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추락’으로 기술력에 사활 건 中 모듈사...韓 생존전략은

중국 태양광 1티어 그룹 올 상반기 대거 적자 中 정부 나서 '고효율' 시장 선점 목표 내세워 무역갈등 혼전..."韓, 국내 보급시장 이원화 등 고려해야"

2024-08-05     김진후 기자
[전기신문 재정리]

지난해 태양광 모듈의 기록적인 가격 하락을 이끌던 중국 제조사들이 후폭풍에 휩싸였다. 공급 과잉이 전 세계적인 수요 상승을 앞지르면서 상반기 적자 전환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가 ‘고효율 시장’에 집중하도록 분위기를 유도하면서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온 국내 기업들과의 경쟁구도도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2일 ‘월간 태양광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중국 티어(Tier) 1급 기업들이 상반기에 대거 악화된 실적을 기록했다. 

리포트는 생산시설 증설을 준비 중이던 트리나솔라(Trina Solar)가 자금 조달 계획을 중단한 데 이어 ▲론지(LONGi) ▲JA솔라(JA Solar) ▲아이코솔라(AIKO Solar) ▲통웨이(Tongwei) 등 다수 제조사들이 2024년 상반기 적자 전환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리포트는 이 같은 실적 저하의 원인을 두고 “상반기 출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가격 하락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재고 감가상각의 영향이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파산 혹은 사업 철수 기업이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말에는 ‘저장 에이케이컴 뉴 에너지 테크놀로지’가 법원에 자회사 ‘저장 에이케이컴 포토일렉트리시티 테크놀로지’의 파산을 신청하며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에 중국산업정보기술부(MIIT)는 공급과잉을 제한하기 위해 제조라인 운영 및 신규 투자 가이드라인(최소 자본 비율 20%→30%)과 R&D 과다 출혈을 방지하기 위한 연구개발 지출 한도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과도하고 반복적인 생산 용량 확장을 억제하고, 기술적 진보와 표준화되고 건전한 산업발전을 촉진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태양전지와 모듈 제조라인에서 준수해야 할 최저 효율과 열화율 기준을 제시했다. 리포트는 중국 기업이 이를 준수할 경우 시장 내 N형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및 모듈의 평균 효율이 급등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한, 모든 생산 공정에서 에너지 소비기준 하향을 결정하면서, 기존 저효율 생산라인 퇴출도 기대했다. 

리포트는 “향후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중국기업이 주도하는 고효율 ‘하이엔드’ 시장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다만 마이크로퀀타 등 신흥 기업의 경쟁적인 페로브스카이트 단일접합 모듈 제조라인 투자 계획은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것은 중국 내수시장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태양광 수요 증가와 동시에 태양광을 둘러싼 무역 갈등이 고조되며 혼전을 펼치고 있다.

리포트는 PV인포링크(PV InfoLink) 인용을 통해 올해 1~5월까지 중국 태양광 모듈 수출이 109.7GW를 기록해 전년 동기 88GW 대비 25%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지역별로 유럽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수출은 소폭 감소한 반면, 대중국 전선의 선봉에 선 미국에선 소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무역장벽 형성을 놓고 EU 및 미국과 중국 간 신경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이 가격에 더해 해외 기업 대비 높은 기술력까지 겸비하게 되면서 혼전이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급망 약화에 내몰린 국내 기업들과 국내 신규 태양광 보급시장 역시 새로운 생존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시행 중인 조치가 마땅치 않으면 국산 제품의 가격이 높은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원론적이지만 당장은 대중국 울타리가 쳐진 해외국을 대상으로 기회를 모색하며 안전성과 기술력 등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효율 및 품질개선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 측면에 대해선 “중국 제품의 경쟁력 강화에는 양면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중국 제품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지만, 국내 태양광 발전단가를 인하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소규모 태양광 시장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시장을 열어두되, 중대규모 시장은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가진 고효율 분야를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