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난 정부 재생E 경쟁시장…시행 전부터 이견 ‘팽팽’
정부 제시 입찰 물량에 발전사 계약 이행-정산 구조 입찰 용량이 곧 정부 보급의지, '질서 있는 보급’에도 기여 사업자들 “수익성·형평성 의문…심도 있는 의견 수렴 필요”
정부 주도의 새로운 재생에너지 보급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경쟁입찰’ 제도로 요약되는 새로운 보급 방식은 정부가 입찰에서 제시한 물량에 대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계약 물량을 공급하고 정산받는 단순화된 체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는 개편 또는 단계적 일몰이 불가피해 논쟁이 예상된다. 제도 시작 전부터 일각에서 새로운 제도가 가져올 혼란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수익 약화 등 기존 사업자들의 권익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재생에너지 보급제도 개편 연구’의 중간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연구는 우선 의무시장을 통해 체계적인 재생에너지 보급이 가능하도록 RPS 제도를 입찰시장으로 개편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관리 및 시장 운영 역할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재생에너지 경쟁입찰제도는 정부가 제시하는 신규 설비 보급 목표량에 대해 매년 발전원별로 입찰을 진행하는 보급 방식이다.
접수된 발전자원에 대해선 정부가 가격·비가격 지표로 평가해 입찰용량 내에서 설비를 선정한다. 단, 설비 용량에 따라서 시장 진입 경로는 세분화할 계획이다. 낙찰 설비는 현재 RPS 시장과 유사하게 kWh당 응찰 가격으로 20년 간 장기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해 운용한다.
낙찰 여부를 결정하는 비가격 지표는 현재 해상풍력발전 입찰 시장 등에서 평가 요인으로 기능하고 있는 요소들을 포함해 새로 마련된다. 이는 기존 평가 요인의 개편 및 확대 적용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생산부터 사용에 이르는 전 주기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보급 확대에 따라 전력계통과 관련 산업 공급망이 안정화 및 효율화할 것이란 계산이다.
보급 측면에선 정부가 제시하는 입찰 용량이 정부의 보급 의지를 드러내는 직접적인 시장 신호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해마다 태양광 RPS 입찰 용량이 줄어들고, 급기야 입찰 미달까지 발생했던 현행 시장과 비교하면 진일보한 부분이다.
또, 발전원별 보급목표에 따라 설비용량을 입찰한다는 점도 질서 있는 보급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발전원 구분 없이 발전량 단위로만 의무를 부과하던 형태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질서 있는 보급에 따라 계통 포화도 완화되고, 계통 운영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보급이 활성화되며 휘청였던 국내 재생에너지 제조 기반도 다시금 강화될 것이란 기대를 드러냈다. 시장이 활성화되면 제조사들도 고정적인 물량을 기대하고 추가적인 시장 진입(잔류)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
정부는 이를 통해 발전사업자들의 시장 기반이 강화되며, 프로젝트 금융(PF)이 원활해지고 투자비 회수도 한층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익구조는 변동가인 전력거래단가(SMP)·REC에 따라 수익이 오르내렸던 과거와 달리, 20년간 고정가격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렇게 마련된 보급제도는 재생에너지 조달 비용을 낮추고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도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료가격이 급등하더라도 경쟁 요소로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고, 더불어 RE100 가입 기업 등 재생에너지 수요 기업도 안정적이고 낮은 비용으로 전력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이렇게 마련된 경쟁입찰 시장 도입안은 올해 하반기 국회와 이해관계자, 전문가 협의를 거쳐 공론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앞서 26일 진행된 신재생에너지 협단체 간담회에선 이미 제도 시행의 맹점이 노출됐다는 평가다.
우선 설비용량별 별도 시장의 경우 발전원 특성별로 설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설비 규모가 큰 대형 발전원은 일반 입찰 시장에서 경쟁하기 용이하지만, 소형 발전원이 집중된 태양광의 경우 동일선상에서 경쟁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시장 진입의 문턱이 되는 설비 용량을 어떤 기준으로 정할지부터 의견 합치에 난항이 예상된다.
20년간 유지되는 고정가격에 대해서도 불만이 적지 않다. 현재도 발전사 다수가 낮은 수익성에 허덕이는데, 정부 의지대로 시장이 운영돼 이 같은 상황에 반전을 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REC 제도(현물시장)의 존폐가 사업수익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균등화발전원가(LCOE)를 낮춘다는 명분에 동의하더라도, 생산 단가 절감과 발전사 수익성 사이의 선후관계가 잘 맞아떨어질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최소한 매년 인상되는 물가는 반영이 돼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