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살 찌푸리게 하는 해상풍력 개발사의 지분 편법 매각

코리오제너레이션, 韓 정부 인가 없이 파이프라인 지분 매각 자회사 OSW 인베스트먼트 설립 후, 캐나다 OTPP와 지분 나눠 개발사 측 “OTPP 의사결정권 없어, 정부 인가 사항 아냐” 해명 전기위원회 “미인가 지분 거래 제재 위해 전기사업법 개정 추진”

2025-01-22     안상민 기자
귀신고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감도. [사진=코리오제너레이션]

국내에서 3GW가 넘는 해상풍력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코리오제너레이션이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전력당국의 인가 없이 사업 지분을 매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코리오제너레이션(Corio Generation)은 지난 2023년 3월 보유한 해상풍력 파이프라인 지분 일부를 자회사인 OSW 인베스트먼트(OSW Investments)에 양도했다. 이후 같은 해 4월 다시 OSW 인베스트먼트의 지분 일부를 캐나다 온타리오 교사 연금(OTPP: Ontario Teachers’ Pension Plan)에 매도했지만 이 사실을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았다.

코리오제너레이션은 영국의 녹색투자은행(Green Investment Bank)을 전신으로 하는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이 설립한 해상풍력 개발 전문회사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북미, 유럽 등 11개국에서 30GW 이상 규모로 해상풍력 사업을 개발 중이다.

당초 OSW 인베스트먼트는 코리오제너레이션과 OTPP의 합작법인 형태로 지난 2022년 3분기까지 설립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리오제너레이션은 지난 2023년 3월 지분을 OSW 인베스트먼트에 양도하면서 전기위원회로부터 지분 양도 허가를 받았으며 이때만 해도 OSW 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은 100% 코리오제너레이션이 보유했었다. 당시까지 OSW 인베스트먼트는 OTPP와의 합작법인이 아닌 코리오제너레이션의 자회사였다는 얘기다.

OTPP는 한 달 후인 2023년 4월 OSW 인베스트먼트의 경영권과는 관계가 없는 수준에서 지분참여를 하게 된다.

현재 코리오제너레이션과 OSW 인베스트먼트 간 정확한 지분 관계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50 대 50이거나 코리오제너레이션이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규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파이프라인의 지분을 타 사업자에 양도할 경우 전기위원회의 주식 양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코리오제너레이션은 OTPP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발전사업 프로젝트 지분이 아닌 합작법인의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이를 우회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코리오제너레이션은 국내에서 ▲청사포해상풍력(40MW) ▲다대포해상풍력(96MW) ▲기장해상풍력(200MW) ▲귀신고래해상풍력(1.5GW) ▲맹골도해상풍력(600MW) ▲거문도해상풍력(500MW) 등 3GW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 중 전부 또는 대다수의 파이프라인이 OSW 인베스트먼트에 양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받은 경우’ 또는 ‘인가를 받지 않고 전기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수하거나 법인을 분할・합병한 경우’ 전기사업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다만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려는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전기위원회 인가 대상이 아니다.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해당 지역 바다의 점유권을 가진 해외 개발사가 정부나 지자체와 협의 없이 지분을 매각한 행위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지분 매각은 국내 바다의 점유권을 얻은 개발사가 약속했던 녹색에너지 활성화와 투자 대신 이득을 얻기 위해 해외로 자산을 판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산업통상자원부의 허가 없이 국내 바다 자원의 개발사업 지분을 매각했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산업부와 환경부 등 주무부처는 이 개발사가 국내에서 취득했거나 현재 진행 중인 발전사업 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등의 인허가를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리오제너레이션은 OSW 인베스트먼트의 설립은 해상풍력 전문성 강화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이며, 통상적인 해상풍력 개발 절차라는 입장이다.

코리오제너레이션 관계자는 “OTPP의 참여는 재무적 투자 목적의 지분 취득으로 여전히 코리오제너레이션이 절반 이상의 이사선임권을 포함한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OTPP는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없어 전기사업법상 프로젝트 지배력에 변화가 없으므로 정부 인가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OTPP는 유한책임사원(LP)으로서 OSW 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을 인수했기 때문에 정부 인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코리오제너레이션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상풍력 사업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므로 사업의 진행 경과에 따라 자기자본과 타인자본 조달이 필수적”이라며 “코리오제너레이션과 OSW 인베스트먼트의 지분 양수도는 그룹 내부 계열사 간 지분양도로 사업 매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전기위원회 관계자는 “현행법상으로는 인가를 받지 않고 주식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경영권과 관련이 없으면 제재 조항이 없는 상황”이라며 “전기위원회에서도 이 허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인가 사안에 대해 제재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