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위험 있는 인버터는 중요 안보설비, 핵심자원 지정해 보호해야”
해킹·공급망 취약성 고려 자립 기반 강화·지원 필요성 제기 中 공세와 국내 시장 약화 현실화...“국내 대형 제조사는 1곳뿐” 태양광산업協 “국가자원안보특별법 따라 핵심자원 지정 추진"
그동안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았던 인버터 산업에 대한 재평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버터가 계통 운영의 안정성은 물론 재생에너지 보급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를 안보 자원으로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는 그 첫걸음으로 ‘국가자원안보특별법’ 핵심자원 지정을 추진키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11월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12월 중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자원안보특별법 핵심자원’ 세부 품목 지정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한국태양광산업협회가 인버터의 핵심자원 지정을 신청키로 했다. 이미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소재·부품은 핵심자원으로 다뤄져 왔고 산업 규모가 큰 셀·모듈은 탄소인증제 등 일정 부분 시장 보호 조치가 이뤄졌지만, 인버터의 중요성은 간과돼 왔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인버터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국가가 놓쳐서는 안 될 전략자원이자 핵심 산업”이라며 “이번을 기회로 부진을 겪고 있던 인버터 산업을 회복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의 전환점을 마련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에 따라 인버터가 핵심자원으로 지정될 경우 정부는 산업 및 공급망 강화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우선 자원의 비축 지원을 시작으로 ▲공급망 취약점 분석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지원 ▲국내외 생산 기반 확충 ▲비상시 수급 및 가격 안정 조치 등 다각적인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인버터 업계 관계자는 “사업 환경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어서 핵심자원 포함 효과를 당장 예견하긴 어렵지만, 지정되는 것 자체가 산업 전반에 큰 의미를 갖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인버터는 태양광 및 풍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계통에 연결하고 전력 변환을 담당하는 설비다. 특히 변동성 높은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감안하면 계통 안정화를 좌우하는 핵심 설비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인버터가 해킹 등으로 작동 이상을 일으킬 경우 국가 전력 수급 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인버터 산업의 보호와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반면 국내 인버터 산업은 그 중요성에 비해 발전소 개발 시 낮은 투자비 비중 등을 이유로 도외시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키워온 중국 등 글로벌 인버터 기업이 국내 시장에 물밀듯 진출하면서 국내 산업은 인력양성·기술개발 여력 저하 등 보호 능력이 크게 약화한 상황이다.
실제 중대형 발전소에 투입되는 대형 인버터(센트럴)를 제조하는 국내 기업 다수가 도산 또는 철수하면서 시장 기반이 망가진 가운데, 실제 제조사는 OCI파워 한 곳만 남아있다. 헥스파워시스템을 위시한 중소형 인버터(스트링) 업계 역시 군소업체를 중심으로 소규모의 시장만 열려 있다.
이에 반해 민수 시장은 글로벌 대규모 인버터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들 글로벌 기업의 철수나 제품 단종 등 비상 상황을 내다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국내 기업이 전무할 때 글로벌 기업이 기습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경우 대응 수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동종 업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대응력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최소한으로라도 국내에 산업체와 공급망을 유지해야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인버터 안보자원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