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한전 경북본부장 “직원·협력사 노력 덕분에 주민에 희망 전할 수 있었다”
단계적·체계적 대응으로 안전·신속 복구 추진에 만전
■대담= 유희덕 편집국장
■정리= 경북 안동, 영덕= 경북 산불 특별취재팀 (조정훈, 김진후 기자)
■(인터뷰를 진행한 4월 2일은 산불이 진화된 시점이다) 다행히 큰 불길은 잡힌 상황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전력설비 등 피해 상황은?
“경북 지역은 산림 비중이 높고, 고령인구가 많아 초기 대응이 어려웠다. 불에 잘 타는 소나무가 많은 데다가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불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역대 최대 피해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전력설비는 전주 122기와 전선 165경간 등이 손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 조사를 위해 직원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이들 피해설비 중에서 전기공급이 가능하고 안전상 문제가 없는 경우 우선적으로 전기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복구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앞으로 복구 계획은.
“전력설비를 산불 이전 수준으로 복구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복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안전하고 신속한 정전복구를 위해 건축물이 양호한 경우 대피주민이 복귀하는 시점에 맞춰 전기공급을 재개하고, 부분적인 건축물 소실이 있더라도 고객 요청이 있으면 임시전기를 신속히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지자체와 협업해 모듈러 주택에 대한 전기공급을 최대한 서두를 계획이다.
현재 4000여건의 전기고장 신고가 접수됐으며, 대부분 복구가 완료된 상태다. 관할 지자체 및 유관기관과 협업해 신속한 정전 복구를 진행 중이며, 특히 주민들의 휴대전화 사용에 지장이 없도록 203개 통신기지국을 선제적으로 복구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주민 대피가 장기화 될 경우에 대비해 대피시설 전기공급 선로에 대한 점검을 시행하고, 필요시 비상발전기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산불을 계기로 산불 지연제 비축량(현재 8t)을 추가 확보하고, 과학화 진단장비를 활용해 전력설비의 정밀 점검으로 추가 고장을 예방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주민들의 빠른 일상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현장을 지휘하면서 어려웠던 점
“이번 대형 산불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며 매우 복잡한 상황을 초래했다.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곤란한 경우에도 직원들의 안전, 주민들의 불편함, 전력설비의 기술적 문제 등 다양한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기에 판단과 결정이 쉽지 않았다. 모든 선택이 긴급하고 중요한 상황이면서 처음 경험하는 사례인 탓에 정확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저압 인입선의 경우 산불 화재로 인해 전선이 노출되면 감전사고나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기를 차단해야 한다. 파손된 가옥은 복구가 완료된 후에야 전기공급이 가능한데, 이러한 안전 조치와 절차에 대해 주민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민원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산불로 인해 희생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고, 우리 직원들의 안전도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산불의 규모와 강도, 현장의 혼란 속에서 모든 것을 완벽히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도 이런 비상 상황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
■산불 피해 규모에 비해 대규모 정전 등 피해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대형 재난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 왔나.
“한전은 대규모 재난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유지하고자 다양한 사전준비와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산불, 태풍 등 비상상황에 대비해 송전선로를 이중 또는 다중으로 구성했으며, 배전선로는 타선로로의 원활한 부하전환을 위해 다중으로 연계선로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송배전망은 대규모 재해재난 시에도 안정적 전력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송배전망 자동화시스템(SCADA, ADMS 등)을 활용하고 있다. 송배전망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원격 제어를 통해 해당구간을 신속히 분리하고 건전구간에 전기공급을 재개해 정전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산불감시 조기대응시스템을 활용해 산불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초기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경영진 주관으로 현장 설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산불 취약지역의 배전선로 안전 패트롤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등 예방적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인해 피해가 컸지만, 한전은 이러한 사전 준비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신속히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재난 대응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직원들과 한전 협력회사들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번 산불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일해 준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우리 경북본부 직원들과 협력회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한다. 여러분의 노력 덕분에 피해 복구가 하나씩 진행되고 있고, 주민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었다.
동시에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직원 여러분께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크다. 힘든 상황 속에서 밤낮없이 현장을 묵묵히 지키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많이 지치고 힘들 테지만, 산불로 인해 피난 중인 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조금만 더 힘을 내주길 부탁한다. 여러분의 노고가 주민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된다. 한전은 여러분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