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오현 제이에코에너지 부회장 “해상풍력 성공 위해 K-WTIV 개발 필요”

대형 WTIV 부족 문제 심각, 국제 입찰도 어려워 TRC 장착한 K-WTIV, 건조·운용 비용 모두 저렴 메이저 터빈사서 18MW 터빈 설계도면 제공받아 선박 설계 “2027년부터 국내 시장 공략, 투자 파트너 원해”

2024-06-04     안상민 기자
조오현 제이에코에너지 부회장. [사진=안상민 기자]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을 준비 중인 우리나라에서 해상풍력전용설치선박(WTIV) 부족 문제는 풀리지 않는 난제다. 초기 200kW 규모였던 풍력 터빈은 터빈사들의 기술 경쟁에 따라 이제는 20MW를 넘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터빈 설치가 가능한 WTIV의 수요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15MW 급 터빈을 설치할 수 있는 선박은 중국을 제외하면 전세계에 9척밖에 없다. 이마저도 유럽에서 7척을 보유하면서 장기용선계약이 체결돼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최대 10MW 터빈 설치가 가능한 현대스틸산업의 현대프론티어호가 유일한 WTIV다. 이 같은 상황에 앞으로 WTIV 부족문제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풍력 장기고정가격 계약 입찰에서 낙찰된 한 현장은 지금까지 WTIV 용선을 위해 수차례 국제 입찰 RFI(Request For Information)를 요청했으나 한 건의 응답도 받지 못했다. 이에 자체 WTIV 기술을 보유한 제이에코에너지는 국내 WTIV 시장을 함께 개척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조오현 제이에코에너지 부회장을 만나 국내 WTIV 시장 상황과 K-WTIV 기술에 대해 물었다.

▶제이에코에너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제이에코에너지는 지난 2009년에 설립돼 해상풍력 설치와 관련된 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이다.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지난 2022년 9월 부산 한국해양대학교 내부에 OSI 랩을 설립했다. 해상풍력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라고 판단 해 10여 년 전부터 직원들과 함께 전 세계 선박시장과 해상풍력 단지를 방문해 공부를 많이 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설치선 분야라고 생각을 하고 회사를 설립한 뒤 선박 설계까지 마쳤다.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선박과 크레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국내에서 많은 해상풍력 사업이 추진 중이지만 선박을 비롯한 인프라 부족이 심각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항만 문제와 설치선 문제는 따로 볼 수 없는 같은 연장선상의 문제다. 먼저 유럽의 해상풍력 시장을 보면 북해 지역에서 해상풍력이 시작이 됐다. 항만에서 거리가 200km 이상 떨어져 있다 보니 설치선이 자주 왔다 갔다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설치선이 한번 출항할 때 5~6set의 풍력발전기를 싣고 가서 설치를 하고 다시 부두에 와서 기자재를 실어 가는 형태가 발달했다. 이는 유럽에서는 맞는 시스템이지만 최근 점차 대형화 되는 풍력발전기 추세와 맞물려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용 항만과 부두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아직 관망하는 상태다. 이는 민간 개발사업자도 해결할 수 없는 난제다. 제이에코에너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와 운송을 분리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했다. 한국은 지역적으로 개발단지와 항만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5~6세트를 한번에 가져갈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전용 항만 준비가 안 돼 있고 각자 제조항만이 따로 있기 때문에 유럽식 보다 한국식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조선업 강국임에도 국산 WTIV는 턱없이 부족한데,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해상풍력 시장에 대해 인허가가 늦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투자 순위가 뒤로 밀리고 있다고 본다. 해상풍력의 성공을 위해 인허가 관련 문제는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과제이다. 또 서플라이 체인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시간이 있을 때 미리 준비를 해야 향후 우리 풍력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유럽에서 WTIV를 건조하는 데 4~5년의 시간이 걸리고 특히 WTIV에 장착되는 페데스탈(pedestal) 크레인 제작이 꽉 찬 발주로 인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국의 조선 3사도 긴 페데스탈 크레인 배송 기간 때문에 5년 안으로는 WTIV 건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페데스탈 크레인을 사용하는 한 전 세계에서 향후 몇 년간 WTIV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에코에너지는 자체 WTIV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기술에 대해 소개해 달라.

