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다가오는 RE100 부담 해결 위해 “공공이 먼저 나서야”

국회 토론회서 태양광 반감 등 ‘정서’ 개선 주문…공포감 극복 강조 보급 활성화 열쇠는 입법·행정부·지자체 ‘공신력’에 달려 보급 잠재량, 경기 영농형 34GW·전국 산단 42GW 충분 우원식 국회의장, "기후특위 설치해 법·사회적 합의 도출"

2024-07-17     김진후 기자
전문가들은 RE100 압박에 대응해 공공 선도를 통해 재생에너지 활성화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김진후 기자]

산업계 전반에서 RE100 달성이 실질적인 위기로 다가오면서 국회와 지자체, 학계, 산업계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 대응과 국가 경제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각 분야의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 포럼, 경기도청은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RE100 압박과 한국의 대응 정책토론회’를 열고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바라본 국내 RE100 시장과 산업의 현주소를 조명했다. 이들은 국회, 산업계, 학계는 물론, 행정부와 주민들이 경주해야 할 부문별 대안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특히, 전문가 그룹에선 재생에너지 보급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면적, 제도 등 개별요소외에 ‘정서’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출범 직후 감사와 수사로 시작된 재생에너지 정책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 현재까지 정책 일선에 공포감이 조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은 “충분한 잠재량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처·지자체·금융업계·주민까지 광범위하게 재생에너지 도입 시 갈등이 유발될 것이란 정서가 깔려있다”며 “언론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 증폭으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가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미래 경매제도가 갖춰야 할 요소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경매제도 이행, 충분한 물량 뒷받침돼야”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준비 중인 재생에너지 경매제도는 충분한 물량과 적절한 균형을 통해 참여자에게 안정적인 시장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매제도는 국가가 물량과 시장의 규모를 규정하고, 자연스럽게 경쟁을 통해 적정한 LCOE에서 발전사업자가 권리를 획득하는 구조다. 이러한 경매제도를 통하면 정부 의지에 따라 공급량 예측이 가능하고, 현행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의 구조적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내년도 물량이 확정되면 시장 예측이 가능해 사업자의 대출·금융 문제도 한결 수월해진다. 안정적인 금융구조는 사업자 스스로 발전단가를 안정 범위 내에서 하락할 유인을 만들 것”이라면서도 “반면 물량이 지나치게 적으면 경쟁 과열로 가격 왜곡이 발생하고, 향후 확대될 RE100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학습과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물량 확보를 위한  규제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태양광 분야만 해도 현행 이격거리 조례를 모두 적용할 경우 발전가능용지 중 22.7%에만 보급이 가능하다. 이격거리만 해소해도 충분한 물량 확보가 가능한 셈이다. 이를 관장하는 입법부, 행정부, 지자체 등 정책 당국의 의기투합이 필요한 이유다. 

김 교수는 “계통 여유지역에 집중 보급을 우선하고, 공장 지붕과 영농형 태양광 설치를 늘려야 한다”며 “사단법인 넥스트그룹의 분석 결과 경기도에만 34GW의 영농형 태양광이 잠재하고 있고, 전국 건물 및 산단 지붕 태양광 잠재량도 42GW에 달한다”고 말했다.

해상풍력의 경우 다양한 인허가와 규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법체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가장 큰 현안인 계통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거리 송전선로 대신 저장장치와 같은 기술적 대안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혼잡 시기 송전선로를 대체할 배터리를 통해 재생에너지 보강이 가능하다는 것.

차성수 경기도 기후환경에너지국장이 경기 RE100의 사업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공공이 선도해야 두려움 없어질 것”

지자체 중 최초로 자체 RE100 계획을 이행 중인 경기도는 활발한 정책 행보를 통해 기초지자체와 주민 인식 개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는 글로벌 RE100 가입사 36개 중 27개가 소재한 지자체이며, 이들과 거래하는 다수의 1·2차 벤더 중소기업이 밀집돼 있다.

때문에 도청을 주축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추진하는 ‘공공 RE100’을 통해 포문을 열고, 뒤이은 기존·신규 산단 제도 개선, 도민 RE100으로 촘촘한 공급망을 갖춰 나간다는 게 경기도의 계획이다.

차성수 경기도 기후환경에너지국장은 “공공이 선도하고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타 주체들도 쉬이 접근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라며 “모집을 통해 총 4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이를 통해 2.8GW의 태양광 발전용량을 확보하고, 화성 등지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특구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민현기 LS일렉트릭 전력그리드영업팀 파트장은 “총 1만4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RE100 활동을 전개한 가운데, 실제 관심을 보인 곳은 20%였고 그중 계약이 이뤄진 곳은 단 4개사에 불과했다”며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이들이 우려하는 초기투자 및 운영, 수익성(전기 및 망 요금) 부담을 줄이고,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의 모범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축사에선 입법부와 경기도의 수장이 나와 ‘기후대표’를 자처하며 보급 환경 개선 의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RE100은 기업체는 물론 일자리, 민생, 경제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현안”이라며 “에너지 ‘쇄국’ 정책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일로를 위해 국회 내 법안과 예결산 심사권한을 가진 기후특위를 설치해 법·사회적 합의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정부는 비단 교육·치안·SOC 뿐이 아니라, 더 적극적인 ‘공공재’인 환경과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기후로 인한 양극화인 ‘기후격차’ 해소를 위해 기후보험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앞줄 왼쪽 다섯번째), 우원식 국회의장(앞줄 오른쪽 다섯번째) 등이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