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대못’ 뺀다...6개 지자체 이격거리 규제축소 추진

보령시·임실군 등, 태양광 설치 예외조건 확대로 보급 활로 열어 경북 고령·청도군 ‘이격거리 최대 3배 확대’ 규정 신설하기도 업계·정치권 “중앙정부 통해 합리적 기준 마련해야” 법안 발의

2024-08-13     김진후 기자
[제공=도시와자연, 전기신문 재정리]

태양광발전소 보급을 가로막는 ‘대못’으로 거론돼 온 설치 이격거리가 차츰 완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규제를 축소하며 보급의 활로를 열어주는 지자체가 하나둘 나타나는 한편, 국회에서도 개원과 함께 각 지자체의 규제 축소를 종용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중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통해 재생에너지 설비 이격거리를 재규정한 지방자치단체는 9곳이었다. 이 중 6곳은 기존 안에서 이격거리를 줄이거나, 적용 예외 조건을 추가하는 형태로 규제 범위를 축소했다.

지난달 1일 충남 보령시는 태양광 발전시설 예외조건을 확대 완화했다. 당초 ‘국가 또는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공익상 필요에 따라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경우’로 규정된 예외조건에 더해 ‘공공 공모·협약을 통해 설치할 경우’를 새로 포함했다.

전북 임실군도 주거 이격거리 기준을 한층 완화했다. 기존 ‘주거밀집지 300m 이내(주민 100% 동의 시 예외)’에 더해 자연 지형물 등에 의해 마을에서 조망되지 않을 경우 설치 허가 가능하도록 예외 조건을 마련했다.

전남 고흥군은 6개 조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발전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예외조건을 신설했다. 신규 기준이 제시한 조건은 ▲염해농지 태양광 ▲사업장 1km 이내 5년 이상 거주 세대 중 2/3 이상이 참여하는 주민참여형 사업 ▲국도·지방도·군도 30m 밖 ▲10가구 이상 주거밀집지 200m 밖 등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전남 영광군은 군 내에서 5년 이상 주소를 둔 사업자가 건축물 대장이 있는 버섯재배사와 곤충사육사를 5년 이상 용도에 맞게 사용할 경우 태양광 설치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전남 해남군은 도로 이격거리를 500m에서 100m로 완화하고 농어촌도로 제한 규정을 삭제했다. 또, 주민 지분참여사업, 수상태양광에서 주민이 지분참여를 통해 사업에 동참할 경우 설치가 가능하도록 규정의 폭을 넓혔다.

해남군은 풍력 발전시설과 관련해서도 정온시설(1500m→1000m), 자연취락지구(정온시설(1000m→700m), 주거밀집지(1000m→700m) 등의 이격거리를 기존보다 좁혔다. 다만 국가유산에서는 태양광 및 풍력 모두 500m 밖에 위치하도록 제한했다.

이 밖에 강원 정선군은 주민참여형 사업의 경우 사업지 500m 이내 거주가구 전체 동의를 얻을 경우 허가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반면 이와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인 지자체도 일부 있었다. 경북 고령군은 예외조건을 삭제하며 설치 요건을 강화했다. 종전에는 100kW 이하 소규모 태양광의 경우 주변 토지 이용 현황 및 경관을 고려해 허가가 가능했다.

경북 청도군은 태양광과 풍력 모두 더욱 촘촘한 이격거리를 설정했다. 도로 및 철도, 주거밀집지 모두 300m로 적용되던 이격거리가 500m로 늘어났다. 풍력은 도로 및 철도 이격거리는 1000m에서 2000m로 두 배 늘렸고, 주거지는 500m에서 1500m로 세 배 넓혔다.

전남 강진군도 군 내 주소지를 두고 실거주한 이들에 한해 발전시설 허가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신설했다.

이처럼 지자체별로 제각각인 이격거리를 두고 업계와 정치권 안팎에선 중앙정부 차원의 일률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 6월 발족한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 포럼’에서 조은별 기후솔루션 재생에너지인허가팀장은 “현존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하면 보급 가능지의 99%가 사라진다”며 “지난 6년간 정부 등이 규제 완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이제 국회를 통한 법제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추세에 국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태양광 및 풍력발전소 설치 시 적용되는 이격거리와 관련해 현재 2건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신재생 설비 설치를 위한 개발행위허가 시 이격거리 설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이 신설한 제27조3항은 공공복리 유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격거리 설정을 제한하는 한편, 이격거리 및 설정 절차는 대통령령을 통해 구체화하도록 규정했다.

이소영 의원은 “명확한 기준 없이 지자체별로 최대 1km에 달하는 이격거리를 규정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고 있다”며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지난달 이를 보완해 개정안을 발의한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농어촌 지역은 주민 주거와 자연보호 측면에서 이격거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지역별로 합리적인 기준 정립이 중요하다”며 대통령령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이격거리를 설정하도록 법률상 기준을 명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