“제이에코에너지는 국내 해상풍력 설치선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기술을 개발했다. 영국의 DLT 엔지니어링과 2600t급 크레인인 TRC(Telescopic Rotating Crane)가 장착된 K-WTIV 설계를 마치고 특허를 출원했다. 대형화 추세에 따라 최근 해상풍력 발전기 높이가 160m 정도 되는데 선박의 균형과 안정성을 위해 기존 페데스탈 크레인이 설치된 WTIV로는 설치가 어렵다. 더 큰 크레인과 이에 따라 더욱 커진 선박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선박의 건조 가격을 더욱 높이는 요소다. 제이에코에너지가 설계한 K-WITV는 구조설계상 가벼우면서도 1200t을 리프팅 할 수 있는 TRC 크레인을 사용한다. 20MW 터빈 설치가 가능하며 최대 197.5m까지 작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선박 설계를 하기 위해 메이저인 A터빈사의 18MW 터빈 설계도면을 받아 기술을 개발했다. 처음부터 A사의 18MW 도면을 가지고 영국의 DLT 엔지니어링에서 설계를 했기 때문에 선박이 건조되면 현장에서 신뢰도 높은 작업 효과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에코에너지가 개발을 추진중인 K-WTIV 조감도. [제공=제이에코에너지]

▶A사에서 18MW 터빈의 설계도면을 받을 수 있었던 계기는.

“A사도 제품을 판매를 해야 하는데 18MW 설치선이 없기 때문에 수요를 느끼고 있었다. WTIV를 운용해야 하는 터빈사와 개발사의 입장에서 WTIV 부족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엔 일본에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개발 중인 B사에서 일본 2라운드와 3라운드에 RFI를 제출하라는 요청이 왔다. 아직 선박 건조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온 의외의 의뢰였다.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페데스탈 크레인으로만 작업만 해봤기 때문에 우리가 개발한 선박에 확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페데스탈 크레인은 구매 비용에 로얄티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 TRC 크레인은 제작비가 페데스탈 크레인 대비 1/3이기 때문에 훨씬 경쟁력이 있다.”

▶LCOE를 낮추기 위해선 시공 단계에서도 원가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 K-WTIV로 어느 정도 LCOE 감축이 가능한가.

“우리 선박을 사용하면 180일만에 15MW 터빈 기준으로 450MW를 설치할 수 있다고 본다. 유럽의 선박을 사용하면 같은 상황에서 230일~250일이 걸린다. 유럽 선박은 하루 용역료가 7억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K-WITV는 5억원 정도 견적이 나온다. 단순 가격뿐 아니라 공기단축 효과까지 생각하면 30% 이상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치비용이 전체 개발비의 10% 이상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한 수치다. 또 유럽의 WTIV는 건조비만 대당 6000억원에 이르지만 제이에코에너지는 운송과 설치를 분리함으로서 총 건조 투자비는 3500억원 내외로 예상된다. 건조 기간도 1만6000t 급이기 때문에 2년 반이면 충분하다. 투자비, 건설공기에서 모두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향후 한국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 시장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WTIV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의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우리는 2027년부터 착공이 시작되는 현장을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선사도 아니고 기술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함께 운용을 해가고 발전해 나갈 지원군이 필요하다. 또 선박 건조에 필요한 3500억원에서 초기 자본 100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머지는 금융권에서 선박금융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뜻있는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배를 건조하고자 투자자를 찾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2050년까지 2000GW로 예상된다. 이 시장이 약 12경원 시장으로 예상된다. 일부 대기업과 해외 기업으로부터 투자가 아닌 기술 매각 제의가 지속적으로 오고 있는데 우리는 국내 시장에서 이 기술을 함께 키워나갈 파트너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