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직생기준 개정 또 난맥상...합의안 도출했는데 다시 설문조사한다고?

업계 합의안 마련 불구 중기부 ‘추가 여론 수렴’에 개정 속도 제동 조달기업·전기조합 “이미 절차 거쳤다” 반발...“정책 신뢰성 흔들려” 지적 법원도 현행 기준 모호성 인정...행정 혼선 장기화 우려

2025-09-25     김진후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태양광발전장치 조달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일부. 중기부는 이를 토대로 26일에 이어 29일 공청회를 개최한다.  [제공=태양광 조달기업]

태양광발전장치의 ‘직접생산기준’ 개정을 추진하던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자리걸음 행보를 거듭해 조달기업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전기공업협동조합과 조달기업이 합의안을 마련해 개정 방향에 공감대를 모았음에도 중기부가 추가 여론 수렴을 진행하며 개정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와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은 이달 17일부터 태양광 조달기업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양 기관은 설문 결과를 토대로 26일에 이어 29일 공청회를 열고 다시금 의견수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설문지에는 지난 기준에서 가장 문제시 됐던 '구조물'의 설계·가공·조립·배선·시험 등 필수공정의 직접 수행 여부, 구조물 현장 설치 기준 등에 대한 현황을 조사하는 한편, 해당 기준의 불합리성에 대한 의견을 재차 묻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업계는 이번 조사로 기존 합의안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장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기준 개정이 신속하게 변경되지 않았고, 여전히 종전의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신규 사업 차질과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과 태양광 발전장치 조달기업들이 직생기준 개정안에 대한 합의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출했음에도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이 다시 설문조사와 공청회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관련 기업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사진=전기신문 DB]

한 조달기업 관계자는 “각 사가 불리한 지점이 있음에도 보편타당하면서 현실적인 다수의 의견을 취합했는데 또다시 개정이 지연될 처지에 놓인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발에는 업계가 지난 1월부터 중기부와 유통원의 지시 아래 수차례 공청회와 논의를 거쳐 어렵게 합의안을 마련해 왔다는 배경이 있다. 당초 중기부는 업계 다수가 동의한 합의안이 도출되면 이를 신규 개정에 반영키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모듈·인버터·구조물·시공 등을 제조하는 기업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 속에서도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개정안을 도출했는데, 중기부가 돌연 담당 부서인 판로정책과의 인사이동 이후 새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합의안을 마련했던 전기공업협동조합과 태양광 조달사들은 “이미 지난 1월 공청회에서 타 조합과 비조합사의 의견 수렴도 진행했고 모든 절차를 이행해 합의안을 마련했는데, 이번 설문과 공청회로 이해관계 조정이 다시 길어져 개정이 지연될 수 있다”며 “앞선 합의안을 부정하는 것은 업계 신뢰를 스스로 해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태양광 조달사들은 2023년부터 논란이 있는 직생기준을 근거로 한 조달청의 직생 위반 조사에 적발돼 계약 해지와 부정당업자 지정 등 피해를 입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직생기준 개정을 추진해왔다.

반면 중기부는 합의안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조달기업들과 시각차를 드러냈다. 중기부는 조달청 조사에서 제재를 받은 일부 공정조달 위반 업체의 주장만 과다대표될 수 있다며, 공청회를 통해 미위반 업체들의 주장까지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설명이다.

중기부 판로정책과 관계자는 "직생 발급 업체 460여곳 중 10% 미만에 해당하는 위반 업체의 주장만 수용할 순 없다"며 “특정 조합이나 단체의 의견을 단순히 받아서 개정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일반 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취합하고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크다”고 반박했다.

이어 “태양광 외에도 많은 품목이 동시에 개정되기 때문에 이번 설문조사와 공청회가 지체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업계는 이달 중 이뤄진 관련 소송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태양광 조달사들은 조달청의 직생 위반 조사와 관련한 민사 및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역시 기준의 모호함을 이유로 현행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 조달사 관계자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행정 혼선이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사업 추진력과 투자 의지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