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시공비 상승 논란’이 단견인 이유

2025-02-07     김진후 기자

최근 건설업계와 재건축 조합·수분양자를 중심으로 제로에너지빌딩(ZEB) 의무화 정책이 시공비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ZEB 설비 반영 시 단순 시공비만 따지면 전용 84㎡ 기준 293만원의 공사비가 늘어난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비용만을 강조한 시각일 뿐,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건축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변화로 봐야 한다.

관건은 생애주기 비용(LCC)이다. 태양광 및 연료전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고효율 단열재, 에너지 관리 시스템(BEMS) 등을 추가하면 운영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짧게는 7년 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는 연구도 있다. 입주민은 이후로도 난방비·전기료 절감, 실내 공기 질 향상 등 지속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건물 전체 수명을 고려할 때 단순 시공비만을 문제 삼는 것은 단견이란 것이다.

기술 발전과 정책 지원도 비용 절감을 뒷받침한다. 태양광 설비만 해도 초기 보급 시기 대비 대량 생산 등에 따라 원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정부도 대상 건물에 대한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 사례에서도 제도 정착 후 표준화와 시장 확대, 규모의 경제 효과로 가격 안정 효과를 입증했다. 거꾸로 부동산 시장에서 ZEB 건물은 임대료가 높고 공실률을 낮추며, 매각 시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경향도 있다.

세계 시장에서 ZEB는 이미 필수적인 흐름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부터 모든 신축 건물에 ZEB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도 관련 규제를 강화 중이다. 국제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우리나라가 이를 도외시하고 도입 시기를 늦추면 더욱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시공비 상승을 둘러싼 논란은 설비 적용에 따른 에너지 절감 효과가 눈에 보이면 차츰 사그라들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비용 논란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확대를 통해 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단순히 정부 정책에 반발하기보다, 업계도 비용 최적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며, 소비자는 장기적 혜택을 인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