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선입견’ 딛고 뜰까…BYD의 조용한 출발

일주일 만에 1천대 사전 계약...시장 반응은 ‘관망세’ 아토3, 코나·EV3보다 1천만원 저렴...실구매가 2천만원대 日서도 첫해 고전했지만 2년 만에 점유율 4위로 뛰어 “중국차 선입견 해소되면 의미 있는 성적 낼 것” 자신

2025-01-24     오철 기자
지난 1월 16일 BYD 론칭 행사에서 조인철 BYD 승용 사업부 대표가 BYD 전기차 씰(SEAL), 아토3(ATTO 3), 씨라이언(SEALION)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BYD]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BYD가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초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4일 BYD에 따르면 지난 16일 공개한 아토3(ATTO 3)의 사전 계약이 7일 만에 1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비교적 최근 출시된 기아의 EV3가 일주일 만에 6000대,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이 2주 만에 8000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BYD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이라는 높은 장벽에 직면한 모습이다.

하지만 BYD 아토3는 국내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매력적인 스펙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장 4455mm, 전폭 1875mm, 전고 1615mm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 EV3보다 더 큰 차체를 확보했다. 가격도 기본형 3150만원, 플러스 트림 3330만원으로 책정돼 코나 일렉트릭(4142만원)과 EV3(3995만원)보다 1000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국내 보조금이 낮게 책정됐지만 실구매가는 2000만원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성능과 편의사양도 경쟁력을 갖췄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321km를 기록했고, 12.8인치 회전식 디스플레이와 파노라마 선루프, V2L 등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특히 티맵 모빌리티와 음악 플랫폼 플로 등 한국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인포테인먼트를 등한시해 한국 시장에서 고전했던 일본 전기차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국내에서는 선입견이 심한 것과 달리 BYD는 이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 친환경차 427만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유럽에서는 2017년 이후 점유율이 3배 증가해 EU가 상계관세를 부과할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커졌으며, 아세안 시장에서는 36%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력도 세계적 수준이다. 직원 90만명 중 11만 명이 엔지니어로, 지난해에만 3만 명의 신입 엔지니어를 채용했다. 자체 개발한 블레이드 배터리는 신뢰성을 더 검증할 필요는 있지만, 못 관통 테스트에서도 발화하지 않을 정도로 안전성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 절감으로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다만 한국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BYD도 이러한 상황을 예견한 듯하다.

조인철 BYD 승용 사업부 대표는 론칭 행사에서 “당장의 판매량보다 고객 신뢰 구축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첫해 판매 목표를 정하지 않은 것, 차량 시승 기회를 늘리겠다는 발언 등도 모두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딜러사들은 초반에는 개인 고객보다 렌터카와 기업 등 법인 고객(B2B)을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하며 장기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 시장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BYD는 일본 시장 진출 첫해에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2년 만에 토요타 전기차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4위까지 올라섰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 브랜드에 대한 낯섦이 있지만 BYD의 가성비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라며 “법인 시장부터 차근차근 신뢰를 쌓는다면 한국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BYD는 2월 2일까지 2주간 일반 시민에게 개방되는 브랜드 전시 체험관을 운영하며 차량 시승과 딜러사 상담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