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태양광 화재 가능성 원천 차단한다”...서울 남부교육청 표준모델 제시
접속반 디지털화·급속차단(RSD) 기술로 전력 자동 차단 “늘어가는 태양광, 관리체계 절실”...학생·소방관 안전확보 시급 내년부터 관할 26개교에 적용, IoT 기반 통합 관리 강화
서울시 남부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학교 등 공공시설 태양광발전소 화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표준 모델을 개발하고 확대 적용을 추진한다. 학교시설 내 태양광설비가 확산되면서 화재 위험도 비례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남부교육청은 지난 11월 29일 서울시 구로구 천왕중학교에서 ‘태양광 발전장치 시연회’를 열고 태양광 화재 급속차단 모델의 확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천왕중학교는 올해 4월 태양광 설비와 연결된 접속반 내부 발열로 화재가 발생했던 현장이다. 교육청은 이곳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하고, 접속반 내부 화재 차단 기능과 급속차단(RSD, Rapid ShutDown)을 결합한 모델을 도입했다. 기존 설비는 인버터와 접속반 두 기가 전소돼 재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이번 모델 도입으로 화재 위험 요소를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됐다.
교육청이 학교시설 태양광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배경에는 날로 증가하는 태양광 화재가 있다.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규정에 따라 태양광 설비는 2010년 1.1MW에서 2023년 15MW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태양광 화재도 2010년 10건에서 2023년 124건으로 늘었고, 서울에서만 연평균 2~3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사업을 기획한 장석재 서울특별시남부교육지원청 학교시설자원과 시설관리팀장은 “절대 수치로는 높지 않은 건수이지만, 태양광 보급과 함께 화재 가능성도 늘어난 만큼 위험 관리 체계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RSD를 탑재한 이번 표준 모델은 공공시설 안전관리에 있어 필수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도입한 표준 모델은 기존의 화재 안전장치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기존 시스템은 접속반 단위에서 수동으로 전력을 차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새 모델은 기존 모델에서 한층 진화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갖춰 화재의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화한 접속반으로 내부 이상 감지가 가능하고, RSD를 통해 실제 전기가 생산되는 태양광 모듈 단계부터 전원의 이상 징후를 파악해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할 수 있어 안전성이 한층 강화됐다. 또 모듈 전력을 수전하는 단계에 '모듈 입력 화재 차단 박스(Safety Box)'를 하나 더 배치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고, 현장 내 수동 차단 체계도 갖추며 빈틈을 메웠다.
특히, 이번 시스템은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을 대체해 모두 국산화를 이룬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관리 인건비 절감, 무인관리 강화 등 유지보수 비용을 대폭 절감하며 효율성과 경제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화재 발생 시 전체 출력을 차단하거나 모듈 어레이별 일부 출력 차단을 선택할 수 있어 발전 손실도 최소화한다.
시스템을 개발한 백현이앤에스 관계자는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과 수상태양광 같은 특수 설비는 한 번 문제가 발생하면 접근조차 어려울 정도로 관리의 난이도가 높다”며 “이번 시스템으로 관리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안전성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이번 모델을 표준화해 학교 설비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관리가 어려웠던 태양광 설비가 점차 노후화되며 신속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우선 내년부터 교육청 관할 26개 학교에 표준 모델을 적용하는 한편, 노후 설비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역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또, 안전성 검증 후 신규 설치분에 대해서도 안전 접속반 및 RSD 적용을 계획 중이다.
또한, IoT 기반 유지관리 플랫폼을 마련해 모든 학교 태양광 설비와 공조·냉난방 시설을 실시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해당 시스템은 태양광 설비의 발전량, 상태, 위험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도 갖춰 한층 높은 안정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장석재 팀장은 “태양광설비는 화재 시 활선 상태에 있어 화재 진압이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이번 표준모델은 화재 진압도 용이하게 해주며 학생은 물론 소방관의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다”며 “이번 사업은 화재 예방을 넘어 공공 태양광 관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