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ESG경영을 원한다면 경기도를 보라’
제도 개선·금융지원으로 재생에너지 확산 유도 실효성↑ '4조 민간 투자 유치로 동력 확보...올해 확정분만 101MW' 산단 내 재생에너지 의무화·1000억 규모 특별보증 등 눈길 실제 적용 부지 다수 확보...영농형 태양광·BIPV 클러스터 적용
#경기도는 2023년 7월부터 1년 새 8개 투자사를 통해 산단 태양광을 보급할 4조원의 투자액을 유치했다. 올해는 이 중 1500억원을 활용해 산업단지 내 101MW급 태양광발전소 설치 계약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볼보코리아 동탄사업장에는 리스형 412kW, 오프사이트 500kW 규모가 설치되고, 군포복합물류센터는 도내 최대 규모인 7.4MW의 지붕임대형 태양광이 들어선다. 경기RE100 산단 1호로 지정될 화성H테크노밸리는 민간 주도로는 최초로 재생에너지를 의무화한 산단이 될 전망이다. 김연지 경기도 에너지산업과 과장은 “현재까지 경기도가 받은 추가 설치 제안만 2.8GW에 달하고, 산단 지붕 태양광 100% 설치 시 약 2GW의 잠재 용량이 나온다”며 “사업 개시와 함께 대기업의 지원을 통해 ESG 실적을 달성하려는 기업들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태양광 사랑은 산단에 그치지 않는다. 2023년 전국 태양광 보급이 8% 감소한 상황에서도 경기도에선 18%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공공기관의 RE100 달성 목표와 결합해 도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의 결과라는 평가다. 김 과장은 "공공기관들이 유휴부지를 적극 제공하고, 부지가 부족한 곳은 새롭게 발굴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재생에너지 보급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활발한 태양광 보급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사불란하게 추진 중인 적극적인 제도 개편과 지원 사업은 경기도뿐만 아니라 RE100 및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관심이 높은 타 지자체로 영향력을 퍼트리고 있다.
이 중 산단 태양광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은 눈여겨볼 만하다. 산단 태양광은 넓지만 활용되지 않는 유휴부지인 지붕을 십분 활용할 수 있고, 이격거리 제한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보급 부지가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설치에 알맞은 장소란 평가다.
하지만 산단 태양광은 그동안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보수적인 태도 등의 문제로 보급이 더딘 실정이다. 경기도에선 탄소중립을 도정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이를 극복할 각종 제도 설계를 통해 타 지자체를 선도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경기도의 의지가 곧 RE100 달성의 핵심이라는 의식이 녹아 있다.
글로벌 RE100 가입기업 36개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9개사가 본사를 경기도에 두고 있다. 또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아모레퍼시픽 등 29개사는 도내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사실상 모든 RE100 기업의 이행여부가 경기도 정책에 달린 셈이다.
◆‘경기 RE100’ : 공공·민간 재생에너지 전환 이끈다
경기도가 산단 태양광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경기 RE100’ 정책이 꼽힌다. 경기 RE100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경기도 자체 목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취임 이후 임기 내 우선 공공기관의 RE10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도 전역에서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의 지향이 재생에너지 지형을 바꾼 좋은 본보기인 셈이다.
산단 내 RE100은 하위 전략인 ‘기업 RE100’을 통해 실행되고 있다.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지원책, 홍보 활동을 통해 구심점을 더해가며, 실제 기업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태양광 업계에서도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참여 의향을 확보한 모범 사례”라며 긍정 평가를 내린다.
우선 제도 혁신 부문에서 ‘산단 태양광'이 사실상 의무화 조치로 여겨지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 신규 산단에선 ‘산업입지 심의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재생에너지 도입 의무화를 유도했다. 기존 산단의 경우 산단 관리 기본계획 수립·변경 시 태양광 설치에 따른 승계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 도입은 물론 경기도 에너지산업과의 협조 결제를 의무화해 이행력을 높였다.
