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가빠지는 에너지 전환, 전자파 ‘덫’ 떨쳐내야
지난해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가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에 대해 부당하다 판결한 사건은 향후 전력 사업에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단순히 전력망 확대의 당위성을 인정받았다는 것 외에도, 전자파 등 주민 우려를 다소간 불식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전자파에 대한 우려는 에너지 전환의 목줄도 쥐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약 3년간 태양광 관련 민원 10건 중 22건(4695건)은 ‘설치 반대 및 피해’ 관련 민원이었다. 대개 전자파, 빛 반사 등 발전시설의 유해성 민원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호소하는 발전시설 유해성은 이미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판명된 상황이다. 한국전자파학회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태양광 시설의 전자파와 빛 반사가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했다. 인버터 전자파는 WHO 권고기준의 20% 수준이고, 눈부심 강도는 일반 창호유리 대비 6.67%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각 지자체는 주민 민원 최소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국가 백년지대계인 에너지 정책은 갈팡질팡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말 발간한 ‘태양광 발전 이격거리 규제 현황과 쟁점’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의 57% 이상인 129개 지자체가 태양광 발전소 이격거리 조례를 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시·경북 안동시·청도군·경남 남해군 등은 지난해 한층 강화된 조례를 신설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태양광 잠재입지 면적이 전국적으로 50% 이상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과도한 이격거리 규제는 글로벌 표준에도 뒤떨어지는 행태다.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에는 이격거리 규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226개 카운티에 이격거리를 도입한 미국 역시 대지경계선을 기준으로 15m(중위값)의 규제가 고작이다.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한 전력설비는 지속할 수 없다. 하지만 근거 없는 민원이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일도 이제 끝내야 한다. 지리멸렬한 논의 속에 탄소중립의 시계는 더욱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새해에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완화와 같은 과감한 결단으로 에너지 전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