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촌광장) 분산특구 선정의 두 가지 원칙

2025-03-18     원두환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원두환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지난해 분산에너지법이 시행되면서, 법의 핵심 조항인 분산특구 지정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 간의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분산에너지법은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에서 벗어나 지역 단위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수급 안정화,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부담 완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중 공모 절차를 시작하고, 2~3개월 내에 분산특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분산특구는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을 이용한 분산에너지사업자가 기존 전력 시장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에게 직접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제 특례 지역이다. 이 특구를 통해 지역 중심의 에너지 자립 모델을 구축할 수 있으며, 중앙 송전망 의존도를 줄이고 지역 단위에서 전력 수급을 자체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전력 신기술을 실험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 새로운 에너지 사업의 시장성을 검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지자체들은 분산특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이점과 함께 정부 지원 및 인센티브 확보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분산특구로 지정되면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 가상발전소(VPP) 등 신재생에너지 및 스마트 에너지 기술 관련 기업이 지역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신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관련 산업의 활성화와 함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구조를 구축하면 외부 전력망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져 전력 수급 안정화 및 전기요금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특히, 저렴한 전력 공급을 통해 첨단산업 및 기업 유치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연관 신산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 분산특구 지정은 정부의 재정 지원,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을 수반할 수 있어 국내외 기업들이 특구 내에 생산 시설을 설립할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도시의 경쟁력 하락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경제 규모와 고용 비중은 이미 50%를 초과한 상태이며, 지방의 젊은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방 경제는 성장 동력을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자체들은 분산특구 지정을 통해 지역 경제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현재 분산특구 공모에 지원 의사를 밝힌 지자체로는 부산, 울산, 인천, 충남, 전남, 전북, 경북, 제주 등이 있다.

 정부는 이번 공모에서 2~3개의 분산특구를 지정할 계획인데, 선정 과정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과거의 여러 정부 산업 정책에서 보듯, 지역 형평성을 고려한 배분식 정책보다는 분산특구의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정을 해야 한다. 분산특구 지정에서는 지역안배를 고려하지 않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전력 신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분산특구는 전력수요 유치형, 공급자원 유치형, 신산업 활성화형으로 구분되지만, 모든 유형에서 핵심은 분산에너지사업자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분산에너지사업자는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에서 벗어나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분산함으로써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경제적 이윤을 달성해야 한다. 따라서, 분산에너지사업자를 비롯한 신산업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된 지역에 특구가 지정돼야 할 것이다. 

 둘째, 지역 경제 활성화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 선정돼야 한다. 분산특구를 통해 신산업 기반의 에너지 관련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성장 기회 확대, 지역 경제 성장 촉진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쇠퇴하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곳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이번 분산특구 지정은 단순한 실험적 정책이 아니라, 향후 더 많은 분산특구 확대를 위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첫 분산특구의 성공 여부가 향후 정책 확장의 근거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진정한 분산에너지 기반의 ‘지산지소’ 및 지역 경제 활성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고려나 지역적 안배보다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선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