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전기차 충전사업 매각 추진…중견기업 등과 협상
충전기 1.5만기 매각 예정…자산 90% 공동주택 위치 대기업 첫 충전사업 철수 시도…시장 성장세 둔화 영향 중견기업 등 2~3곳과 협상…까다로운 매각조건에 다수 기업 이탈 한화 ‘사업구조 효율화 차원’…작년 실적 악화 맞물려
한화솔루션이 자사 전기차 충전 브랜드 ‘한화모티브’의 충전기 자산을 매각한다.
지난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현재 운영 중인 충전기 1만여기와 확보한 충전면을 포함해 총 1만5000기 규모의 충전 인프라 매각을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매각은 시장 확장에 주력해온 대기업이 충전 사업 철수를 검토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충전 시장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으며 대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했다.
특히 지난 4년간 대기업들은 기술력을 갖춘 중소 충전사업자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SK가 시그넷을, LG전자가 애플망고를, GS에너지가 지엔텔 충전사업부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충전 사업 매각 시도는 업계가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매각 금액 자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수기업이 수용해야 하는 계약 조건이 까다로워 초기 관심을 보였던 다수 기업들이 인수전에서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대상 자산의 약 90%가 공동주택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 중견기업을 비롯한 2~3곳의 기업들이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자산 매각은 사업 구조 효율화를 위한 과정의 하나”라며 “매각이나 투자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화솔루션이 지난해 실적이 악화된 것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12조3940억원, 영업손실 3002억원을 기록했으며, 특히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전년도 영업이익 5398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전기차 충전 시장은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2022년 한화모티브 출범 당시 충전 인프라 시장은 높은 성장성으로 주목받으며 투자가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 수요 정체 현상인 ‘캐즘’이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 및 유럽의 보호무역 강화 등 대외 여건도 악화되면서 시장 전반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전기차 충전 시장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전기차 보급률은 3% 미만이지만, 향후 최소 3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충전 인프라 시장이 현재 대비 최소 10배 이상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력 중견기업들이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도 이 같은 시장 잠재력을 반영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전기차 보급 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한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향후 운영 효율성과 수익성 관리 능력을 갖춘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