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삐걱대는 해상풍력 주민수용성

2024-06-27     안상민 기자

최근 해상풍력 현장에서 개발사와 주민 간 잦은 마찰이 발생해 이목을 끈다. 주민수용성 문제는 해상풍력 개발사와 주민 간 피할 수 없는 마찰이면서도 현행 제도로는 답을 내리기 쉽지 않다.

국내 최초 해상풍력 발전사업인 전남해상풍력은 해저 케이블 공사를 놓고 어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어민들은 기존에 개발사에서 약속했던 것과 달리 어업 행위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공유수면점사용허가 취소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개발사의 잘못인지 보상금을 목적으로 한 지역 어민들의 횡포인지는 법원 판결을 지켜봐야겠지만 국내 최초 해상풍력 현장에서 이같은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주민수용성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주민수용성은 육지에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영광군 해상풍력 송전선로 공동대응위원회는 전남도가 지난 4월 산업부에 신안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송전선로 경과대역으로 설정된 지역 주민들에게 어떠한 사전예고 및 정보 공유도 하지 않았다며 반대 집회를 열었다.

송전선로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인근 주민의 동의를 받는 것은 필수적이다. 다만 집적화단지 신청과정에서부터 주민동의를 얻어야 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제주도 인근에서 추진 중인 대정해상풍력발전사업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에게 현금 지급을 약속해 논란이 됐다. 발전소 준공 20년 간 세대 당 3억원을 지급하겠다는 각서를 써 주민들을 회유했다는 것이다.

해상풍력 개발사들은 주민들에게 발전사업허가와 공유수면점사용허가를 위한 주민 동의를 위해 금품 형태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일부 지역에서 암묵적인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대정해상풍력은 현금 지급 각서를 쓴 후 기존 주민 반대를 뒤집고 주민 투표에서 사업 찬성을 얻어냈다.

대정해상풍력의 경우 단발성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20년에 거쳐 연금형식으로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기존 주민수용성의 취지와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진행되던 개발사와 주민간 현금 흐름이 공공연히 들어났다는 점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주민수용성을 놓고 이같은 갈등이 반복되는 것은 해상풍력 사업을 놓고 개발사와 주민 간 협상의 가이드라인이 될 제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개발사는 사업이 지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의 키를 쥐고 있지만 사업 추진을 위해 주민동의를 받아야한다는 점에서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주민수용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 제도나 정책을 통한 해결법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해상풍력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28GW에 달하는 기존 발전사업허가 현장까지는 영향력이 닫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되풀이되는 개발사와 주민간 갈등을 막기 위한 정부의 새로운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