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활용’ 놓고 설왕설래...'재생에너지'만 선택된 분산특구

의왕·부산·제주·전남 4곳 지정…울산·포항·서산은 '보류' LNG·암모니아 기반 모델 두고 위원회 내 의견 갈려 “지산지소 취지와 청정에너지 목표 사이 균형 흔들려” 의견수렴 과정 일환 해석 속 2차 지정 정당성 확보 의견도

2025-11-07     김진후 기자
지난 5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실무위원회에서 1차 선정된 지자체 목록. [출처=산업통상부]

새 정부 출범 등으로 1년이나 늦게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이 1차로 선정됐지만 화석연료 기반 모델을 제안한 지자체들의 지정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면서 출발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당초 7개 지역 모두가 분산특구로 지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일부 에너지위원회 위원들이 LNG나 암모니아 등 화석연료 기반 모델을 특구사업으로 채택하는 것이 제도 취지에 맞는지에 대해 강하게 이견을 제기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5일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경기 의왕시, 부산 강서구, 제주, 전남을 1차 분산특구로 지정했다.

지정된 4개 지역은 모두 재생에너지 또는 배터리 기반 솔루션을 제시했다. 경기 의왕과 부산 강서는 ESS 기반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 인근 수요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모델이고, 제주는 ESS 및 V2G(차량-그리드 연계) 솔루션을 제안했다. 전남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과 ESS를 결합해 자체 수요처에 공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유력 후보로 꼽혔던 울산, 경북 포항, 충남 서산은 ‘보류’ 결정이 났다. 당초 7개 지역 모두가 1차 지정될 것이란 업계의 관측과 달라 일선 현장에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보류된 3곳의 공통점은 발전원 구성에 있다. 울산과 서산은 LNG 복합발전사가 지역 내 기업에 직접 공급하는 모델을, 포항은 청정 암모니아 발전을 통해 2차전지 기업 전력공급을 구상했다.

에너지위원회에서는 해당 안건들에 대해 일부 위원들이 “화석연료 기반 사업은 분산에너지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반대 의견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LNG 발전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조차 “인근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수요기업의 안정적 전력공급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지만, 표결 결과 LNG·암모니아 모델은 결국 1차 선정에서 제외됐다. 위원회는 추가 논의를 거쳐 2차 특구 지정 시점을 다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제도의 핵심 취지를 오히려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분산특구는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개념을 기반으로 하며, 전기사업법상 ‘발전·판매 겸업 금지’의 예외가 허용된다.

이를 통해 발전사업자와 수요자가 직접 전력을 거래하고, 다양한 요금제를 실험하며, 전력 신산업 모델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목표다. 물론 분산법이 재생에너지 확대의 취지도 갖고 있지만, 수도권 일극 체제 속 전력망 포화를 해소하는 것도 핵심 목표 중 하나라는 것.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미 사업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투자를 추진 중이던 해당 지역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울산광역시는 발전사와 AI데이터센터, 인근 기업체가 참여하는 전력직거래 모델을 구축했고, 300MW급 발전소의 연말 가동을 목표로 공정이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이견이 크지 않아 모두 통과할 것으로 봤다”며 “이번 보류 결정으로 사업성 평가와 투자 일정이 뒤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절차적 정밀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판단이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위원회가 일종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2차 지정의 정당성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정에 정통한 업계 전문가는 “이미 국회에서도 분산에너지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고, 위원회 당일에도 세부 사업 내용이 충분히 공유되지 못했다”며 “조금 더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본다는 취지에서 보류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장관이 예고한 추가 논의에서 울산, 포항, 서산이 지정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에너지위원회 한 위원은 “현재는 열려 있는 상태”라며 “사업의 세부 내용과 타당성을 위원들이 직접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도 “보류인 만큼 다시 안건으로 회부해 결의할 텐데 속도감 있게 매끄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번에 분산특구 지정에서 탈락한 울산광역시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모델이 적용되는 울산 미포국가산단 내 사업 환경. [제공=울산광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