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확충 토론회] “에너지고속도로, 실행력 높이려면 플랜B 마련 필수”

김승완 KENTECH 교수 “건설 지연은 상수...정책 체계 전환해야” 전력망 공약, 지역·산업 위한 패키지 정책으로 해석해야 해상그리드·ESS 확충 시나리오로 지연 리스크 대응 필요

2025-06-11     김진후 기자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교수가 전력망 계획에 있어 복수의 시나리오를 반영한 '플랜B'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안상민 기자]

“서해안 HVDC를 중심으로 해상그리드 구축과 계통설계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 패키지형으로 구성된 에너지고속도로 기획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복수의 대안이 마련된 플랜B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교수<사진>는 10일 본지와 국회 이언주·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동 주최·주관한 ‘시급한 전력망 확충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서해안 HVDC 사업을 중심으로)’ 국회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김승완 교수는 육지망 건설 지연과 계통 병목이 일상인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설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계통 체계로는 RE100 수요 증가, 산업 입지의 수도권 집중, 지역별 자립률 격차, 구조적 계통불안 등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김 교수는 새 정부가 내세운 ‘에너지고속도로’ 공약이 단순 송전사업을 넘어 ▲지역-수도권 간 장거리 송전 루트 ▲혼잡 완화용 ESS(에너지휴게소) ▲분산형 자립지대(에너지신도시) ▲계통 안정화 기반설비(기초공사) ▲우회 경로인 해상 HVDC(해상그리드) 등 5대 설계요소로 구성된 패키지형 인프라 전략임을 짚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이 전략이 하나의 경로에만 의존하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는 트레이드오프 구조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라며 “이 중 일부가 지연되거나 실행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복수의 시나리오와 보완책, 즉 ‘플랜B’ 마련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의 ‘Holistic Network Design(HND)’는 해상풍력과 전력계통을 통합 설계하고, 각 시나리오에 따른 최적 경로를 도출해 실행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나의 전원구성, 하나의 송전계획을 설비계획에 고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복수의 해상·육상·저장망 조합을 통해 유연한 전환체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전력망은 정책과 사회적 설계의 영역”이라며 “불확실성을 피하려 하지 말고 상수로 전제하고 대응할 때 실행 가능한 전환전략이 나온다”고 제언했다.

김승완 교수가 분석한 시나리오별 경로에 따르면 사업 지연에 대비해 다량의 ESS 및 해상 설비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공=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바탕을 둔 다수 시나리오 분석 결과도 공개했다. 육지와 해상 송전망 모두 5년씩 지연될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S2)에선 ESS를 포함한 혼잡완화 대책 없이는 2030년까지 국가 탄소중립 목표(NDC) 달성이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지 송전 지연이 장기화되는 S4 시나리오에서는 서해안 HVDC 수요가 기존 8GW에서 15GW까지 불어나고, 남해안에도 추가 HVDC 루트가 필요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공통으로 도출되는 해법이 바로 대량의 ESS 설치 확대와 해상망 조기 구축”이라며 “정부가 계획한 21GW 배터리 용량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계통망 계획의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35년까지 서해안망을 먼저 구축하고, 이후 남해안·동해안까지 확장하는 중장기 플랜B가 준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과 관련해 보다 앞선 수용성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는 “인허가 간소화, 보상 강화 등 제도적 개선은 필요하지만, 실제 주민수용성 확보는 송전망 설계 단계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는 설계→설득의 후행 구조라 갈등관리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