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1위 BYD가 온다] 한국 車 시장 ‘빅뱅’ 예고
“韓 시장은 특별하다”...내년 1월 승용차 첫 출시 유럽·동남아서 입증된 기술력...세계 1위 파워 앞세워 국내 전기차 시장 새 판 예고...“가격 경쟁력이 성패 가를 것” 부품산업 지각변동 우려...“車 산업 구조조정 촉발할 수도”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BYD가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올해 3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매출 1위에 오른 BYD는 내년 1월 한국 시장에 승용차를 출시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미 전기버스와 전기트럭으로 한국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한 BYD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로 평가받는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철저히 준비했다’...BYD의 한국시장 공략법
“한국은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입니다. 그만큼 한국의 소비자들도 까다롭죠. 그래서 더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지난달 20일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는 선전 본사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자심감을 내비쳤다. BYD는 이미 한국에서 1000대 이상의 전기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1톤 트럭 ‘T4K’를 출시하며 시장성을 검증한 바 있다.
내년 1월 본격적인 진출을 앞두고 판매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6개 딜러사와 협력을 확정했으며 서울 강서구와 영등포구의 전시장을 시작으로 부산, 제주까지 전국적인 판매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출시 모델과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SEAL(씰)과 ATTO 3(아토3), DOLPHIN(돌핀) 등 3개 차종이 이미 국내 출시를 위한 인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형 세단인 SEAL은 세계 최초로 CTB(Cell-to-Body) 기술이 적용된 양산형 모델로, 3.8초의 제로백과 최대 650km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CTB 기술은 차체와 배터리를 일체화해 공간 효율성과 주행 성능을 높인 혁신 기술이다. 소형 SUV인 ATTO 3는 세계 최초 8-in-1 전기 파워트레인과 고효율 히트펌프 시스템이 탑재되어 7.3초의 제로백과 51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BYD는 틈새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류 총경리는 “우리는 매년 새로운 모델을 한국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며 “중국에서 운영 중인 4개 브랜드를 통해 패밀리카부터 럭셔리카까지 모든 세그먼트를 커버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글로벌 1위 저력은 기술력·가격 경쟁력
BYD의 자신감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에 기반한다. 2022년 186만대, 2023년 302만대를 판매했으며, 올해는 400만대 돌파가 예상된다. 특히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수출이 2017년 이후 점유율이 3배 증가했으며, EU가 상계관세를 부과할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 아세안 전기차 시장에서는 36%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핵심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다. BYD는 90만 직원 중 11만 명이 엔지니어로, 작년에만 3만명의 신입 엔지니어를 채용했다. 특히 블레이드 배터리는 못 관통 테스트에서도 발화하지 않을 정도로 안전성이 뛰어나다. 또한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 절감과 자국 내 저렴한 임금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국가에서는 현지화 전략도 성공을 거뒀다. 현지 대형 딜러 및 전력청 등 국가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마케팅과 서비스망을 구축했으며, 세제 혜택과 구매 보조금 등 인센티브 정책을 적극 활용했다.
◆ 험난한 여정 예고...현대차 ‘아성’ 넘을까
하지만 한국 시장은 새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세계 시장 중 유일하게 전기차 수요가 역성장(-1.1%)하고 있으며, 현대차·기아의 브랜드 충성도가 최고치(78%)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전기차 구매 결정 요인 조사에서도 차량 가격(27%)이 주행거리(25%)와 함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정부 지원도 제한적이다. 올해부터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보조금이 최대 75%로 축소됐다. 또 차량 가격이 5500만원을 초과하면 보조금이 50%로 줄어드는 등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졌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BYD의 중형 세단 SEAL 시리즈는 고급 모델이라 지켜봐야겠지만,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같은 대중형 전기차는 품질 대비 가성비가 워낙 좋기 때문에 국산 전기차에 비해 500만~1000만원 낮은 가격에 내놓는다면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중국 전기차의 한국 진출이 국내 자동차 산업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정재호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내수시장의 공급과잉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질 것”이라며 “이는 완성차 업체보다 부품과 소재 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은 국내 판매망 확대와 함께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한 현지 생산 시설 투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YD, CATL 등 배터리 업체들도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 패키징 영역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과거 철강산업이 겪었던 것처럼, 중국 전기차의 진출은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