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확충 토론회] 풍력‧태양광 확산 위한 에너지고속도로, 기술도 비용도 ‘충분’
패널토론서 서해안 HVDC 사업 ‘필요성 및 가능성 높다’ 한목소리 당위성엔 모두 공감, "필요 재정은 전력당국 노력으로 충당" 밝혀 LS전선·그리드協 등 케이블 비롯 공급망 업계 제조 및 설치 역량 충분
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명시된 서해안 HVDC 건설사업을 비롯한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계획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과 함께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에선 이를 위한 비용과 기술력은 확보하고 있는 만큼 법제도와 인허가, 수용성 문제 해결을 위한 지자체와 지역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전기신문과 이언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시급한 전력망 확충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른 서해안 HVDC 건설 계획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서는 장길수 고려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최성준 산업통상자원부 과장 ▲이승준 퍼시피코에너지코리아 부사장 ▲서영민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 사무국장 ▲박승기 LS전선 상무가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해상풍력 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이승준 퍼시피코에너지코리아 부사장(전남풍력산업협회 부회장)은 업계에서 체감하는 에너지고속도로의 필요성과 해외사례를 통한 사업 성공 가능성을 강조했다. 박승기 LS전선 상무, 서영민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준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추가적인 투자 의지도 높다고 설명했다.
최성준 산업부 과장은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을 위한 재원은 충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혀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로 인해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5년 안에 전력망 준공, 도전적이지만 가능성 보인다
이승준 퍼시피코에너지코리아 부사장은 HVDC 보급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해외 사례를 통해 국내 사업의 가능성을 점쳤다. 재생에너지 보급에 따라 HVDC 보급은 세계적인 추세가 됐으며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일본은 정부 주도로 훗카이도-도호쿠-도쿄를 신규 해저 HVDC 전력망(800km) 구축 계획을 수립했고, 현재 1단계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호주와 연결되는 4300km에 달하는 HVDC 해저케이블을 통해 1.7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입하는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유럽에서는 지난 십 수 년간 장거리 해저 HVDC 송전선로를 통해 북해 해상풍력 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인근 국가에 공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32.6GW의 해상풍력 개발사업 중 상업운전에 도달한 사업은 320MW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전력망 보급이 재생에너지 구축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한국의 에너지전환과 수출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 HVDC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준 산업부 과장은 서해안 HVDC 건설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는 재정 확보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선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최 과장은 “현재 국내 전력망 투자개념은 한전이 공공 송배전 사업자로서 투자를 전담하고 있다. 한전이 11차 송변전설비계획을 발표하면서 도출한 예산이 73조원 규모인데 이는 10차 계획 예산에서 20조원 가까이 증가한 금액이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전기요금 증가분을 되짚어보면 연 2.7~2.8% 상승했다. 앞으로도 전기요금이 지난 15년간의 증가율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재정확보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산업부의 판단이다. 다만 미래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민간의 투자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선적으로 전력당국의 노력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적극적인 정부 정책, 민간기업 자발적 투자로 화답
박승기 LS전선 상무와 서영민 해상그리드산업협회 사무국장은 국내 기업들의 HVDC 기술력 및 관련 역량에 대해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정부가 목표로 한 HVDC 보급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제조역량을 갖췄으며 선박을 비롯한 인프라 투자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상무는 “HVDC 시스템에 대해 크게 나눠 보면 세 가지 분야가 있는데 컨버터, 송전선로, 토목(EPC)이다. 우선 국내 기업이 토목과 케이블 제조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LS전선은 공장 증설을 통해 HVDC 케이블 400km가 필요한 사업을 매년 1개씩 수행할 수 있는 제조 역량을 갖췄으며 2년 후에는 매년 3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HVDC 사업이 그동안 10년에 한번 나오다 보니 컨버터 부분은 국산화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와 업계 간 긴밀한 협력과 공조가 이뤄져야 국가 에너지 정책과 함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서 사무국장은 “국내에서 154kV 해저케이블을 설치할 수 있는 선박은 5000t급 한 척, 4000t 급 한척을 더해 두 척에 불과하다. 현재 에너지고속도로 준공을 위해 525kV HVDC 케이블 400km를 설치한다고 하면 약 3만t 정도 된다. 해상에서의 안전과 적기 준공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1만t 이상 수용이 가능한 선박이 추가로 발주돼야만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현재 LS마린솔루션에서 1만3000t급 포설선 건조를 결정했으며 다른 EPC 업체에서도 선박 발주를 고려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에서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선행 투자로 화답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