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대중국 정책, 韓 전기차·배터리 산업 ‘기로’에 서나

KIEP 세계경제 포커스 보고서 발표 中 배터리 제재강화 땐 반사이익 기대 투자유치선 韓기업 불리해질수도 “공급망 다변화·기술력 강화 시급”

2024-12-05     오철 기자
45대에 이어 47대에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제공=연합뉴스]

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전기차·배터리 분야의 대중국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업계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을 전망이다. 중국산 배터리 수입 제한이 강화되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오히려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3일 발간한 ‘트럼프 2기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의 대중국 정책 변화 가능성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신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조치는 대중국 관세 인상이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2026년까지 유예한 상태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를 조기에 더 높은 세율로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의 ESS용 배터리 수입 중 중국의 비중이 72%에 달하는 만큼, 관세 인상이 이뤄지면 중국 배터리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 미국의 대중국 관세정책 변화 가능성 [제공=KIEP]

보고서는 또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주요 조항이 변경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첨단 제조 세액공제(45X)와 투자 세액공제(48C)에 해외우려집단(FEOC) 요건이 적용될 경우, 중국 배터리 및 소재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45W)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는 중국 기업에 대한 제한이 없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FEOC 요건이 추가되는 등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 BYD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전기버스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또한 보고서는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30D) 조항 폐지 가능성도 제기했다. 특히 이 조항에 포함된 FEOC 요건도 함께 사라질 경우,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의 대미 투자 유인이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미국에 공장을 설립할 의향을 밝힌 바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배터리 원자재 부문의 변화 가능성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흑연 사용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2026년 말까지 허용하고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한국 배터리 업계의 중국산 흑연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중국 정책 변화 가능성에 따른 중국의 영향과 한국의 대응 [제공=KIEP]

아울러 트럼프가 중국 완성차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여러 차례 환영한 점도 주목된다.

특히 미·중 관계에서 일론 머스크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중국 공급망과 시장을 고려해 대중국 정책에서 완화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CFIUS(미국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의 견제가 강화될 수 있어 중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재희 KIEP 전문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배터리 수입과 제조, 전기 상용차, 흑연 등 분야에서 대중국 제재를 강화한다면 우리 기업에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공급망 충격이 있을 수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는 “유럽과 신흥국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의 R&D 투자를 통해 중국과의 경쟁 격화나 대체 신기술의 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