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 거버넌스 새판 짜는 분산에너지...갈수록 중요해지는 DSO'

한전 서울본부·배전망사업실, ‘서울 분산e 포럼’ 초청 강연 유연성·전력·서비스, 전력시장 새 핵심 가치로 부상 ISO·TSO·DSO 구분 명확화...거버넌스 재정비 필요 DSO, 감시 넘어 입찰·급전까지 실질 운영자로 전환

2025-05-30     김진후 기자
원동준 인하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가 '서울 분산e 포럼' 초청 강연에서 에너지 혁신에 발맞춘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전력시장의 새로운 3대 가치는 유연성(Flexibility), 전력(Power), 서비스(Service)다. 앞으로의 전력시장에서는 순간적인 전력을 유연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능력과 서비스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 다가올 것이다.”

원동준 인하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지난 5월 30일 한전 서울본부와 배전망사업실이 공동 개최한 ‘서울 분산e 포럼’ 전문가 초청 강연에서 “앞으로는 정부·한전·전력거래소·사업자가 함께 책임과 혜택을 나누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전 서울본부와 배전망사업실이 공동 개최한 이날 강연회는 본부가 그간 에너지산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성·운영 중인 ‘서울 분산e 포럼’의 일환으로 열렸다. 분산에너지와 관련 기술 및 정책에 대한 직원 이해와 역량을 강화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원 교수는 전력계통이 당면한 구조적 변화와 함께 분산에너지 확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전력 수급의 불균형 속에서 거버넌스 개편을 중심으로 계획적인 전력망 및 ESS 확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해서는 복잡해지고 있는 계통 상황에 대비해 ▲전력계통운영기구(ISO) ▲송전망운영사(TSO) ▲배전망운영사(DSO) 등 기관별 역할 구분과 협조가 강화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비단 전력뿐 아니라 수송, 가스, 열 부문까지 복합적으로 얽히며 정책 결정의 혼선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버넌스 개편의 대표 사례로는 제주도가 제시됐다. 전체 설비의 절반이 재생에너지로 구성된 제주에서는 출력제어가 급증했지만, HVDC 확충과 입찰제 도입으로 시장 기반 출력조정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원 교수는 “같은 출력제어라 하더라도 재생에너지 입찰시장 도입에 따라 공정성을 갖춘 제도에서 이뤄질 경우 사업자의 수용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계통 운영에 있어서도 새로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재 전력계통은 발전소만 약 30만개에 이르고, 인버터 기반 자원 확대에 따라 계통 해석·운영의 시간 여유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원 교수는 “단순한 예비력이나 보조서비스를 넘어, 공급·수요·저장 전반에 걸친 구조적 유연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전력수급 기본계획 체계의 예측력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전기본을 바탕으로 민간이 유연하게 해석·이행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은 이러한 구조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이라는 게 원 교수의 설명이다. 5년 단위의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특화지역 지정 ▲계통영향평가 강화 ▲신규 수요에 대한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화 ▲한전 배전망 운영의 공개·공정성 확보 등이 앞선 문제의식을 포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형승 한전 배전계획처 배전계통사업실 부장이 분산에너지 시대의 한전 배전사업 역할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안형승 한전 배전계획처 배전계통사업실 부장도 이어진 발표에서 분산에너지법 시행이 한전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배전사업에 미칠 영향을 조명해 관심을 끌었다. 

안형승 부장은 “분산법을 통해 배전망이 법적으로 송전망처럼 관리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제는 배전 분야도 장기계획 수립, 망운영 규칙 제정, 감시제어의무를 수행하게 되면서, 향후 수년 내 한전의 역할도 다방면으로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배전망 단위에서 연계된 발전비중 확대가 있다. 현재 배전망에 직접 연계된 발전 비중은 전체의 17%인데, 이는 2040년 40% 내외로 확대될 전망이다. 수백만개의 발전소가 배전망에 직접 연계되면서 그에 상응하는 관리와 규율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형승 부장은 유연자원이 포화된 회선을 대체할 해법이자, 배전망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변전소 회선이 한계에 도달하면 신규 건설이 유일한 대안이었지만, 앞으로는 ESS와 전기차를 연계한 충방전으로 회선 수용능력을 유연하게 확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럽은 이미 유연성 자원을 하루 전 입찰로 활용해 망 건설 없이 피크를 조절하는 구조를 정착시켰는데, 이는 단순한 기술 활용을 넘어 배전망운영사(DSO)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안 부장은 “DSO는 이제 단순한 감시제어 주체를 넘어, 계통 연계 가능성 판단과 함께 유연자원을 입찰·운영하고, 지역망 내 급전과 재생에너지 입지를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실질적 계통운영자로 진화하고 있다”며 “전력망은 공공 기반시설인 만큼, 자의적 운영이 아닌 공정하고 규칙에 기반한 운용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재호 한전 서울본부장은 "이번 강연으로 에너지 시장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우리 회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서울본부 직원 모두가 역량을 키워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회사 발전 기회로 삼아달라"고 말했다.

이재호 한전 서울본부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한전 서울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