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앞둔 COP30…핵심 의제는 ‘기후 금융’과 ‘2035 NDC’

10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 벨렝에서 COP30 개최 미국·아르헨 불참으로 COP30 영향력 약화 우려↑ 다자주의 약화·에너지 보호무역주의 부상 가능성도

2025-11-07     오유진 기자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30)를 알리는 표지판이 브라질 벨렝에 설치됐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190여 개국이 한자리에 모여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30)가 이달 10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다.

이번 COP30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후 금융 체계 강화와 각국의 2035년 국가결정기여(NDC) 이행 의지를 점검하는 논의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에 이어 올해 총회의 주요 의제 역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원 즉, ‘기후 금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COP29에서 진통 끝에 합의한 ‘신규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 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의 구체적 이행 계획이 이번 총회의 주요 논의 대상이다.

지난 COP29에서는 NCQG를 두고 폐회일을 넘어서까지 선진국과 개도국 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나, 최종적으로 2035년까지 연간 1조3000억달러 규모로 기후 금융을 확대하고 이 중 3000억달러를 선진국이 주도적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마련되진 않았다.

이에 의장국인 브라질과 아제르바이잔(COP29 의장국)은 ‘바쿠-벨렝 로드맵(Baku to Belém Roadmap)’을 준비 중이다. 이 로드맵은 민간 부문과 다자개발은행을 포함한 모든 주체가 연간 1조3000억달러 규모의 기후 금융 조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명확한 실행 계획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COP30에서는 권고안인 ‘바쿠-벨렝 로드맵’에서 제시한 계획들을 각국이 자국 역량에 맞춰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또 주목할 만한 부분은 탄소배출권 시장 연계 논의다. 브라질은 이번 총회에서 세계 각국의 탄소시장을 하나로 잇는 ‘오픈연합(Open Coalition for Carbon Market Integration)’ 구상을 공식 제안했다.

브라질 재무부가 주도하는 이 구상은 기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를 상호 연계해 ▲국제적 유동성 ▲예측 가능성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쉽게 말해 각국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상호 연결해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의도다.

이와 함께 에너지 구조의 전환과 연계된 기후 금융의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탄소중립 산업전환, 지속가능한 운송체계 구축 등 모두 막대한 금융지원 없이는 실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30)를 알리는 표지판. [사진=연합뉴스]

COP30은 아마존 지역에서 열리는 만큼 생물다양성 보호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브라질은 COP30에서 열대림 영구 보전 기금(TFFF)을 공식 출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TFFF는 전 세계 아마존을 포함한 열대 및 아열대 숲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재정 지원을 목표로 한다. 이 기금은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혼합 자금(blended finance) 모델을 통해 조성된다. 초기 목표는 공공 자금 250억달러와 민간 투자 1000억달러를 포함해 총 125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은행이 TFFF의 수탁기관 및 임시 운영기관으로 확정됐으며 이 기금이 본격 운영되면 연간 약 40억달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제 산림 금융 규모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로, 글로벌 산림 보전을 위한 재정적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COP30에서는 기후 금융과 더불어 ‘2035 NDC’도 주요 과제로 다뤄진다.

COP28에서 실시된 첫 번째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결과 현재의 감축 노력으로는 파리협정의 1.5도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과학계는 2035년까지 2019년 대비 60%의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으며 각국은 이 권고에 맞춰 목표를 상향해야 한다.

당초 유엔은 COP30이 열리기 9∼12개월 전까지 2035 NDC를 제출토록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미제출 국가가 많아 제출 기한을 9월까지로 연장했다. 그럼에도 주요국들은 여전히 감축 목표를 내지 않은 상태다.

COP30에서는 이러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2035 NDC 제출을 촉구하고, 구체적인 감축 방안을 논의하는 게 총회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기후변화 적응도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파리협정 체제에서 국제 적응 목표(GGA) 이행을 위한 지표 체계가 확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총회에서 각국은 11개 GGA 목표에 대한 100개 지표 목록 합의에 나선다.

안드레 코레아 두 라고 COP30 의장은 총회가 합의에 머물지 않고 실행과 이행 중심의 COP30(COP of Action and Implementation)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브라질은 기존 합의 사안의 구체적 이행을 총회 핵심 의제로 띄우고 있다.

그러나 지난 COP들과 같이 올해 역시 구체적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 결정권자인 세계 주요국 정상들의 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총회에 이어 올해 총회도 ‘공허한 말잔치’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기후변화 부정론자’로 분류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국제사회 과제 해결에서 항상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만큼 이번 불참은 당사국들의 기후변화 대응의 추진 의지를 꺾을뿐더러 주요 합의들의 동력까지 상실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이탈은 모방 이탈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발맞춰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르헨티나는 COP29에서도 자국 대표단에게 돌연 철수를 명령한 전례가 있다.

유럽연합(EU)과 함께 기후 리더를 자처하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직접 참여하진 않을 것으로 보이며 EU 주요국 정상들의 참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30)를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주요국의 리더십 부재 속 이번 COP30 역시 기존 COP들과 다르게 형식적 합의에서 벗어난 ‘실행’과 ‘이행’에 초점을 둔 극적 합의가 도출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기후정책1연구실장은 COP30에 대한 회의론의 근본적인 배경을 ‘기후 리더십의 부재’에서 찾았다.

이 연구실장은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은 돈을 벌려는 그룹과 돈을 내야 하는 그룹, 두 분류로 나뉘어 있다”며 “결국 돈을 내야 하는 쪽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지만, 미국은 빠졌고 중국은 기여를 거부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국가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만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선진국의 감축만 요구하는 등 COP는 개도국의 말잔치 형태로 흐르고 있다”며 “결국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돈 있는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총회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COP30이 다자주의의 약화와 에너지 보호무역주의 부상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승신 C2S 대표는 COP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는 배경에 대해 “주요국들이 넷제로(탄소중립) 의제를 ‘돈이 되지 않는 일’로 인식하고 있다”며 “부정적 여론들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COP30에서는 화석연료 소비 억제 관련 의제에 대해 에너지 기업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짐과 동시에 개도국이 요구하는 손실과 보상 문제의 합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최 대표는 “기후 규범은 강제성이 없지만 모두가 마땅히 따라야 한다는 인식 아래 실천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비현실적 의제들만 제시되는 탓에 각국의 실질적인 이행은 미비한 실정”이라며 “결국 이번 COP30에서도 어떤 결론이 나오든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려워 해마다 반복되는 연례행사처럼 돼버리는 원년이 되고, 동시에 에너지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부상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