활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산불 진화, 재해 예방 등과 연계한 ‘다목적 임도’ 개념을 도입하면 풍력건설 진입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전력계통망의 확충이다. 산간지역은 해상풍력과 마찬가지로 송전망이 부족해, 사업자가 계통연결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계통망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한다면 LCOE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정부 주도형 인프라 투자’를 통해 육상풍력의 경제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지렛대다.
세 번째는 대규모 육상풍력 프로젝트 발굴을 통한 국산 터빈 대량생산체제 구축이다. 이를 위해 ‘국산 터빈 100기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풍력 보급이 늘어난다 해도 주문 물량이 불규칙하면 제조사는 원가를 낮출 수 없다. 정부가 중장기 보급목표(예: 육상풍력 2030년까지 4GW) 중 일부를 국산전용 트랙으로 묶어, 400MW 규모(100기)를 일괄발주하면 생산계획의 예측 가능성이 생긴다. 이는 대량부품 조달, 설비투자 효율화로 이어져 약 20%의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개별 풍력단지 건설비 지원에 활용된 정책자금 중 일부를 국산터빈의 계획적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구매자금 용도로 확대한다면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국산화율 제고와 LCOE 인하를 동시에 이루는 합리적 정책 수단이 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먼저 바람이 좋은 곳부터 개발해야 한다. 입지 규제를 합리화해 고풍속 지역을 우선 개발해야 한다. 또, 육상풍력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다목적 임도와 산간 전력계통망을 국가 인프라로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산터빈 대량발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예측 가능한 물량으로 원가를 낮추고 국산부품공급망을 안정화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정책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보급 확대·산업 육성·LCOE 인하라는 세 마리 토끼가 한 방향으로 달리게 된다. 한국형 풍력의 성공은 기술만이 아니라, 제도와 인프라, 그리고 정책 설계의 혁신성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