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주역 팔다리 잘라서야”...태양광 직생기준 개정 촉구 한목소리

업계 “합의안 마련됐는데 시행 지연...현실 반영해야” “불명확한 기준으로 中企 생존 위기...정부 결단 필요” 정치권서도 업계 피해·행정 혼선 지적하며 개정에 힘 실어

2025-10-01     김진후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진욱 의원이 토론회에서 직접생산 확인기준의 불합리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조달 업계가 태양광발전장치의 직접생산 확인기준(직생기준) 개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 제도가 2014년 제정 이후 11년 간 변화한 태양광 산업의 기술 수준과 생산 환경을 반영하지 못해 중소 조달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는 최근 2~3년 간 불거진 행정 집행 단계에서의 경직적 운용 사례를 계기로 '중소기업의 보호와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직생기준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직생 제도는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제도의 일환으로 일정 기준을 충족한 중소기업만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대기업과 수입 완제품으로부터 판로를 보호하는 장치다.

하지만 태양광 산업이 대형화·전문화하고 있음에도 2014년 제정된 기준이 적용되며 구조물 정의 및 공정 요건이 실제 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태양광발전장치의 외주 범위와 제조설비 규정이다. 실제 지난 2023년부터 조달청이 진행한 불공정조달 조사에서 처분을 받은 업체 다수는 해당 규정에 따라 ▲부정당업자 제재 ▲계약해지 ▲부당이익 환수 ▲우수조달업체 취소 ▲직접생산 신청 제한 ▲입찰제한 등 다중의 제재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현행 규정은 태양광발전장치의 구성 중 조달기업의 기술이 집약된 접속반에 대한 규정보다도 부속품인 구조물(태양광 모듈을 고정하는 철제 프레임)의 직접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태양광은 설치 장소가 다변화되며 구조물도 대형화되고 있는 상황에, 중소기업으로선 제조 및 시공이 어려운 부품의 직접생산을 요구하는 것은 논리 일관성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해 말 중소벤처기업부 유통센터와 조달업체들이 참여한 협의체는 ▲구조물을 ‘태양전지모듈 고정 철강 지지대’로 정의 ▲배선·시험 공정 삭제 ▲원자재 구입 허용 ▲설치 외주 인정 등의 개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초 합의안 마련 후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행되지 않아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도 현행 기준의 불합리함을 지적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진욱·김원이 의원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형배 의원이 9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태양광 정부조달업체 직접생산기준 등 현안문제 해결과 햇빛 바람 연금 확대 방안 마련 토론회’에서는 국회의원과 업계, 법조계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직생기준의 신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임유송 김앤장 변호사는 “직접생산 정의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잣대가 아니라 ‘참고기준’”이라며 “법은 기술과 환경이 변해 기준의 적용이 곤란할 때는 장관 해석으로 보완토록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행 태양광발전장치 직접생산 기준은 모듈과 인버터만 정의하고 구조물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아 혼란을 키우고 있다. 또 생산 설비인 커팅기·용접기·드릴머신만으로는 대형화된 구조물을 생산할 수 없음에도 이를 기준으로 삼고, 반면 모듈·인버터는 하청을 허용하는 등 모순이 큰 실정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달 업계 대표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김대호 대경산전 대표는 “지난 정권 출범과 함께 조사와 제재가 쏟아졌다. 조달청이 계약을 해지하고 부정당업체로 제재하면서 업체는 손발이 묶인 채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반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경영 타격으로 수많은 기업이 폐업 위기다. 최소한 살길은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법조계 인사들은 “직생기준의 불명확성 때문에 사실상 모든 기업이 피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유권해석조차 제공되지 않아 기업이 방어할 여지도 없었다”며 “중앙부처가 기준 타당성을 신속히 검토하고 합의안대로 개정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제재를 받은 기업에 대한 조치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현동 중기부 판로정책과장은 “올해 말까지 태양광을 포함한 618개 품목의 직생기준을 정비 중”이라며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원칙에 부합하면 개정하겠지만, 규제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시점을 확답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진욱 의원은 “직생기준 개정 논의는 이미 지난해부터 있었고 1월엔 안이 마련됐다고 들었는데, 9개월이 지나도록 공청회를 이제야 여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조달청의 선제적 행정처분은 정상적 절차가 아니다. 본질은 태양광 죽이기라는 행정행위의 정치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태양광 정부조달업체 직접생산기준 등 현안문제 해결과 햇빛 바람 연금 확대 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