김 과장은 “태양광 설치 후 20년간 장기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였지만, 제도적으로 승계 리스크를 최소화해 기업들이 안심하고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며 “이는 산단 내 기업들이 태양광을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 기존 산단의 태양광발전업 입주를 허용한 것도 차별점이다. 기존 산단 다수는 제조업을 위주로 관리기본계획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일부 산단에 한해서만 외부인 투자 지붕임대형 태양광발전소 설치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김 과장은 “실제 입주가 급한 국내외 기업들 사이에 태양광이 설치되거나 설치 가능한 산단에 입주하고 싶다는 분위기를 포착했다”며 “국제적으로 RE100 압박이 커지면서, 외국계 기업일수록 그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이를 산단 환경영향평가 시 태양광발전업의 입주를 허용한 단지에 한해 예산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해 제도 참여를 유도했다. 제도 개선을 전후로 태양광발전업을 입주시킨 산단은 지난해 4월 50개에서 올 3월 기준 87개로, 1년 새 40곳 가까이 늘었다. 도는 내년까지 도내 전체 195개 산단으로 이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금융 지원책도 마련했다. 공공이 아니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우선 최소한의 장치부터 구상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통한 1000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이 눈에 띈다. 중소기업은 최대 5억원, 소상공인은 최대 1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도비 98억원을 배정한 에너지 융자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이 사업은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500kW 이하)를 대상으로 신청자당 최대 8억5000만원에 이르는 설치비용 지원이 특징이다. 산업단지 내 고효율 에너지 기자재 설치를 위한 산업단지 에너지 효율화 융자 지원 프로그램(업체당 최대 5억원), 300kW 이상 상업용 태양광을 대상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대출 이자차액 지원 프로그램 등도 재생에너지 수요를 단단히 뒷받침하고 있다.
태양광 보급의 첫 관문인 공장 소유주·사업주를 설득할 수단도 마련했다.
김 과장은 “보급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것은 CEO의 결정 시간”이라며 “산단 태양광의 실제 유형, 용량, 수익 등을 분석하고 종합적인 사례집을 만들고 있다. 올해 중 공개되는 가이드북을 통해 사업주의 결정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영농형·BIPV 확대 핵심은 ‘유휴부지’
적극적인 유휴부지 발굴도 경기도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광원을 통해 검출 및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 촬영을 활용하며 이전보다 정확한 유휴부지 및 재생에너지 설치 가능 부지를 발굴해낸 것.
김 과장은 “라이다 촬영을 통해 52만개의 데이터를 분석해 1600개 유망 부지를 선정했고, 그중 600~700개 부지에 대한 컨설팅 보고서를 작성해 이르면 연내에 공개 예정”이라며 “이는 기업, 도민을 아울러 재생에너지의 정보를 공유하고, 수익화까지 가능한 서비스인 RE100 플랫폼을 통해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과학 행정’으로 이름 붙여진 해당 사업은 재생에너지 부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태양광 설치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산단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에서도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사업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농촌 유휴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서 농작물을 함께 재배하는 영농형 태양광 모델이 대표적이다. 이는 농업 생산성과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혁신적인 모델로,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에너지 자립률 향상에도 역할을 할 전망이다.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보급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BIPV는 건물과 융합해 태양광 발전을 수행하면서도 외관상 거의 드러나지 않는 기술이다.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비책으로 꼽힌다.
도는 이를 통해 전국 최대 규모의 BIPV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올해 수원 광교에 위치한 경기도시공사(GH) 건물에 BIPV를 설치했고, 경기 도서관과 교육청에도 추가 설치를 진행하는 등 ‘BIPV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이처럼 경기도의 태양광 보급 정책은 각종 혁신과 맞물려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뿐 아니라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사례를 통해 각 이해관계자들을 부단히 설득한 결과다.
산업단지 내 민간기업은 경제적 이익과 ESG 실적을 동시에 확보할 기회를 잡고, 공공기관·농촌·도민을 포괄해 에너지 전환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평가다.
김 과장은 “경기도는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과 혁신적인 정책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라며 “도민과 기업들이 함께 재생에너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