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풍력 RE100 시장 열린다... 육상부터 시범사업 도입

산업부, 20일 ‘태양광 및 풍력 고정가격계약 입찰 설명회’ RE100 수요 물량,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서 배분 국내 자원안보 강화…구체적 이행 여부까지 살핀다

2024-09-20     안상민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개최한 ‘태양광 및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종합설명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제도 내용을 듣고 있다. [사진=안상민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하반기 ‘직접전력거래(PPA) 중개시장 연계 시범사업’을 시행하면서 풍력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에 RE100 물량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올해에는 육상 풍력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해상 풍력으로 제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20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태양광 및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종합설명회’를 개최하고 올해 10월로 예정된 입찰의 개선방안과 평가지표, 세부내용 등을 업계와 공유했다. 

산업부는 지난 8월 8일 ‘해상풍력 입찰 로드맵’을 공개하며 국내 해상풍력 입찰 제도의 대규모 변화를 예고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올해 새롭게 정립된 입찰 평가 배점과 평가 방식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세부사항이 논의됐다.

먼저 정부는 증가하는 민간 재생에너지 수요에 맞춰 올해 10월 진행되는 장기 고정가격계약 입찰에 RE100 수요 물량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에서 입찰 물량을 취합한 후 민간 PPA를 희망하는 발전사업자를 선별해 수요 기업과 20년 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중개한다는 계획이다. 

풍력 입찰의 경우 올해부터 1차로 비가격지표를 놓고 컷오프를 진행한 후 선정 물량을 놓고 가격 평가를 진행하는 2차 평가 방식으로 변경됐다. 정부는 아직 어느 단계에서 사업을 선별할지 확정하지 않았지만 1차 컷오프에 선정된 물량 또는 2차 평가가 완료된 발전사업자 목록을 수요 기업에 제공하고 최고 금액을 부른 수요 기업과 매칭한다는 복안이다.

발전사업자는 의무공급사와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할지, RE100 기업과 PPA를 체결할지 선택할 수 있다. 에너지공단 측에 따르면 올해 RE100 수요 물량은 700MW 규모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민간 PPA 물량을 끌어안은 이번 조치를 놓고 공정성 문제도 제기된다.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 기반으로 형성된 PPA 시장이 정부 주도로 전환되면 가격이나 계약 방식 등을 정부에서 관여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정석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 팀장은 “PPA 중개시장은 수요기업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RE100 기업들이 직접 물량을 확보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PPA 물량만 따로 모집해서 입찰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우선 고정가격계약 입찰과 연계해서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입찰에서는 배점이 강화된 산업경제효과와 신설된 거점유지보수 지표를 통해 국내 고용 창출과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 대응하기 위한 배점들이 강화된 것도 특징이다. 

먼저 8점이 배정된 거점유지보수 지표는 ▲인프라 투자 및 고용 창출 2점 ▲국내 외 풍력 개발 실적 및 장비, 선박, 항만, 인프라 등 이용 계획과 차질 시 대응 3점 ▲완공 후 유지 관리계획, 전력 공급·운영 중단 및 고장 위험관리 계획과 복구 대책 3점 등으로 이뤄졌다.

신속한 위기 대응 능력 항목은 개발운영사가 국내에 얼마나 많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지 평가하는 지표로, 영국, 일본 등에서도 자국 공급망 보호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또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배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산업경제효과 평가를 통해 국내 투자를 유도하고 국산 공급망 사용을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산업경제효과는 총 배점이 26점으로 비가격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산업부 계획에 따르면 ▲주기기와 하부구조물 관련 투자 및 고용창출 실적 6점 ▲기자재 및 소재 공급망 구축 계획 16점 ▲공공 출자지분 평가 4점 등이 할당됐다.

특히 지난해까지 국내 고용창출과 투자 실적의 증빙이 불확실했으나 올해부터는 입찰 시 구체적인 증빙서류와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이행 감독을 통해 계획 달성과 적기 준공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입찰 시 제출한 이행계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입찰 선정 취소 및 참가 제한 등 패널티도 부여될 수 있다.

고유승 한국에너지공단 RPS사업실 팀장은 “올해 입찰에서는 기자재가 어떻게 구성됐는지도 평가하지만 운영관리(O&M) 역량도 평가할 예정”이라며 “또 입찰 참여 시 작성한 내용과 시공 및 운영 절차가 일치하는 지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