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발로 흔들리는 집단에너지사업…주민수용성에 고심

송도 시민사회단체 “LNG 열병합 유독가스 40배 내뿜어” 인천종합에너지 “40배는 과장된 사실, 방지시설 적용” 지역 주민들과의 열린 소통·신뢰 구축 가장 중요한 ‘키’

2024-07-25     차기영 기자
24일 송도열병합발전소 2차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사진=차기영 기자]

집단에너지사업이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며 표류하고 있다.

대규모 택지 개발과 신도시가 확대되면서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열병합발전이 늘고 있지만 주민수용성은 되레 후퇴하는 상황이 됐다.

송도에서는 최근 LNG 열병합 발전소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대기 오염물질 배출 우려로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송도뿐 아니라 서울 마곡 등 최근 집단에너지 사업 추진 지역은 주민수용성 문제가 가장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송도국제도시에서 진행 중인 송도열병합발전소 건설 사업이다. 이번 사업 과정에서 대기 오염물질 배출과 열 수요 등을 두고 사업 시행사와 지역주민의 의견이 부딪히는 모습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시민사회단체인 송도시민총연합회(송시연)는 지난 16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도 LNG 열병합 발전소 설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송시연은 송도에 전기 및 열 공급이 충분하며, 인천종합에너지가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LNG 열병합 발전소 추가 설치를 기습적으로 신청한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송시연 측은 LNG 발전소에서 불완전연소로 인해 발암물질인 미연탄화수소 7000ppm, 유독가스인 일산화탄소 2000ppm이 검출됐다며 LNG 발전소가 소각장 대비 유독가스를 40배나 배출하는 위험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송도에 전기 부족이 없음을 강조하며 인천종합에너지의 설치 명분을 반박했다. 인천시의 전기 자급률이 전국 1위인 점, 앞으로 해상풍력발전의 허가 진행 상황 등을 언급하며 송도 내 추가 발전소 건설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인천종합에너지는 송도국제도시의 개발 가속화와 대형 바이오 기업들의 입주로 향후 열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공급하기 위해 신규 열병합 발전소 건설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유독가스 40배를 내뿜는다는 주장은 과장된 사실로 LNG 발전소의 불완전 연소로 인한 배출물질 문제는 가동 초기의 일시적 현상일 뿐, 최신 방지시설이 적용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민자 사업 전환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마곡열병합발전소 건설도 주민수용성 문제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마곡열병합발전소 건설 당시 강서구 주민들은 대기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우려로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주민들은 발전소 설치보다는 노후된 목동 열병합발전소 시설 교체를 주장하며 서울시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두 사례는 집단에너지사업에서 주민수용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중요한지 보여준다. 송도에서는 LNG 열병합 발전소의 유독가스 배출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서있고, 마곡에서는 대기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우려가 주요 반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반대는 집단에너지사업의 진행을 어렵게 만들고, 사업 지연 및 추가 비용 발생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인천종합에너지 관계자는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2회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진행 중에 있다”면서 “앞으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주민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건설을 앞두고 있는 왕숙집단에너지사업을 비롯해 3기 신도시인 신길 2, 거모지구, 장상지구 등 집단에너지 업계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도 주민수용성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업계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잘 알고 있다는 반응이다. 다만 주민수용성이라는 것이 집단에너지뿐 아니라 다양한 건설사업에서 폭넓게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주효한 대응책 마련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업계는 지역 주민들과의 투명하고 열린 소통이 가장 중요한 ‘키’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민들의 의견과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고, 투명하고 열린 소통을 통해 지역 사회와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것. 

이를 통해 주민들이 사업의 필요성과 장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집단에너지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은 결국 이러한 주민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상호 이해에 달려 있다”며 “이는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