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동서울변전소 인허가 불허에 “연 3천억 이상 국민 부담 가중”

하남시, 민원 이유로 동서울 변전소 옥내화·증설사업 제동 한전, 적법한 국가전력망 핵심사업 불가 결정에 우려 제기 전력구입비 증가, 수도권 수요증가 대비 어려움 호소 가능한 모든 절차 검토, 주민이해도 제고 노력 지속 예정

2024-08-23     김진후 기자
서철수 한국전력공사 전력그리드본부장이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 지연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제공=한국전력공사]

하남시가 동서울변전소의 옥내화 및 증설 사업 인허가를 불허함에 따라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전력망 구축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한전은 사업이 좌초될 경우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전력구입비 증가가 불가피하며,  이미 국내 전력수요의 40%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의 전기요금 부담과 함께 반도체 국가첨단산단과 3기 신도시 등 향후 전력 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에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국전력(대표이사 사장 김동철)은 23일 서울 양재동 한전 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 인허가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앞서 21일 한전이 제출한 4개 사업에 대해 하남시가 인허가 불허를 통보함에 따라 수도권 전력공급 차질을 우려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추가적인 주민설명회·공청회 등의 계획을 밝혔다.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 인근에 소재한 동서울변전소는 현재 인근 변전소에서 2.5GW의 전력을 수전해 서울과 인근 지역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09년 제4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동해안-신가평 500kV급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이 추진되면서, 동해안의 원전·석탄 등 저렴한 대규모 전력이 수도권에 진입하는 관문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HVDC는 일반 교류전력(AC) 대비 전자파 발생이 현저히 적고 장거리 송전 시 전력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HVDC 설비를 통해 수도권에 안정적 전력을 공급해 전압 안정도 및 신뢰도를 제고하는 한편, 기존 전력설비를 신축 건물로 이전하고 인근 철탑을 해체하면서 주변 환경 개선과 소음 등을 개선한다는 게 한전의 계획이었다. 기존 면적의 30%는 주민에게 녹지로 제공하는 등 경관효과도 고려했다.

하지만 사업은 최근 변전소 인근 하남 감일지구 일대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어왔다. 더욱이 관련 건축 인허가 주체인 하남시가 지난 21일 한전이 제출한 4건의 허가 신청을 불허하며 이번 사업 지연 사태를 맞은 것이다.

서철수 한전 전력그리드본부장(부사장)은 “이번 하남시 인허가 불허 결정으로 사업이 기약없이 지연됨에 따라 전체 국민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법적 요건을 갖춘 건축허가 신청이 법령에 없는 사유로 거부됨에 유감을 표하며, 이의제기와 행정소송 등 가능한 모든 절차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이를 대체할 345kV급 설비를 급히 도입한다 해도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고, 우회 설비인 NWA를 5년 내 도입한다고 해도 이후 좌초자산화가 불가피하다”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최소 수천억원이 추가로 소요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인허가 불허 사유 중 하나인 주민수용성 부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하남시 측은 제한적인 사업설명회 개최로 감일지구 전체 주민들에 변전소 증설관련사항이 전달되지 않았다며 주민을 배제한 일방적인 입지 선정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한전 입장이다.

김재군 한전 신송전사업처장은 “동서울변전소는 이미 1979년부터 운전 중인 변전소로 기존 전기공급시설 부지 내 사업은 전원개발 촉진법에 따른 입지선정위원회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이미 일곱 차례에 걸쳐 주민 대표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시행했고 비대위 등으로 인해 설명회가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1만4000명의 주민 전체가 참석하는 일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사업은 앞선 추진 과정 당시 지역 주민들의 동의도 얻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2월 감일지구 주민 약 2만명이 ‘변전소 옥내화 추진 건의 서명부’를 접수했고, 이에 따라 작년 12월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GB관리계획변경안 심의를 최종 통과하며 절차적 정당성도 획득했다.

전력연구원이 측정한 동서울변전소 인근 전자파 발생 현황. [제공=한국전력공사]

한전은 또 전자파 발생 등에 따라 변전소 증설입지로 부적합하다는 하남시의 판단 역시 반박했다.

김 처장은 “동서울변전소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생활전자파보다 낮은 수준이다. 변전소에 가장 인접한 아파트 정문에서 측정한 전자파 수치는 0.02마이크로테슬라(µT)로 편의점 냉장고 측정치인 0.12µT 대비 현저히 적다”며 “더욱이 옥내화를 하면 옥외 시설 대비 전자파는 55~60%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설비증설에 따른 전력공급량 증가에 대한 일각의 오해에 대해서도 바로잡았다.

김 처장은 “증설로 설비용량이 3.5배 증가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력공급량은 현재 수전량 2.5GW를 기준으로 증설 시 약 4.5GW(약 1.8배) 증가 하게 된다”며 “더욱이 동해안에서 수전 받은 3.9GW 중 1.2GW를 하남시에서 사용하고 나머지 용량을 타 지역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서철수 한전 부사장은 “변전소는 지역자치센터, 파출소와 같은 1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는 공공복리에 필수적인 시설”이라며 “전력망 적기 건설을 위한 지자체의 인허가 승인과 주민들의 대승적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전은 지속적인 설명회와 간담회 등으로 주민과의 거리를 좁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전은 지난 2020년 3월 동서울변전소를 HVDC 변환소 부지로 선정하고 설비 증설과 함께 옥내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준공 목표인 2026년까지 총 6996억원을 투입할 정도로 정부와 한전에서도 이를 국책사업으로 보고 특별관리 중이었다. 특히, 최대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게 전력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지난 1월에는 동해안-신가평 1단계 전 구간의 환경영향평가와 사업승인을 완료했고, 지난 6월 하남시를 지나는 2단계 가공송전 구간의 경과지 선정을 완료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준비 중인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