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급속충전 대형발주에 민간CPO들 “수익성 어쩌나” 울상

작년 대비 4배 늘어난 915기 발주, 약 600억원 규모 권역별로 EVSIS·채비·SK시그넷 등 3개사가 수주 업계선 “347원 공공요금과 경쟁 한계…수익성 악화 걱정” “공공 충전은 사각지대 해소에 우선…무분별 확대 안 돼”

2025-06-27     오철 기자
EVSIS 충전기 [사진=EVSIS]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2025년 전기차 공공 급속충전기 제작구매' 사업을 EVSIS(이브이시스), 채비, SK시그넷 등 3개사가 수주했다. 총 물량은 915기로, 지난해 230기 대비 약 4배 증가한 대형 프로젝트다.

최근 충전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업에서 1권역(서울·경기·강원)은 EVSIS, 2권역(충청·전라)은 채비, 3권역(경상·제주)은 SK시그넷이 각각 낙찰자로 결정됐다. 권역당 100kW(DC콤보1 1채널) 180기와 200kW 급속충전기(DC콤보1 2채널) 125기 등 총 305기를 납품하며, 제작구매 및 설치(2차공사)에만 약 200억원씩 총 6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편성됐다. 사업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10개월이며, 정부는 정책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조기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보급과 함께 충전인프라 123만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급속충전기는 15만기 설치가 목표다. 새 정부 역시 전기차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확충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적극적인 정책 추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급속충전운영업체(CPO)들은 공공 급속충전기 확대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충전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는 민간CPO들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중요한데, 최근 수익성 악화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 급속충전기 확대가 기업 경영에 추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공공 급속충전기 요금이 1kWh당 347.2원인 반면 민간업체는 380~430원을 받고 있어 가격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급속충전업계에서 영업흑자를 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수익성 악화로 일부 대기업들이 사업에서 철수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업계는 “공공과 민간의 투자비용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민간은 347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경부 공공 급속충전기가 더 많아지면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환경부가 당초 공공 급속충전기를 민간에 단계적으로 이양하기로 했지만 1차 조치 이후 중단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급속충전운영업체들은 공공 급속충전기가 충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충전기 설치가 드문 지역에 우선 설치해 충전 인프라 혜택을 받기 어려워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 급속충전기는 민간이 진출하기 어려운 수익성 낮은 지역의 충전 공백을 메우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며 “충전 사각지대 해소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도 공공 급속충전 인프라를 충전 취약지대 해소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단독주택, 노후 공동주택 등 생활공간 주변 주민센터나 주유소, 고속도로 휴게소 등 이동거점에 급속충전기를 집중 설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