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출력 낮추기 바빴던 원전, 평일도 수백MW씩 줄인다
어린이날 연휴 뒤 첫 평일에 약 400MW 감발 주말·평일 가리지 않고 수백~수천MW 출력↓ 올해 출력감소량·횟수 지난해 대비 2배 전망
봄·가을철 맑은 날씨를 보인 주말마다 출력을 낮췄던 원전이 평일에도 출력감소 운전을 시작했다.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수백에서 수천 MW 규모의 원전 출력감발이 잦아지면서 올해 들어 원전 출력감소 횟수와 제어량 모두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일 전력거래소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에 따르면 어린이날 연휴 뒤 첫 평일인 7일 오전 6시만 해도 22.0GW 안팎의 출력을 내던 원전은 오전 내내 발전량을 서서히 줄여 낮 12시쯤 21.6GW로 약 400MW를 감발했다. 그동안 봄·가을철 주말에 집중됐던 원전 출력감소가 평일로 확대된 순간이다.
올해 봄철 경부하기 대책기간에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평일에도 원전 출력감소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전남 영광군에 있는 한빛원전이 평일 출력감발에 동원됐는데, 지난달 기준 20MW에서 100MW를 살짝 웃돌던 평일 출력감소량은 이달 들어 수백MW 규모로 급격히 불어났다.
이날 출력감발에는 한빛원전이 또다시 등장했다. 전력거래소의 출력제한 요청에 따라 한빛 1호기(50MW)와 4호기(200MW), 6호기(144MW)가 분담하는 방식으로 출력을 줄였다. 햇빛을 한껏 받은 호남지역 태양광 설비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국지적인 계통 불안정이 전력망 불안으로 번지는 것을 전력 당국이 염려한 탓이다.
봄철 경부하기를 맞아 원전은 사실상 매주 주말과 연휴 기간에 1~2GW 규모의 출력감소 운전을 펼치고 있다. 가령 이번 어린이날 연휴 때는 한빛 1·4·6호기, 신고리 2호기, 고리 4호기, 신월성 1호기, 한울 2·3호기 등 8기가 출력감발에 동원됐다. 전체 감발량은 1.94GW였다. 특히 지난 4일 전력수요가 역대 최저인 35.4GW를 기록하는 바람에 일부 원전의 경우 출력감소 기준인 출력 대비 80%보다 낮은 70% 수준까지 출력을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주말과 연휴, 평일을 가리지 않고 원전 출력감소가 빈번히 이뤄지면서 올해 원전의 출력감소량과 제어 횟수는 지난해 대비 2배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전력거래소의 원전 출력제한 요청은 23회에 걸쳐 이뤄졌다. 같은 기간 출력감소량은 15GW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봄철 경부하기 대책기간 들어 원전은 현재까지 12회에 걸쳐 출력감소 운전을 했다. 출력감소량은 지난 5년간 출력감소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7.5GW 규모다. 올해 출력감소 운전이 지난 5년간 실적 대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태양광 설비가 가장 활발하게 가동되는 5월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책임연구원은 “원전 출력감발은 앞으로 더 자주, 복잡하게 벌어질 것”이라며 “계통 안정화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한전의 전력 구매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그만큼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