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B 민간 확대 맞춰 부각되는 ‘건물용 연료전지’…보급 발목 잡는 경제성 문제 개선해야

이승우 박사, 설비포럼서 LTSA 도입과 자가용 PPA제도 보완 등 대안 제시 중대 규모서 에너지자립률 맞추려면 태양광만 갖고는 불가능, 연료전지 활용 불가피 폐열 활용과 각종 전력시장 제도개선 등 통해 경제성 높이는 방안 모색해야

2024-10-30     윤정일 기자
지난달 30일 열린 ‘설비포럼’에서 좌장을 맡은 (왼쪽 첫 번째부터) 정재원 한양대 교수를 비롯해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박정건 두산퓨어셀파워 연구소장, 최성우 에너지공단 실장, 송두삼 설비공학회 차기회장, 이상민 기계연구원 연구원, 이승우 SK에코플랜트 박사, 안종욱 인천도시가스 본부장. [사진=윤정일 기자]

내년부터 민간 건축물에 대한 제로에너지빌딩(ZEB)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태생적인 경제성과 내구성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장기유지보수계약(LTSA) 도입과 함께 자가용 PPA제도 보완, 제로에너지건물용 연료전지의 CHPS 참여 허용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승우 SK에코플랜트 박사는 10월 30일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27회 설비포럼에서 ‘중대규모 건축물의 ZEB 달성을 위한 연료전지 적용 및 운영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관련 대안을 제시했다.

이 박사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대규모 건물에서 에너지자립율 확보를 위해 주로 태양광이 많이 사용됐으나 건물 옥상, 측벽 등에 촘촘해 태양광 패널을 붙이더라도 16~18%의 자립율에 그쳐 제로에너지빌딩 5등급 기준(에너지자립율 최소 20%)을 충족하려면 별도의 신재생에너지 반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박사는 제로에너지빌딩 확산에 맞춰 에너지자립율 확보 방안으로 기존의 지열, 태양열, 풍력 외에 연료전지가 각광을 받고 있다면서 연료전지의 경우 타 신재생설비 대비 적은 공간으로도 에너지자립율 확보가 용이하고, 날씨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일정한 발전량 확보가 가능하며, 시공이 비교적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SK에코플랜트가 부산 사하구에 건설한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66kW SOFC 연료전지를 적용, 에너지자립율 24.9%를 달성해 ZEB 5등급 예비인증을 획득했고 서울 중랑구 지식산업센터에서도 42kW PEMFC 연료전지를 활용해 에너지효율등급 1+ 본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승우 SK에코플랜트 박사가 중대규모 건축물에 연료전지를 적용한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윤정일 기자]

이 박사는 그러나 연료전지의 경우 수소를 뽑아내는 LNG 가격의 변동성과 종류별 운영경제성의 유동성, 정기적인 스택 교체에 따른 사용자 운영비 부담, 폐열의 활용성 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경제성·운영성 측면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기준 전체 1253개 연료전지 가운데 미가동설비가 690개에 달해 미가동율이 55.1%에 달한 이유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연료전지는 에너지자립율을 높이면서 유지보수 걱정이 없는 가장 좋은 기기”라면서 “그 이유는 일단 설치하고 한번 시운전한 다음에는 운영비 부담 때문에 꺼놓은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박사는 LTSA 도입을 통해 단기적인 장비공급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유지보수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낮출 필요가 있으며,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CHPS)의 경우 소규모 발전사업자도 참여가 가능할뿐만 아니라 비가격 평가요소에 분산전원 특성, 계통수용성 등을 감안하면 건물용 연료전지도 낙찰 가능성이 있는 만큼 kW당 220~230원 정도의 비용을 정산받을 수 있다면 스택 교체비, 가스비 등을 상쇄하고도 남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PPA 제도의 경우도 자가용 PPA는 1000kW 이하만 해당되는데, 수 천세대 급의 대규모 아파트의 경우 5등급 기준을 맞추려면 1000kW로는 안되며 그만큼의 용량 확대가 불가피하고, 현재의 SMP 단가를 수소를 연료로 하는 연료전지에 적용하는 것은 너무 박하기 때문에 약간의 인센티브를 더해주는 보완만 가능하다면 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고 이 박사는 강조했다.

대한설비공학회가 지속하고 있는 설비포럼은 산학연관이 모여 설비 산업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지난 9월부터는 2025년 민간건축물에 대한 제로에너지빌딩 설치 의무화(30세대 이상 민간 공동주택, 연면적 1000㎡ 이상)에 맞춰 내부의 ZEB 시스템 전문위원회, 지열설비 전문위원회, ZEB 인증제도 운영기관인 에너지공단과 공동으로 ‘ZEB 보급확대를 위한 설비기술 개발 및 제도개선’을 주제로 지열 히트펌프, 연료전지, BEMS 등에 대한 적용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을 뜻하며, 2020년부터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적용 의무화가 시작돼 내년에는 민간 건축물, 2050년에는 전 건물에 대한 ZEB 1등급(에너지자립율 100%) 달성이 강제된다.

이날 포럼에서 이상민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제도의 경우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 이상을 달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ECO2 평가를 받아야 한다.그런데 연료전지의 경우 이 평가에서 불리해 태양광, 지열 등 다른 발전원과 결합해 등급을 올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 때문에 ECO2 평가에 대한 개선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안종욱 인천도시가스 본부장은 “건물용 연료전지의 개선방향으로 한전의 부하관리 사업을 검토하되 연료전지 제조사와의 협업이 필요하며, 참여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하는 설비개선과 운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주제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송두삼 성균관대 교수(설비공학회 차기회장)는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폐열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난방과 연계해 수용성을 높이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최성우 에너지공단 건물에너지실장 역시 “단순히 연료전지 자체의 경제성만 따질 게 아니라 국가 차원의 탄소절감, 경제성 향상 등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면서 “또 제로에너지빌딩의 잉여전기 등을 거래해 경제성을 높이는 방안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전지 제조사를 대표해 나온 박정건 두산퓨어셀파워 연구소장은 “그동안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건물용 연료전지는 발전용에 비해 부각이 안 됐었다. 그러나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로 최근 관심을 받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앞서 지적됐듯이 ECO2 프로그램 내에서 연료전지 특성이 정확히 반영되지 못해 장점이 부각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이를 바로잡는 제도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고, 운영 부분에서 경제성을 찾는 것은 기업입장에선 쉽지 않다. 정부와 관계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