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전기본 실무안, 재생E 공급 계획 ‘그린워싱’에 불과”

“COP28 ‘재생E 3배’ 서약은 필요 전력량 중 절반을 충당하라는 의미” 재생E 발전 비중 10차 전기본과 동일…“탄소중립 시나리오 부합 안 해”

2024-05-31     오유진 기자
캐나다 앨버타주 근처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11차 전기본) 실무안이 공개됐다. 국제적 합의 및 2050 탄소중립,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환경단체들은 11차 전기본에 담긴 재생에너지 공급 계획을 두고 ‘그린워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위원장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본 실무안’을 5월 31일 공개했다. 11차 전기본의 계획기간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 15년이며 전력수급의 기본방향과 장기전망, 발전설비 계획, 전력수요 관리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위원회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 전망은 지난 10차 전기본에서 예상된 보급전망(65.8GW) 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NDC 달성을 위해 산단태양광 활성화 등 정책적 수단을 반영해 72.0GW로 상향 전망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태양광·풍력 설비용량은 2022년 23GW에서 2030년 72GW로 확대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번 11차 전기본상 재생에너지 3배 공급 계획을 통해 COP28에서 합의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은 ‘그린워싱’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이 아니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속여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일컫는 말이다.

먼저 기후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은 11차 전기본 발표를 통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COP28에서 합의한 재생에너지 3배 서약을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해석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은 “COP28 서약은 단순 2022년 대비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산술적 증가 그 이상을 의미한다”며 “2030년 1만1000GW라는 서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비중은 46%에 도달해야 한다. 즉, 모든 국가가 평균적으로 절반가량 전력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21.6%에 불과한 72GW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COP28 재생에너지 3배 서약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자현 기후솔루션 전략시장계통팀 연구원은 “COP28 서약은 다른 말로 하면 재생에너지 절반 서약이다. 필요 전력량 중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다”며 “이번 11차 전기본에 담긴 재생에너지 3배 공급 계획은 서약에 참여한 국가들에 프리라이딩(무임승차)하는 것이자 그린워싱에 해당한다”고 일갈했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도 이 같은 주장에 목소리를 보탰다. COP28 재생에너지 3배 서약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발간한 보고서를 뼈대로 하는데, 이 보고서에서는 각국의 재생에너지 3배 확대가 아닌 서약 참여국 평균을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COP28 서약을 달성하면 2030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비중의 68%를 차지하고, 특히 풍력과 태양광은 46%가 된다”며 “‘재생에너지 3배 확대’의 진정한 의미는 서약에 동참하는 모든 국가가 평균적으로 2030년까지 필요 전력량 중 최소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온실가스 누적배출 책임 등을 고려하면 동참을 선언한 다른 국가들보다 재생에너지 목표를 더욱 상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2030년까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지난 10차 전기본과 동일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기후솔루션은 “다양한 연구기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 최소 36%(110GW)에서 최대 53%(199GW)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전망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해 2030년 72GW로 전망하나 이는 그 어떤 연구기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에도 부합하지 않는 적은 수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는 그대로임에도 목표 발전량이 소폭 증가했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침소봉대다”고 말했다.